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종족 (Josefine, die Sängerin oder das Volk der Mäuse)"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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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歌姬 요제피네 || 城, 變身 外(성, 변신 외) || (三省版)世界文學全集((삼성판) 세계문학전집) 2 || 프란츠 카프카 || 金晸鎭 || 1974 || 三省出版社 || 440-457 || 편역 || 완역 ||
 
| 1 || 歌姬 요제피네 || 城, 變身 外(성, 변신 외) || (三省版)世界文學全集((삼성판) 세계문학전집) 2 || 프란츠 카프카 || 金晸鎭 || 1974 || 三省出版社 || 440-457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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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歌姬 요제피네 || 城 變身 短篇選 || 三省版 世界文學全集 2 || 카프카 || 金晸鎭 || 1974 || 三省出版社 || 440-470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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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가희 요제휘이네 || 굶는 광대 || || 프란츠 카프카 || 金昌活 || 1978 || 태창出版部 || 82-108 || 편역 || 완역 ||
 
| 3 || 가희 요제휘이네 || 굶는 광대 || || 프란츠 카프카 || 金昌活 || 1978 || 태창出版部 || 82-108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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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 현황 및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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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은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소설로 1924년에 나온 모음집 <[[단식광대 (Ein Hungerkünstler)|단식광대]]>에 실린 4편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김정진이 1974년에 처음으로 <歌姬 요제피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삼성판) 세계문학전집 속에 <城, 變身 外>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사에서 출판하였고, 2020년에 박병덕이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이라는 제목으로 세계문학의 제37권으로 낼 때까지 총 17명의 번역가(김정진, 김창활, 홍경호, 최준환, 박환덕, 송영택, 안성암, 이주동, 권세훈, 박철규, 홍성광, 이준미, 박민수, 김진언, 김재희, 김해생, 박병덕)가 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카프카의 작품 중 상대적으로 늦게 번역이 시작되었으나 여러 번역가가 번역을 시도했고, 특히 소위 카프카 전문가들이 많이 가세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독자적 단행본보다는 자주 세계문학이나 카프카 문학선집 안에 포함되어 출판되었으며 아동용으로 여러 차례 각색된 것도 특기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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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목 번역의 변천사가 흥미로운데 이는 작품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 번역 시에 <가희 요제피네>로 번역이 되었는데, 비록 텍스트의 내용과 부합하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여가수”를 뜻하는 용어인 “가희”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특기할만하다. 홍경호에 의해 제목이 <歌姬 요제피네: 혹은 쥐의 種族>으로 부제까지 전부 번역이 되었고, 이때 사용된 부호인 쌍점 “:”은 원본과는 차이가 나며 앞뒤 연결의 의미를 대립으로 변환시킨다. 최준환은 1989년 <요제피네라는 가수>로 번역하여 처음으로 가희 대신 가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주동은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鼠氏族>으로 번역함으로써 문장부호, 순서와 구분 및 젠더 표기까지 원작에 대응해서 살리고 의미들을 모두 옮겼다(2020년의 번역에서는 서씨족을 쥐의 종족으로 수정하였다). 영어로 번역될 때는 보통 <Josephine the Singer, or the Mouse Folk> 혹은 <Josephine the Songstress or The Mouse Folk>로 번역된다. 차이 나는 번역들은 어휘뿐 아니라 주제목과 부제목을 모두 번역하느냐, 일부만 번역하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제목에 있는 쉼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다. 점차 제목 전체를 번역하는 추세이며 쉼표는 초기에는 무시되거나 콜론(:)을 사용하거나 쉼표를 사용할 때도 원문과 다르게 가운데에 위치시켰었으나, 최근의 번역들은 원문과 같은 위치에 쉼표를 위치시켜, 개인 요제피네와 가수라는 직업의 긴장을 살리고 또한 쥐의 무리에 속하지만 동시에 쥐의 족속들과 다름을 강조한다. 뒤늦게 번역이 시작되었지만, 이 난해한 단독 작품에 대한 독립 연구논문이 8편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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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별 번역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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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이 소설은 가수 요제피네와 그녀 노래의 독특한 특성에 대한 기술들, 그리고 전체 종족에게 이 노래가 갖는 의미와 역할과 더불어 마지막 부분에서는 요제피네의 노동 면제 요구와 사라짐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앞서 제목 번역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일반화하여 개인과 개인이 속한 종족/민족 혹은 사회와의 문제를 다룬다고도 볼 수 있고, 혹은 특수화하여 특정 종족의 역사 및 운명, 즉 유대인의 운명을 다루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요제피네가 가수이기 때문에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문제를 주제화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카프카의 여타 동물 이야기들과의 장르적 연관성 속에서 읽기도 하며, 최근에는 심층심리학에서의 접근이 돋보인다. 이러한 연구사, 수용사의 궤적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번역에 반영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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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번역 비평에서는 작품의 시작과 말미의 주요 장면들에 대한 번역과 함께 “민족/종족 Volk”, “음악 Musik”, 쥐의 소리인 “Pfeifen” 등의 핵심 어휘의 번역과 문체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이미 17인이 번역하였으나 박철규의 <춤추는 요제피네>(2007)처럼 원작과 거리가 먼 번역들은 제외하고 되도록 많이 읽히는 완역본을 중심으로 비평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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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진(1974)| 김정진 역의 <歌姬 요제피네>(1974)]]<span id="김정진(1974)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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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은 1974년에 <歌姬 요제피네>를 <[[성 (Das Schloß)|성]]>, <[[변신 (Die Verwandlung)|변신]]>, <[[유형지에서 (In der Strafkolonie)|유형지에서]]>, <어느 개의 회상>,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이 번역하여 세계문학전집 2권에 수록하였는데 이것이 최초 한국어 번역이다. 