실종자 (Der Verschollene)

UeD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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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작품소개

『소송』, 『성』과 더불어 카프카의 3대 장편소설의 하나. 카프카는 이 작품 가운데 다만 첫 번째 장만을 1913년에 「화부. 단장 Der Heizer. Ein Fragmen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미완성으로 남은 유고는 카프카 사후 친구 막스 브로트의 편집으로 1927년에 처음 ‘아메리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후에 카프카 일기의 기록에 근거하여 작품 제목은 ‘실종자’로 정정되었다. 소설은 하녀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 미국으로 보내진 16세 소년 칼 로스만이 뉴욕항에 도착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대치 않게 마중 나온 부유한 숙부 야콥은 칼을 아들처럼 거두어주고 교육을 시키지만, 어느날 허락받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차없이 그를 집에서 내쫓는다. 칼은 호텔의 엘리베이터 보이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가, 임무를 소홀히했다는 억울한 비난으로 여기서도 쫓겨나고, 사기꾼 들라마르슈의 강압으로 오페라 여가수 브루넬다의 하인으로 전락한다. 마지막 장에서 칼은 모두에게 환대와 일자리를 약속하는 오클라호마 극장을 향해 간다. 칼의 희망이 어떤 현실과 만날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원고는 중단된다. 카프카의 일기에 따르면 칼은 소외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되며, 제목 실종자 역시 그러한 결말을 암시한다. 이 소설은 다른 장편소설에 비해 그로테스크하고 비현실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카프카 문학의 전형적 특성을 덜 드러내지만, 칼이 미국에서 맞닥트리는 비개인화되고 관료제적으로 조직화된 현대적 문명은 『소송』과 『성』의 세계를 예고한다. 김정진의 번역으로 1958년에 출간된 『아메리카』(동아출판사)가 한국어 최초 번역본이다.

초판 정보

Kafka, Franz(1927): Amerika. München: Kurt Wolff.

번역서지 목록

번호 작품명(번역서 표기) 번역서명 총서명 저자(번역서 표기) 작품 역자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번역유형(번역서) 번역유형(작품) 비고
1 火夫 變身 세종문고 39 프란츠 카프카 鄭康錫(정경석) 1975 世宗出版公社 155-202 편역 완역
2 火夫 變身 삼중당문고 344 프란츠 카프카 洪京鎬(홍경호) 1977 三中堂 264-307 편역 완역
3 화부 관찰 SHORT BOOK 6 프란츠 카프카 洪京鎬(홍경호) 1987 汎潮社 56-96 편역 완역
4 아메리카 아메리카 베스트세계문학 13 카프카 곽복록 1993 신원문화사 239-506 편역 완역
5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이재황 1999 문학과지성사 9-161 편역 완역
6 아버지께 아버지께 Bestsellerworldbook 74 프란츠 카프카 안영란 2002 소담출판사 193-256 편역 완역
7 화부 변신 Positive power of classic 217-219 카프카 이영희 2004 좋은생각 99-152 편역 완역
8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변신 Positive power of classic 217-219 카프카 이영희 2004 좋은생각 153-240 편역 완역
9 아메리카 아메리카 밀레니엄북스 60 프란츠 카프카 곽복록 2006 신원문화사 7-434 완역 완역
10 화부 관찰 Mr. know 세계문학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2007 열린책들 59-92 편역 완역
11 화부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08 책만드는집 159-215 편역 완역
12 화부 화부 Bestseller minibook 17 프란츠 카프카 배인섭 2012 태일소담 11-75 편역 완역
13 화부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13 책만드는집 159-213 편역 완역
14 화부 변신 책만드는집 세계 문학, classic 4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17 책만드는집 157-216 편역 완역

번역비평

서론

원본의 다양성
- 소설의 제1장 화부 Der Heizer를 따로 떼어 카프카가 직접 출간한 것 1913
- 막스 브로트가 『아메리카 America』로 출간한 것 1927
- 막스 브로트의 개정판(단장 추가) 1935
- 비평본 “실종자” -1983

