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groschen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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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1898-1956)의 극

서푼짜리 오페라
(Die Dreigroschenoper)
작가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
초판 발행1928
장르


작품소개

서사극 이론을 창시한 브레히트의 가장 대표적인 극작품(작곡: 쿠르트 바일)으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 형식을 빌려, 영국 자유당 내각에 대한 정치적 풍자를 담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1728)를 1920년대를 배경으로 개작한 것이다. 런던의 강도 두목인 매키 메서는 구걸 사업과 매춘업을 병행하는 피첨과는 경쟁 관계인데, 피첨 부부가 미래의 보험으로 생각하는 딸 폴리를 꾀어내 그녀와 결혼한다. 화가 난 피첨 부부는 경찰청장 브라운의 비호를 받는 매키가 붙잡히게 그를 흠모했던 창녀 제니에게 그를 밀고하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체포된 매키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 집행일 새벽 감옥 앞에서 폴리와 매키의 아이를 밴 브라운의 딸 루시는 매키의 재산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데, 정작 매키는 사형 집행 직전 여왕의 사면으로 구제받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와 결말은 브레히트가 의도한 ‘낯설게 하기’ 방법의 하나며, 작품에서는 이외에도 극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노래의 삽입, 극중극 형식(해적의 제니), 내용 예고 등 다양한 낯설게 하기 기법들이 활용된다. 당대 시민 사회를 풍자하는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민 사회의 열광적 호응에 힘입어 1928년 초연 후 1년 동안 4,200여 회의 공연, 1933년까지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유럽에서만 1만 회 공연을 달성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작품은 연극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영화화되지만, 상업적 성공을 우선시했던 영화사와 감독 측은 브레히트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브레히트를 시나리오 작업에서 배제하면서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브레히트는 영화사의 상업주의적 노선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자본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예술 생산 수단(영화)의 속성을 비판하는 에세이 <서푼짜리 소송>과 소송 과정을 모티브로 한 <서푼짜리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87년 임한순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한마당).


초판 정보

Brecht, Bertolt(1928): Die Dreigroschenoper. Ein Stück mit Musik in einem Vorspiel und acht Bildern nach dem Englischen des John Gay. Übersetzt von Elisabeth Hauptmann. Musik von Kurt Weill. Wien/Leipzig: Universal-Edition A. G.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서푼짜리 가극 四川의 善人 한마당 문예 2 베르톨트 브레히트 임한순 1987 한마당 9-114 편역 완역
2 서 푼짜리 오페라 세계의 현대희곡 열음희곡선 5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원양 1991 열음사 16-107 편역 완역
3 서푼짜리 오페라 사천의 선인 브레이트희곡선 2 베르톨트 브레히트 임한순 1997 한마당 7-148 편역 완역 1985년 초판의 개정판
4 서푼짜리 오페라 브레히트 희곡선집 1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고전총서 24-1 베르톨트 브레히트 임한순 2006 서울대학교 출판부 3-137 편역 완역
5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범우희곡선 34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화임 2008 범우사 15-190 완역 완역
6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지만지고전천줄 6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원양 2008 지만지 21-127 편역 편역 천줄읽기
7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범우희곡선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화임 2011 범우 15-190 완역 완역 2011년 초판발행이라 표기되어있으나 2008년판본과 거의 동일
8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지식을만드는지식 희곡선집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원양 2011 지식을만드는지식 5-163 완역 완역
9 서푼짜리 오페라 브레히트 선집 1 브레히트 선집 1 브레히트 이원양 2011 연극과인간 184-287 편역 완역
10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은희 2012 열린책들 8-54 편역 완역
11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남자는 남자다 을유세계문학전집 54 베르톨트 브레히트 김길웅 2012 알래스카인디고 135-265 편역 완역
12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살아남은 자의 슬픔 World book 231 베르톨트 브레히트 백정승 2014 동서문화사 11-98 편역 완역
13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지식을만드는지식 희곡선집 큰글씨책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원양 2014 지식을만드는지식 5-163 완역 완역
14 서푼짜리 오페라 서푼짜리 오페라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원양 2019 지만지드라마 5-169 완역 완역


