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 (Kinder- und Hausmär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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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 야콥 그림(Jacob Grimm, 1785-1863),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 -의 소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
(Kinder- und Hausmärchen)
작가야콥 그림(Jacob Grimm),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초판 발행1812/1857
장르소설


작품소개

그림형제(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가 익명으로 내려오는 민중들의 이야기를 수집한 책으로 1812년에 86편을 수록하여 초판이 나온 후, 1814/1815년에 70편이 실린 2권이 출판되었다. 그 후 판을 거듭하면서 개정과 수정을 거쳐 1857년에 총 200편과 <어린이를 위한 성자 이야기> 10편을 실은 7판이 최종본으로 출판되었다. 낭만주의 정신에 근거하여 독일 여러 지역에서 전해오는 민담뿐 아니라 프랑스 위그노 민담들도 수록하였다. 애초에는 어린이를 위해 수집된 것은 아니었으나 1825년 50편을 선별한 어린이용 판본인 <Kleine Ausgabe>가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독일어로 쓰인 텍스트로는 루터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세계 각국의 민담 수집에 모범이 되었으며,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산이란 필명의 번역자가 「Sechs kommen durch die ganze Welt」(KHM 71)를 <장사壯士 늬야기>(학생계)로 가장 먼저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13년 잡지 <아이들보이>에 익명의 역자가 우리말로 개작한 그림민담 몇 편을 발표한 것이 최근에 밝혀졌다. 그 후에도 개별 작품별로 번역되다가 1975년 김창활에 의해 처음으로 완역되었다(을유문화사).


초판 정보

Grimm, Jakob u. Wilhelm(1812/1857): Kinder- und Hausmärchen. Göttingen: Dieterichsche Buchhandlung.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독일민담설화집 獨逸民譚說話集 世界文學全集 100 그림 형제 김창활 1975 을유문화사 1-657 완역 완역
2 그림형제 동화전집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동화선집 1 세계의 고전 그림 형제 김열규 1999 현대지성사 1-525 편역 완역
3 그림형제 동화전집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동화선집 2 세계의 고전 그림 형제 김열규 1999 현대지성사 1-424 편역 완역
4 그림 형제 민담집: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그림형제민담집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그림 형제 김경연 2012 현암사 1-1075 완역 완역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그림 형제의 민담은 1910년대에 개별적으로 번역되기 시작하여 우리나라 근현대 서양 문학의 수용사 및 번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개화기 초에 그림 민담을 가장 많이 번역한 사람으로 최남선과 방정환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의 번역은 일본어판에서 중역된 것이다. 해방 후 전후 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어판을 저본으로 삼던 것에 더하여 영어판에서도 번역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본어판과 영어판을 저본으로 한 중역에서 독일어에서 직접 옮기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또한 그림 민담은 오랫동안 완역되지 못한 채 선별적 혹은 산발적 부분역 혹은 편역에 그쳤다. 그 같은 현상은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역자와 편집자들은 최종판(1857년)에 실린 210편의 그림 민담 가운데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여 선집의 형식으로 출판해 왔다. 가장 종류가 많은 유아용 그림책이나 초등학생용 독서물들은 대부분 하나의 민담만을 다루는 경우도 많다. 이는 독일에서도 최종판보다는 1825년부터 출간된 아동용 ‘작은 본 Kleine Ausgabe’이 더 인기를 얻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역본의 출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림 민담 완역본은 수많은 중역과 편역의 역사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런 만큼 그림 민담의 번역은 개인의 소산물이기도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완역본은 그림 민담이 가지고 있는 ‘천의 얼굴’, 즉 “무섭고 잔인한 이야기, 비윤리적이고 반도덕적으로 보이는 대목들, 혹독한 이기심, 무지막지함, 증오심, 인정사정없는 복수심, 소름끼치는 공포”(김열규 1999, 서문)를 보여주며, 마침내 민담에 내포된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2. 개별 번역 비평

1) 김창활 역의 <獨逸民譚說話集>(1975)

1975년에 출판된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100권에 수록된 김창활의 <獨逸民譚說話集>이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 민담 완역본으로 기록된다. 김창활은 자신의 번역이 완역으로는 전 세계에서 55번째라고 밝힌다. 또한 역자는 서문에서 1912년 판 Eugen Diederichs Verlag 판을 저본으로 사용했다고 기록한다. 이것은 1812년 그림 민담 초판본이 출판된 지 100년이 지나 1912년에 나온 ‘100주년 기념판’으로 총 202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같은 서지 사항이 중요한 이유는 KHM(Kinder- und Hausmärchen의 약자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을 말함) 100주년 기념판의 편집을 담당한 프리드리히 폰 데어 라이엔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순수 독일민담을 앞에 비치하는 등, 그림 민담 최종판(1857년, 7판)과는 완전히 다르게 목차를 꾸몄기 때문이다.