카프카는 제목과 장 번호를 매긴 6개의 장과 제목이 없는 네 편의 단장을 남겼다. 막스 브로트는 두 개의 단장은 제외하고 두 개의 단장에 제목을 붙여 총 8개 장으로 된 작품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그는 장 제목만을 붙이고 장 번호는 매기지 않았다. 개정판에서 브로트는 8개의 장에 처음에 배제한 두 단장을 포함시켰다. 비평본에서 비로소 카프카의 유고대로 작품은 6개의 장과 네 개의 단장으로 분류되었다. 카프카가 직접 출간한 「화부」의 원고와 브로트의 『아메리카』 속에 첫 번째 장으로 들어간 「화부」, 그리고 비평본의 제1장 「화부」가 서로 조금씩 편차가 있다. 카프카가 직접 출간한 것과 그의 유고 사이에도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카프카가 출간한 「법 앞에서」와 『소송』 유고 속에 들어 있는 텍스트 사이에 한 군데 다른 점이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번역 비교 작업을 할 때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번역의 다양성
원본이 다양한 만큼 번역도 다양하다. 일단 카프카가 단장으로 발표한 「화부」를 번역한 것이 있다. 1970년대에 나온 카프카 소설 단편집(이동승, 홍경호 등의 번역)에 실려 있는 경우가 있다. 솔 출판사의 카프카 전집판의 카프카 단편 전집(이주동 역)을 포함해서 2000년대 이후 출간된 다양한 카프카 단편집에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다음으로 브로트판 『아메리카』의 번역판이 1961년 김정진의 번역으로 처음 나온 이래 70년대,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곽복록, 홍경호, 박환덕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대부분은 막스 브로트가 개정판에 포함시킨 두 개의 단장이 빠진 채, 총 8개 장 구성으로 편집되어 있다. 브로트는 장 번호를 붙이지 않았으나, 한국어 번역판은 거의 장 번호를 붙였다. 박환덕 번역판은 두 개의 단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채로운 것은 막스 브로트의 판본을 번역한 것이지만, 제목은 카프카의 본래 의도에 따라서 실종자로 붙였다는 점이다. 책이 출간된 것이 1987년인데 독일에서 이미 1983년에 실종자라는 제목의 비평본이 나왔으므로 그 예를 따른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2000년대에 비로소 비평본을 저본으로 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카프카 전집 4권으로 나온 한석종의 번역판과 단행본으로 나온 편영수의 번역판이 지금까지 유일하다. 『실종자』가 카프카의 다른 두 장편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출간 종수가 적은 편이고, 몇몇 카프카 전공자들이 주로 번역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작 출간 역사의 복잡함이 번역의 역사에도 시간적 지체를 두고 그대로 반영되어 한국어 번역판에서 『아메리카』는 『실종자』로 바뀌게 된다. 원작 출간 역사와 순서가 바뀐 부분도 있다. 좀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아메리카』가 단편소설 「화부」보다 먼저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번역 비교 작업을 위해서는 일단 장편소설 『실종자/아메리카』와 단편소설 「화부」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번역의 비교

실제로 출간 종수는 매우 많지만, 같은 역자가 여러 차례 출간했기 때문에 번역 비교는 주요 번역자의 대표적 번역본을 하나씩 선정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이 소설은 비교적 ‘쉬운’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쉬움의 외관 뒤에 심각한 모호성과 불확실성이 늘 숨어 있다. 이러한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곧 번역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번역의 비교가 의미 있게 되려면 역자가 장편소설 『실종자/아메리카』 전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라는 관점에서부터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연구를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역자의 전반적인 이해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 이해가 번역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화부」의 번역은 본격적인 비교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다. 단지 다른 번역의 가능성을 보여준 부분이 있다면 참조하고 의미 부여하는 선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번역의 비교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기 위해 소설 첫 문단을 비교 분석해본다.

[예시]

Als der sechzehnjährige Karl Roßmann, der von seinen armen Eltern nach Amerika geschickt worden war, weil ihn ein Dienstmädchen verführt und ein Kind von ihm bekommen hatte, in dem schon langsam gewordenen Schiff in den Hafen von New York einfuhr, erblickte er die schon längst beobachtete Statue der Freiheitsgöttin wie in einem plötzlich stärker gewordenen Sonnenlicht. Ihr Arm mit dem Schwert ragte wie neuerdings empor, und um ihre Gestalt wehten die freien Lüfte.

카를 로스만은 열여섯 살 때 어느 하녀에게 유혹당한 나머지 어린애까지 배게 하여, 그의 가난한 양친에 의해 아메리카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를 태운 배가 속력을 늦추고 뉴욕 항에 천천히 들어갔을 때 그에게는 이미 오래전부터 쳐다보고 있었던 자유의 여신 입상이 마치 갑자기 강해진 햇빛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여신은 칼을 잡은 팔을 높이 쳐들고 있었으며 입상에는 시원한 미풍이 감돌고 있었다.(김정진 1970)