번역비평

<매키 메서의 노래> [1] 가사 번역을 중심으로


1. 번역 현황 및 개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연극을 통해 전파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첫 데뷔를 한 것은 1988년 12월 10일 호암아트홀에서의 <서푼짜리 오페라> 공연으로 기록된다. 이는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이미 브레히트의 동시대인 1930년대부터, 중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브레히트에 주목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으로 이념 작가 브레히트를 평생 따라다녔던 ‘검열’의 그림자가 냉전의 최전선에 자리했던 우리나라에도 드리워졌던 탓이 크다. 서울 올림픽으로 기억되는 1988년 브레히트가 공식적으로 공연될 수 있었던 것도 ‘공산권 경제·문화 개방정책’[2]에 의해 당시 금서 목록에 올라 있던 브레히트의 작품들이 해금되었기 때문이었다.[3]이리하여 정작 독일에서는 이미 브레히트라는 큰 그림자의 극복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던 시기에 국내에서는 브레히트의 본격적인 수용이 이뤄지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졌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대중의 호평 속에 막을 내린 국내 초연에 이어 한동안 여러 연출가에 의해 무대에 올랐으나, 한국에 너무 늦게 도착한 이 작품(과 나아가 브레히트)의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길지 않은 인기의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첫째, 유럽의 연극사와 그 전개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제되지 않는 한 아리스토텔레스적 극(그리고 이러한 환상극으로 대변되는 구태적 시민사회)에 대한 반기로서의 서사극의 혁신적인 전복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연문화에서 (연)극성과 서사성은 서로 대립적이거나 모순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도 여기에 일부 기여한다.[4]둘째, 이미 국내에도 안착한 포스트모던이 주도하는 예술관 속에서 이념에 매여 있는 브레히트 극은 시대에 역행하는 인상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덧붙여 <서푼짜리 오페라>가 본격적인 음악극이라는 점, 엄밀하게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배우와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갖춰야 한다는 점 또한 공연의 어려움을 가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푼짜리 오페라>의 국내 번역 종수는 현대 독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대표작임을 고려하면 그다지 많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브레히트가 너무 늦게 국내에 수용된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드라마의 번역에 소극적인 우리 출판문화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기준 <서푼짜리 오페라>의 번역 종은 최초의 번역인 임한순의 <서푼짜리 가극>을 포함 총 26종이 검색되며, 이 번역 종들을 다시 번역자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1종의 어린이 도서를 제외하고 총 7명의 번역자, 즉 임한순, 이원양, 박성환, 김화임, 김길웅, 이은희, 백정승에 의해 번역되었음이 확인된다. 번역 양상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번역가로 활동한 박성환과 백정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번역자가 본격적으로 브레히트를 전공했거나 독문학을 전공한 학자라는 점이다. 둘째, 번역서의 출간은 크게 두 시기에 집중해 있다. 첫 번째 시기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 두 번째 시기는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이다. 해금이 동력이 되어 준 첫 번째 시기에는 1987년 임한순, 1991년 이원양, 1995년 박성환의 번역이 나왔다. 두 번째 번역 시기에는 역시 독문학자들인 김화임(2008년), 김길웅(2012년), 이은희(2012년)의 번역이 새로 나왔다. 이 시기에는 기존 번역자였던 임한순과 이원양도 각각 2006년 및 2008년 출판사를 달리하여 새로운 번역을 내놓았는데, 이 때문에 2006년부터 2014년에 사이 실질적으로는 총 6종(2014년 백정승 번역 포함)의 번역본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번역 시기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이 번역들이 대중적으로나 학계에서 브레히트에 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분위기 속에서 출간되었다는 점이다.[5]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2006년은 브레히트의 사후 만 50년이 되는 해로 브레히트 작품의 저작권이 해제되는 해였다.[6]둘째, 이 시기에 다수의 대형 출판사들이 세계문학전집이나 전문 시리즈 도서 출간에 열중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두 번째 번역 시기에 출간된 모든 번역 종이 특정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또는 드라마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볼 때 극작가 브레히트의 시의성은 사라졌다 하더라도 브레히트와 그의 초기 대표작 <서푼짜리 오페라>가 중요한 고전이라는 것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합의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본 번역 비평에서는 총 7종의 번역 중에서 임한순의 번역부터 이원양, 김화임, 김길웅, 이은희의 번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임한순과 이원양의 번역의 경우 첫 번째 시기 번역과 두 번째 시기 번역을 함께 비교한다.