번역의 세부적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김창활 번역본의 첫 번째 텍스트인 <Märchen von der Unke>를 예로 들어 보기로 한다. 김창활은 이를 <두꺼비에 관한 동화>라고 옮긴다. <Märchen von der Unke>라는 제목 아래 세 개의 짧은 텍스트가 들어 있는데, 다음은 그중 세 번째 텍스트이다.


Die Unke kommt hervor, da fragt das Kind nach seinem Schwesterchen: “Hast du Rotstrümpfchen nicht gesehen?” Unke sagt: Ne, ik og nit – wie du denn? Huhu, huhu, huhu.


두꺼비가 나오면 아기는 두꺼비인 누이동생에게 물어봅니다. “너 빨간 양말 못 봤니?” 두꺼비는 대답합니다. “아니 나도 모르겠어. 도대체 왜 그러지? 후후, 후후, 후후.”(김창활 1975, 26)


의외로 김창활은 이 대목에서 단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운 오역(“두꺼비인 누이동생”)을 보여준다. Kind를 ‘아기’로 옮긴 것도 조금 어색하다.

다음으로 <룸펜스틸츠헨>(KHM 55)의 예를 들어보자.


Das hat dir der Teufel gesagt, das hat dir der Teufel gesagt, schrie das Männlein und stieß mit dem rechten Fuß vor Zorn so tief in die Erde, daß es bis an den Leib hineinfuhr, dann packte es in seiner Wut den linken Fuß mit beiden Händen und riß sich selbst mitten entzwei.


악마가 가르쳐줬구나! 악마가 가르쳐주었어! 하고 소리치면서 난장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른발로 발을 굴렀습니다. 어찌나 힘껏 굴렀던지 그 바람에 허리께까지 땅속으로 박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것에 또 화가 난 난장이는 땅위에 있는 왼발을 두 손으로 움켜쥐더니 그것을 두 동강으로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김창활 1975, 28)


위의 예문에서 보는 것처럼 ‘vor Zorn’ 앞에 놓인,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라는 부가적인 표현은 원문보다는 우리말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창활의 번역은 여기저기서 꽤 많은 오역을 보여주고 (‘그것을 두 동강으로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때때로 텍스트의 해석에 중대한 오해를 낳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창활은 <올 링크랑크 All Rinkrank>(KHM 196) 등 여러 텍스트에서 보여주듯, 엄밀한 번역보다는 개작이나 ‘다시쓰기 rewriting’에 가깝다.


2) 김열규 역의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동화선집>(1993)

김창활의 완역본이 나온 후 거의 20년이 지나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 김열규가 다시 그림 민담 완역본을 펴냈다. 이 판본은 1993년에는 춘추사에서, 1999년에는 현대지성사에서 다시 출판되었다. 1999년에 현대지성사에서 초판이, 2010년에 중쇄본이 나왔고, 2018년에 판형을 바꾸어 다시 출판된 이 번역본은 민담 대신 <어른들을 위한 그림형제 동화전집>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그는 Philipp Reclam jun. Gmbh. & Co.의 1980년 판을 기초로 했으며, 삽화는 마가릿 헌트(Margaret Hunt)가 영어로 번역한 <Grimm’s Fairy Tales>(1914)에 실린 그루엘(John B. Gruelle)의 삽화 가운데 뽑아서 실었다고 기술한다.

앞에서 인용한 <Märchen von der Unke>를(KHM 105) 다시 살펴보자. 그는 이것을 <두꺼비 이야기>로 옮긴다.


두꺼비가 나오자 아이는 자기의 여동생에 대해 물었습니다.

“혹시 빨간 양말을 신은 작은 소녀를 본 적이 있니?”

그러자 두꺼비가 대답했습니다.