칼 로스만이 열 여섯 살 나던 해에 넉넉지 못한 가정의 부모로부터 쫓겨나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 것은, 그가 하녀의 유혹에 빠져 그녀에게 아이를 갖게 한 때문이었다. 칼이 탄 배가 속도를 줄이고 서서히 뉴욕항에 진입하기 시작했을 때 벌써부터 그의 눈길을 끌던 자유의 여신상이 그에겐 갑자기 구름을 벗어난 강렬한 햇빛 속에 푹 싸인 것처럼 보였다. 칼을 든 팔은 마치 방금 치켜든 것처럼 생동감 있게 하늘을 찌르며 솟아 있고, 여신상 둘레에는 자유의 산들바람이 훈훈하게 불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곽복록 1985)

열 여섯 살의 카를 로스만을 가난한 양친이 아메리카로 보낸 것은, 하녀가 그를 유혹하여 그의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배의 속도가 차츰 느려지다가 마침내 뉴욕항에 들어갔을 때, 오래 전부터 보이던 자유의 여신상이 갑자기 한층 강해진 햇빛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칼을 든 여신의 팔이 방금 쳐든 것처럼 높이 치솟았고, 여신상 주위를 미풍이 솔솔 불고 있었다. (박환덕 1987)

열일곱 살의 카알 로스만은 하녀의 유혹에 빠져 그녀에게 아이를 갖게 했다. 이 때문에 가난한 양친은 그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가 타고 온 배가 속도를 낮추어 뉴욕 항에 들어오고 있을 때, 그는 멀리서부터 관찰하고 있던 자유의 여신상을 쳐다보았다. 자유의 여신상은 갑자기 더 강렬해진 햇빛을 받는 듯했다. 칼을 든 팔은 마치 방금 치켜든 것처럼 우뚝 솟아 있었고, 여신상 주위에는 바람이 한가하게 불었다. (한석종 2002)

열일곱 살의 카를 로스만은 하녀를 유혹해서 아이를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가난한 부모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났다. 카를은 속도를 줄이면서 서서히 뉴욕항으로 들어가는 배 갑판에 서 있었다. 갑자기 더 강렬해진 햇빛이 자유의 여신상을 빛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오래전에 자유의 여신상을 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 갑자기 강렬해진 햇빛을 받고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했다. 칼을 든 자유의 여신상의 팔은 마치 다시 높이 뻗은 것처럼 높이 들려 있었고, 자유의 여신상 주위로는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편영수 2020)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단 이 소설이 어느 순간에 시작하고 누구의 시점을 취하고 있느냐이다. 소설의 시작은 뉴욕항에 들어오고 있는 카알 로스만의 시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카알이 하녀와 있었던 일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혼선을 가져온다. 게다가 그렇게 번역함으로써 열여섯 살(비평본은 열일곱 살)의 소년 카알이 하녀를 임신시킨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지만. 사실 카알의 나이는 뉴욕항에 들어오는 시점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하녀는 임신만 한 것이 아니고 아이를 이미 낳았기 때문에, 임신시킨 시점의 칼의 나이는 심지어 열다섯 살(열 여섯 살)일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소설의 시작 지점을 뉴욕항에 들어오는 카알 로스만의 시점에 둔 원문에 보다 근접한 것은 곽복록과 박환덕의 번역이다. 그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인데, 소설은 카알 로스만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고, 그 시선에서 카알의 성격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번역의 차이는 카알이 부모에게 쫓겨난 것인지, 보내진 것인지 하는 문제다. 카프카는 단순히 보내졌다고 쓰고 있지만, 일부 번역에서는 쫓겨난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한 인간이 보내진다는 것은 쫓겨났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너는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했을 때 본인도 수긍하고 온 것이라면, 쫓겨났다는 말은 과한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게 된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카알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마지막으로 die freien Lüfte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의 문제다. 곽복록만이 그것을 자유의 산들바람이라고 번역하여 자유의 여신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카알의 주관적 시선을 드러내는 문장임을 파악하게 한다. 이 번역의 문제는 카알의 시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를 제기한다. 카알의 시선을 따라서 서술한다는 것이 그의 시선에 드러나는 객관적 대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카알의 주관적 심리가 대상에 투영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인지, 역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구절도 상당히 다르게 번역될 수 있다. “자유의 산들바람”이라는 번역은 어쨌든 카알이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대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볼 때 가능한 번역이 아닐까. 곽복록의 번역은 원문에 없는 표현까지 넣어가면서 주관적 심리의 투영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번역하고 있다(푹 싸인, 생동감 있게, 훈훈하게 등등). 칼의 시선을 주관적 심리의 표현으로 보느냐 객관적 관찰로 보느냐는 작품의 이후 진행에서도 번역가가 계속 고민하게 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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