<서푼짜리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은 오페라를 표방하며 오페라를 패러디한다는 것이다. 1728년 런던에서 성황리에 공연된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는 정확히 200년 후인 1928년 베를린에서 메가 히트의 포문을 열었다(이 작품은 이미 1933년 전 세계적으로 일만 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존 게이는 당시 유행하던 오페라의 형식을 패러디하여 당대의 정치 현실을 풍자하고, 브레히트 역시 오페라의 형식에 빗대 자본주의의 민낯을 폭로한다. 오페라를 패러디하기 위해 오페라 형식을 차용한다는 사실은 음악이나 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번역 비평에서도 가장 주목할 지점이 바로 번역가가 노래 가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원래 노래 가사의 번역은 다분히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행해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번역가의 비가시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배우가 공연하는 외국 뮤지컬이나 더빙된 음악 영화(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 등 포함)를 떠올려 보면 노래 가사 번역과 번역가의 상황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런데 <서푼짜리 오페라>가 오늘날 거의 공연되지 않고, 주로 읽히는 작품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여기 수록된 노래 가사들은 가사가 아닌 시처럼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본 번역 비평이 제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악보가 보이지 않는) 공연되지 않는 음악극 속 가사의 번역’이라는 기묘한 상황을 번역자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서푼짜리 오페라>에는 <매키 메서의 노래>, <대포의 노래>, <해적의 제니>와 같은 대표곡을 포함 총 19편의 가사가 있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는데, 본고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고려하여 <매키 메서의 노래>[7]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번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 곡은 <서푼짜리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8]둘째, 여기 수록된 상당수의 곡이 레치타티보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어 운율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반면, 이 곡은 ‘폭스트롯풍’으로 작곡되어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운율을 지니고 있다. 셋째, 이 노래 가사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의 제한 속에서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한 은유인 ‘살인강도 강간범 매키스’를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과 서곡으로서 작품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응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노래 제목을 구성하는 독일어 단어 ‘Moritat’는 ‘Mordtat(살인 행위)’에서 유래한 단어로, 이 낯선 용어는 개별 번역자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상이하게 번역된다. 번역자들이 여기에 상응하는 번역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다 보면, 번역에 대한 번역가의 태도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2. 개별 번역 비평

1) 임한순 역의 <서푼짜리 가극>(1987)<서푼짜리 오페라>(2006)