“아니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너는 보았니? 꾸욱-꾸욱, 꾸욱-꾸욱-꾸욱.”(김열규 1999, 2:52)


이 대목에서 김열규의 경우는 Rotstrümpf를 ‘빨간 양말을 신은 작은 소녀’라고 옮겨 빨간 양말을 아이의 일부, 즉 소지품으로 보아 제유적으로 이해한다. 친절하게 풀어썼다고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김열규의 번역문은 원문보다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텍스트에서 das Kind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Es war einmal ein kleines Kind.). 하지만 김열규는 이 아이를 여자아이로 표상하는데, 결과적으로 여자아이가 이야기의 전체 맥락에 훨씬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열규는 곳곳에 원문에 없는 의성어(“고래고래”, “쿵쿵”, “쑥”)나 수식어를 추가적으로 삽입하기도 하는데, 이는 생생한 표현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그림 민담을 아동문학의 맥락에서 읽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그림동화의 천의 얼굴을 돌려주고, 어른들에게도 무의식의 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인간 심성의 원형 전모를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번역 의도를 밝힌다. 나아가 동화야말로 인간을 위한 ‘첫 이야기’, 곧 ‘근원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하면서, 아동문학과 구비문학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3) 김경연 역의 <그림형제민담집.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2012)

김경연은 1995년 그림 민담 전체를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출판한 바 있다(한길사 1995, 전 10권). 그것을 합쳐서 2012년에 <그림형제민담집.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란 제목으로 현암사에서 펴내었다. 이 합본은 1857년 최종판을 근간으로 하고, 어른들을 위한 판본으로 다시 구성되었다. 삽화는 Winkler Verlag München의 1963년 판본에 수록된 것을 선별적으로 사용하고, 한국 독자들을 위해서 20컷을 새로 그렸다고 밝힌다.

김경연은 그림 형제의 민담을 무엇보다 문학사적, 특히 독일 낭만주의 정신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이때 낭만주의를 “놀랍고 이국적인 것, 모험적이며,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것, 상상의 세계와 과거의 황금시대를 추구하는 것”(김경연 2015, 17)으로 이해한다. 나아가 민담을 경직된 이성의 법칙을 떠나 과거를 찬미하고 인간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근원성, 자연성, 완전성의 단계에 해당하는 문학의 원류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밝힌다(김경연 2015, 18).


두꺼비가 나오자 아이는 자기 동생이 어디 있는지 물어본다. 너, 내 동생 빨간 양말을 못 보았니? 두꺼비가 대답한다. 아니 못 봤어. 넌 봤어? 꾹꾹꾹.(김경연 2012, 558)


위에서 예로 든 <두꺼비 이야기>(KHM 105)의 번역문에서 김경연은 Rotstrümpf를 동생의 이름(혹은 별명)으로 이해한다. 이처럼 김창활이나 김열규의 번역에 비해 김경연의 번역은 ‘직역’ 혹은 축어적 번역에 가깝다. 추가되는 말이나 길게 늘어나는 부분이 없이 가급적 독일어 구조와 유사하게 머물면서 이른바 ‘학술적 번역’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학술적 번역은 일반적으로 자구(字句) 하나하나에 충실한 나머지 우리말로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김창활이나 김열규의 번역에서 번역자의 감정이입이 훨씬 더 느껴진다면, 김경연의 번역에서는 역자의 감정이나 파토스가 최대한 절제된다. 또한 김창활과 김열규가 ‘~했습니다’라고 높임체를 사용하는데 비해, 김경연의 판본은 전체적으로 ‘~했다’ 체를 사용한다. 종결어미 ‘했습니다’가 애초부터 동화 장르의 고유한 문체적 특징으로 오래 사용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경연의 번역은 어린이보다는 성인 독자를 상대로 한다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3. 평가와 전망

최초로 그림 민담을 완역한 김창활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오류를 범하지만, 자세히 비교해 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데, 그것은 희곡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을 직접 창작한 경험이 있는 그가 여러 군데서 작가다운 상상력과 문학적 글쓰기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이 번역본의 세로쓰기로 된 판형이나 현행 맞춤법과 다른 표기법도 오늘날의 독자에게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완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의 번역은 그림 민담 번역사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김열규는 자신이 독일어를 원전으로 삼았다고 밝히지만, 영역본의 영향을 곳곳에서 (올드 링크랭크, 마더 랜스롯 등) 영어 번역의 영향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수십 권의 저서를 낸 국문학자답게 그의 번역은 유려하다. 그의 번역에서는 군데군데 역자의 감정이입이 느껴지고 전반적으로 이야기꾼다운 부드럽고 감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독일문학 전공자인 김경연은 한국어판 비평본을 만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독일어에서 직접 옮긴 김경연의 번역은 앞의 두 완역본에 비해 반드시 가독성이 높다고 하기는 어렵고 이따금 사소한 실수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최대한 정확성을 추구하면서 학자다운 엄격함을 보여준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김창활(1975): 독일민담설화집. 을유문화사.
김열규(1993): 어른을 위한 그림형제동화선집. 춘추사.
김경연(2012): 그림형제민담집. 현암사.

안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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