<서푼짜리 오페라>의 첫 번역은 임한순이 편역한 <四川의 善人>에 <서푼짜리 가극>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같은 선집에는 <서푼짜리 가극>, <四川의 善人> 뿐만 아니라 <예, 아니오(예스-맨과 노우-맨)>, <예외와 관습>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마당 출판사에서 나온 이 선집은 1987년의 초역본 이외 1993년에 재판이 나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임한순은 2006년 기존의 번역을 상당 부분 개정 보완하고, 여기에 <갈릴레이의 생애>를 추가함으로써 브레히트 극의 초기, 중기, 후기 중요한 작품들을 망라하여 브레히트의 극세계를 압축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선집을 선보였다(서울대학교출판부). 임한순은 2006년의 새로운 번역에서 1987년 번역을 쇄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합하면서도 유려하고 정제된 언어로 가독성을 성취하였다. 2006년 번역본이 지닌 고유한 특징은 무엇보다 <매키 메서의 노래>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우선 그는 제목을 <매키 메서의 살인 노래>라고 번역하였다. 타 번역에서는 ‘장타령’, ‘발라드’와 같은 번역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임한순은 이 용어들이 이미 내포하고 있는 형식적 개념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주제에 해당하는 살인과 중립적인 노래라는 단어를 결합한다. 특히 그는 번역 후기에서도 여러 번 ‘노래(song)’의 번역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의도를 가시화하기 위해 <매키 메서의 살인 노래>를 두 가지 버전으로 번역하여 병기하고 있다. 즉, 한쪽에는 비교적 내용을 충실히 담아낸 운문의 번역을, 다른 한쪽에는 악보상의 2분의 2박자를 고려한 가사의 번역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악보에서 보는 것처럼 이 곡은 음악적으로는 2/2박자로 한 마디에 두 번의 박자가 들어간다. 따라서 원래 곡에서는 Und, Hai-, fisch, der, Zäh-, ne, und, trägt, er, im, Gesicht에 박자(강세)가 놓인다. 이를 임한순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상어 그놈은 이빨이 달려
얼굴에 버젓이 달고 다니죠.
매키스, 이놈은 칼을 품어도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요. 
[…]
밝은 대낮 화창한 일요일에
남자 죽어 강가에 너부러졌소.
모퉁이 돌아가는 사내 하나
칼잡이 매키의 짓이라오.
상어 놈은 이빨 달려
얼굴에 다 보여도
매키스가 품은 칼은
눈에 띄지 않아요. 
[…]
밝은 대낮 일요일에
강변 남자 죽으니,
모퉁이를 도는 사내
칼잡이 매키 짓일세.

오른쪽의 가사 번역[9]을 보면 대략 한 행이 8음절, 또는 7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사를 악보에 대입시키면, 한 마디당 2박자(2분의 2박자)를 대개 2음절로 구성된 단어로 대체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임한순은 <서푼짜리 오페라>의 다른 노래의 번역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번역을 병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번역된 운문을 악보에 대입해보면, 바로 ‘가사’로 활용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임한순이 전반적으로 곡의 번역과 관련해서는 악보를 염두에 두고 번역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2) 이원양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1991/2008)

이원양은 1991년 송동준이 편찬한 <세계의 현대희곡. 유럽편 1. 독일>(열음사)에 실린 <서푼짜리 오페라>를 번역한 이래, 2008년 지만지 출판사를 통해 <서푼짜리 오페라>의 새로운 번역을 출간했고, 이 번역은 2011년 한국브레히트학회가 발간한 <브레히트 선집> 1권에도 실렸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두 시기에 걸쳐 출간된 이원양의 번역도 상당한 수정을 거쳐 완성도를 더해간다. 지만지 출판사의 <드라마 시리즈>로 출간된 이원양의 번역은 지금까지 재판이 가장 많이 나온 번역이기도 하다.

1991년 번역
매키 메서의 비행을 주제로 한 노래 
[…]
그리고 유대인 마이어가 사라졌는가 하면
다른 부자들도 꺼져 버렸지
그런데 그 돈은 매키 메서가 가졌다네
증명할 수는 없는 일.
2008년 번역
매키 메서의 살인극을 노래하는 장타령 
[…]
슈물 마이어가 실종되고 
다른 부자도 꺼져 버렸네. 
돈은 매키 메서가 가졌다오.
증명할 수는 없는 일이오.

위의 표는 1991년 열음사의 번역과 2008년 지만지 출판사 번역에 실린 제목과 한 연을 발췌한 것이다. 이원양은 제목의 ‘Moritat’를 상세하게 풀어쓰는 방식을 택하여, 첫 번역에서는 ‘비행을 주제로 한 노래’로, 새로운 번역에서는 ‘살인극을 노래하는 장타령’이라고 번역했다. 또한 두 번역의 비교를 통해 전체적인 분량이 짧아진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말하자면 ‘운문 번역’에서 ‘가사 번역’으로 전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어낼 수 있다.

‘살인극’이라는 제목의 번역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두 번째 번역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서술 어미를 달리하여 대화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연이 특정한 사건을 보고하는 사람과 그에 답하는 사람으로 분리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제니 타울러가 발견됐는데/가슴에는 칼이 꽂혀 있네/부둣가엔 매키 메서가 서성거리지만/아무것도 몰랐다오). 원문에서는 다성적 또는 대화적이라 할 법한 명시적 단서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저 유명한 <서푼짜리 오페라> 영화의 영상에서도 한 명의 가수가 노래하고 있으며, 이는 대개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 노래를 ‘(살인)극’으로 설정한 것은 이원양의 아이디어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우선 ‘보고하고 답하기’는 재즈에서 많이 활용되는 ‘call and response’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 자체로 리듬감을 형성해낸다. 또한 ‘서사극에 대한 한 실험’이라는 부연 설명으로 수식되는 <서푼짜리 오페라>의 모든 노래가 낯설게 하기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 가수에게 두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가수는 노래로부터 거리를 확보하고, 관객도 노래로부터 거리를 확보하게 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번역가는 음악 없이 텍스트로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가사적인 차원에서 낯설게 하기를 강화할 방법을 모색한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곡을 실제 연주로 들으면 단조롭고, 반복적인 밝은 음색과 매키 메서의 살인, 강간, 강도와 같은 끔찍한 범행에 관한 가사가 만들어내는 부조화와 낯섦이 훨씬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3) 김화임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2008)

이 번역본은 <범우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되었다. 이 번역본에서 처음 눈에 띄는 부분은 번역 후기가 작품보다 앞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번역가는 ‘선행’하는 번역 후기를 통해 ‘오페라’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에 관해 설명하는 동시에 <서푼짜리 오페라>가 ‘오페라’를 패러디하고 있는 작품임을 분명히 한다.

이 번역본은 악보에 기반해 가사가 번역된 것 같지는 않지만, 번역 후기를 통해 독서 전에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하여, 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번역본의 <매키 메서의 노래> 번역에서 눈에 띄는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 번역에서는 이원양의 2008년 번역과 마찬가지로 ‘Moritat’를 ‘장타령’으로 번역하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지문은 ‘장타령 가수가 장타령 한 곡조를 뽑는다 Ein Moritatensinger singt eine Moritat’라고 번역하였다. ‘Moritat’에 대응하는 적절한 우리말이 없기에 번역가는 필연적으로 단어를 고안해 내야만 한다. 이때 해결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식어의 사용 등을 통해 비슷한 의미를 조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비슷한 단어를 찾아내어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임한순의 번역이 첫 번째에 해당한다면, ‘장타령’과 ‘곡조를 뽑는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김화임의 번역은 두 번째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후자의 장점은 입체적인 친근함일 것이다. 장타령이라는 단어를 통해 군중이 붐비는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유흥거리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때로는 지나친 친절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Moritat’와 장타령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번역은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와 다름을 소거해 버림으로써 독자의 지적 유희와 상상적 공간을 앗아갈 위험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두 번째 지점은 <매키 메서의 노래> 마지막 문장 ‘Mackie, was war dein Preis?’라는 문장이다. 다른 번역에서 주로 ‘대가’, ‘죗값’으로 번역된 ‘Preis’를 번역자는 ‘상금’으로 번역했다. 그래서 문장 전체는 ‘매키, 너의 상금은 얼마나 될까?’가 된다. 총 7종의 번역에서 이 문장을 ‘상금’으로 번역한 것은 이 번역본이 유일하고, 이와 유사한 모호한 뉘앙스로 번역된 것은 다음에서 살펴볼 이은희의 번역본이다. 이은희는 이 문장을 ‘매키, 그래서 넌 뭘 얻었지?’로 번역하고 있다. 대부분의 번역자가 ‘Preis’를 ‘대가’나 ‘죄값’으로 번역함으로써 브레히트의 명료한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자 했다면, 두 여성 번역자의 번역은 원문에서 사용된 ‘Preis’라는 단어의 모호함을 그대로 남겨 둠으로써 브레히트의 도그마적 강경함을 시대 분위기에 걸맞게 완화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된다.


4) 김길웅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2012)

독문학자 김길웅의 <서푼짜리 오페라> 번역은 <을유세계문학전집> 제54권으로 출간되었으며, <남자는 남자다>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1988년 출간된 브레히트 전집에 수록된 <서푼짜리 오페라>의 최종 판본이 아닌 초판본을 저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 이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번역가는 ‘브레히트가 이 연극 유형을 구상했던 초기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피력하고 있다.[10]

김길웅의 번역 또한 악보에 기반한 번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김화임의 번역에서 노래의 어미에 ‘~네’, ‘~요’, ‘~니다’, ‘~죠’ 등 다양한 어미가 뒤섞여 사용됨으로써(이 어미의 처리는 대화체를 지향하는 이원양의 어미와는 다르다) 텍스트적 차원의 낯설게 하기 효과가 발생한다면, 김길웅은 ‘~네’라는 어미를 규칙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각운을 통한 운율 효과를 강조한다.

이 번역의 가장 큰 특징은 원어에 충실한 번역을 일관되게 실천한다는 점이다. 우선 그는 <매키 메서의 노래>에 등장하는 고유명사 ‘Schmul Meier’를 이름 그대로 ‘슈물 마이어’라고 번역한다. 총 7종의 번역에서 이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은 김길웅 외에는 이원양의 2008년 번역이 유일하다. 다른 번역가들은 ‘슈물’이라는 낯선 이름 대신 ‘유대인’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이름은 히브리어에서 기원한, 주로 유대인들이 많이 쓰는 이름이다. 어쩌면 브레히트도 유대인임을 암시하기 위해 흔치 않은 유대 이름을 차용했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슈물을 유대인으로 대체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아주 드물더라도 통계상 유대인이 아니면서 슈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슈물 마이어가 등장하는 연은 살해당하는 부자와 그들의 돈을 빼앗는 매키 메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슈물을 유대인으로 대체해 버리면 (어떤 사유적 연상작용도 없이) 곧바로 ‘유대인 = 부자’의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슈물을 유대인으로 대체하지 않는 번역가의 기조는 속담의 번역에서도 나타난다. 번역가는 독일어 속담을 우리나라 속담으로 대체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schlag’ dem Faß nicht den Boden aus!’와 같은 관용구는 ‘통의 바닥을 깨지 말아라’라고 직역하고, ‘Wie man sich bettet, so schläft man’은 ‘자리를 까는 대로 거기서 자는 법’이라고 직역했다. 번역자가 상응하는 한국어 속담을 찾지 못해 그렇게 번역한 것은 아니다. 미주를 통해 ‘산통을 깬다’와 ‘뿌린 대로 거둔다’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미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문맥에 맞춰 이 속담의 의미가 무엇일지 추론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번역은 적극적이고 지적인 독서행위를 자극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5) 이은희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2012)

이 번역본은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중 하나로 출간되었으며, <억척어멈과 자식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브레히트 전공자인 이은희의 <매키 메서의 노래> 번역 또한 악보에 기반한 가사적인 번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번역에서는 ‘Moritat’를 ‘거리의 발라드’로 번역하고 있다. 이야기를 담은 노래라는 점에서 ‘발라드’는 ‘Moritat’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를 발라드로 번역하면, 작가가 굳이 발라드를 두고 ‘Moritat’를 선택한 연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뉘앙스의 차이는 번역어에 묻히는 아쉬움이 발생한다. 특히, 발라드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발라드 고유의 형식 등 이 개념어가 끌어들이는 콘텍스트로 인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Moritat’에 대한 각양각색의 번역어들은 이 단어 앞에서 머뭇거리며 고뇌하는 번역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Moritat’라는 단어가 번역되는 양상을 살펴보면, 어떤 번역어의 선택이 반드시 옳고 그름 또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자 하는 것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번역본의 강점인 브레히트 전공자에 의한 치밀하고 정합한 번역은 ‘Strand’라는 단어의 번역에서 재차 확인된다.

An’nem schönen blauen Sonntag
Liegt ein toter Mann am Strand. 
Und ein Mensch geht um die Ecke
Den man Mackie Messer nennt. 
화창하고 청명한 일요일, 
스트랜드 가에 한 사내가 죽어 있네.
누군가 모퉁이로 사라지니
그 이름은 매키 메서. 

이은희를 제외한 모든 번역에서 독일어 밑줄 부분은 ‘강가에서’로 번역되어 있다. 바로 앞 연에서 템즈강이 언급되기 때문에, 번역자들은 ‘am Strand’를 거의 반사적으로 ‘강가에서’로 번역한 것 같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번역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정황들이 발견된다. 우선 매키 메서의 활동 배경은 ‘런던’이다. 따라서 번역가들이 ‘강가’라는 단어를 선택했을 때는 우선 ‘템즈’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이 생긴다. 복잡한 런던 시내를 관통하는 템즈강의 주변을 ‘Strand’라고 칭했을까? 실제 Strand는 모래사장이 포함된 물가, 즉 백사장이 있는 물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런던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인, 강도, 강간을 저지르는 매키 메서의 활약상이 이 노래의 소재라는 측면에서, 이 장면은 새로운 장소에서 일어난 새로운 살인사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즉 바로 앞 연에선 템즈강에 죽인 사람을 던져버리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데, 이 연에서는 런던의 번화가 ‘스트랜드’에서 죽은 사람이 또 발견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랜드 가’가 언급되는 바로 다음 행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간다’는 문장에서는 살인 직후 재빠르게 살인 현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남자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피살자가 도심이 아닌 강가에서 발견된 것이라면, 2번째 연과 3번째 연 사이에 물리적 시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노력이 담긴 다양한 번역 종의 출간 덕분인지 <서푼짜리 오페라>의 <메키 메서의 노래> 번역에서는 오역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강가에서’는 대부분의 번역본에서 발견된 거의 유일한 실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번역자의 서투름 때문이 아니고 오히려 번역자들이 독일어에 너무 능숙하기 때문에 저지를 수밖에 없는 실수일 것이다. 이은희의 수정된 번역 이후 출간된 2014년 백정승의 번역에서 번역자가 ‘스트랜드 가’라는 번역어를 택한 것에서 집단 지성을 통해 진화해가는 번역의 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다양한 번역 종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3. 평가와 전망

본고에서는 <서푼짜리 오페라>를 중심으로 시의 번역과는 또 다른 ‘노래’의 번역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하였으며, 개별 번역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타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가 비록 읽는 행위를 통해 접하는 텍스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래(song)임을 상기시키는 번역도 있었고, 노래에 대화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리듬감을 살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또는 번역서를 일종의 레제드라마(Lesedrama)로 전제하고, 노래 가사를 보통의 운문처럼 번역하는 시도들도 많았다. 노래의 번역에 임하는 번역자들의 태도의 다양성은 ‘Moritat’라는 생소한 노래 장르를 번역하는 방식에서도 재차 확인된다. 어떤 번역자는 원어의 뜻에 최대한 가까워지고자 했으며, 또 어떤 번역자는 우리말에서 최대한 가까운 단어를 찾으려고 고심하기도 했다. 다만 후자의 번역이 반드시 자국화하는 (민족주의적) 번역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는 것은 독일어-한국어, 또는 독일문화-한국문화의 관계가 서로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 친근성을 지닌 서구 국가 간의 관계와는 다르고, 서구의 문화가 멀고 생소한 사람들에게 이 문화를 친근하게 매개할 필요성이 우리에겐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푼짜리 오페라>의 번역에서 나타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앞으로의 번역은 선행 번역들이 던져준 이러한 질문과 고민들을 수렴해나가는 번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임한순(1987): 서푼짜리 가극. 한마당.
임한순(2006): 서푼짜리 오페라. 서울대학교출판부.
이원양(1991): 서푼짜리 오페라. 열음사.
이원양(2008): 서푼짜리 오페라. 지만지.
김화임(2008): 서푼짜리 오페라. 범우사.
김길웅(2012): 서푼짜리 오페라. 을유문화사.
이은희(2012): 서푼짜리 오페라. 열음사.


5. 참고문헌

송희영(2008): 한국과 일본에서의 브레히트 수용 소고(小考). 독어교육 43, 255-274.

양시내
  • 각주
  1. 번역자마다 제목의 ‘노래’를 조금씩 다르게 번역하고 있다. 독일어 원어(Die Moritat von Mecki Messer)를 고려할 때 ‘노래’가 정확한 번역은 아니나, 본고에서는 상이한 번역 사이에서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매키 메서의 노래>라고 칭한다.
  2. <공산권과 문화교류에 진일보>. 중앙일보. 1988.06.22. 실린 곳: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49069(검색일: 2022.2.10).
  3. 해금되기 전까지 브레히트가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브레히트 키즈라고 할 법한 프리쉬나 뒤렌마트의 극작품에 나타난 브레히트의 흔적을 통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 등이 소개되었으며, 브레히트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논문들도 드물게나마 발견된다. 1972년 브레히트의 연극론에 관한 영미권의 논문이 국내 학술지에 수록되기도 했고, 송동준은 1976년 브레히트의 서사극에 관한 논문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공연과 관련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학교와 학생을 중심으로 공연된 것이 확인된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극단 <프라이에 뷔네>는 이미 1970년대 초 브레히트 공연을 수 차례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일례로 1985년 서울대 독문과에서 <사천의 선인>을 무대에 올리려다 좌초된 일화 등을 고려할 때 대학이나 학계에서의 브레히트에 대한 관심은 결과물로 나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서울대학교 대학신문사: <獨文學科 브레히트 연극 <泗川의 善人> 무산돼. 1985.9.9. 대학신문. 실린 곳: https:// ap01-a.alma.exlibrisgroup.com/view/UniversalViewer/82SNU_INST/12741918360002591#?c=0&m=0&s=0&cv=0&xywh=223%2C2843%2C2887%2C1163 (검색일: 2022.2.10)).
  4. 국내에서 마당극과 결합된 형태로 한동안 꾸준히 공연되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더 오래, 그리고 더 자주 공연된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5. 국내 브레히트 수용 및 연구 현황에 관한 송희영의 논문에 의하면 브레히트 관련 논문이 1970년대에는 9편, 1980년대에는 61편, 1990년대에는 211편 발표되었고 이 숫자는 1990년대 정점을 찍고 다시 2000년대로 들어가면서 하강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송희영 2008, 259 참조).
  6. 국내에서 저작권은 2013년 7월 1일부터 사후 70년으로 연장되는데, 그 이전에 이미 저작권 보호 기간인 50년이 경과했다면 저작권은 만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1963년 이전에 사망한 자에 대한 저작권은 2013년에 이미 소멸했으므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고, 1963년부터 사망한 자는 신법에 따라 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연장된다. 따라서 1956년 사망한 브레히트의 국내 저작권은 사후 50년을 적용받아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독일에서는 2027년 소멸한다).
  7. 이 곡은 주목받으려던 주연 배우의 요구에 의해 1928년 베를린 초연 직전에 삽입되었다고 전해진다.
  8. 이 곡은 <칼잡이 맥>(Mack the Knife)이라는 제목으로 1950년대 이후 영미권에서 재즈로 편곡되어 독자적인 곡으로 인기와 명성을 누려왔다. 이 곡을 편곡하여 연주한 유명 음악가로는 루이 암스트롱(1955), 바비 다린(1959), 엘라 피츠제럴드(1960), 로비 윌리엄스(2001) 등을 언급할 수 있다. 특히 바비 다린의 <칼잡이 맥>은 빌보드차트 9주 연속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9. 이하 편의상 본고에서는 보통의 운문 번역은 ‘운문 번역’으로, 즉시 노래 가사로 활용 가능한 번역은 ‘가사 번역’으로 칭한다.
  10. 다만, 이 판본이 1928년의 초판본과 다른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1928년 초판본에는 <매키 메서의 노래>가 9연이 아닌 6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길웅의 번역은 다른 번역과 동일하게 9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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