김정진은 작품 끝에 수록 작품에 대한 간결한 역자 해석을 덧붙였고 요제피네의 노래는 쥐의 울음소리로서 예술가가 처해있는 상징이며 쥐의 족속은 “유태민족”을 상징한다고 본다. 즉 이 간략한 해설 속에서도 작품 해석의 중요한 단초들을 짚어주는데, 한편으로는 예술가 문제를, 다른 한편으로는 유대인의 집단적 문제를 주제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김정진은 이 작품의 큰 매력은 “상징하는 뜻이 카프카 자신의 심장에 가까이 밀착”(482)하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즉 많은 다른 역자들처럼 김정진도 작품을 카프카의 자전적 상황을 연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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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전체 사건을 예견한다는 점에서 카프카적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첫 단락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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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ere Sängerin heißt Josefine. Wer sie nicht gehört hat, kennt nicht die Macht des Gesanges. Es gibt niemanden, den ihr Gesang nicht fortreißt, was umso höher zu bewerten ist, als unser Geschlecht im ganzen Musik nicht liebt. Stiller Frieden ist uns die liebste Musik; unser Leben ist schwer, wir können uns, auch wenn wir einmal alle Tagessorgen abzuschütteln versucht haben, nicht mehr zu solchen, unserem sonstigen Leben so fernen Dingen erheben, wie es die Musik ist. <br> 우리들의 가희는 요제피네라고 부른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은 노래에 깃들어 있는 힘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녀의 노랫 소리를 들으면 홀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종족이 일반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 경우, 더욱 높이 평가해야 된다. 조용한 평화야말로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다. 우리들의 생활은 괴롭고, 우리들은 날마다 겪는 고생을 한때나마 잊어버리려고 해도, 더욱 음악처럼 우리들의 나날의 생활로부터 인연이 먼 것에까지 마음을 높일 수는 없다.(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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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가희는 요제피네라고 부른다.” 일견 단순해 보이나 다소 어색한 투의 이 문장은 이미 작품 전체의 갈등을 보여준다. 1인칭 단수 화자는 인물, 사건,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첫 어휘부터 “우리들”이라고 집단을 강조한다. 카프카 문학의 전형적 주제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개인의 무소속성, 이방성, 현대사회에서의 소외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 “우리들”이라는 집단 소속성을 나타내는 시작 어휘는 특별하다. 특히 “우리들의 가희”로서 소개하여 그 가수가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유일무이하게 가수 개인의 고유한 이름을 언급한다. 우리에게 속하지만 결국 우리와는 다른 개인이자 예술가, 우리에게서 점차 멀어져가는 가수, 그리고 결국 사라지고 잊히는 예술가를 소개하기 때문에 이 첫 문장에서 이미 개인과 집단 간의 긴장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가 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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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장으로는 원문은 긴 문장으로 이어져서 두 개의 상반되는 서술이 이어지는데 역자는 이를 두 문장으로 바꾸어 번역한다. “노래를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은 노래의 힘을 모르는 사람”이며 “노래를 들으면 홀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음악의 일반적 특징인 감성적 영향 관계를 언급하지만, 바로 다음에 자기 종족은 일반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계속 독자의 기대 지평을 역전시킨다. 즉 원래 삶이 고단하여 침묵을 좋아하고 음악과는 거리가 먼 민족인데 그럼에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그 위력을 느끼고 모두 홀린다는 관계를 설정하고는 바로 다음에는 그 음악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여 민족/종족/대중, 가수, 음악/노래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의 관계로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일반적 논리적 기대를 넘어서 계속 역전되는 상황을 김정진은 한국어 번역에서 문장들을 짤막하게 끊어서 옮기고 있고 문장 내에서는 각 논리가 성립하도록 전달한다. 김정진의 경우 전체적으로 볼 때 직역에 가까워 읽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고 드물게 오역도 있지만, 이 난해한 텍스트의 국내 초역이 갖는 배가된 어려움을 고려하고 수수께끼들에 대한 많은 적확한 해석을 제시하고 후대에 미친 큰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 공은 매우 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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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은 쥐의 노래와 소리를 설명하는 핵심 어휘인 “Pfeifen”을 “짹짹거리는 울음”(441)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쥐가 짹짹거리고 운다는 해석은 김정진의 독특한 번역으로서 ‘울음’은 원어 텍스트에 없는 의미로 슬프다는 부가적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번역은 다음 문장에서 보듯 원문에 없는 “울음”과 “기분좋음” 사이의 패러독스가 생겨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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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무도 그것을 예술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요제피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우리들은 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우리들은 절대로 울지 않는다.(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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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은 작품의 첫 문장과 대구를 이루는 마지막 문장을 아래와 같이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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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lleicht werden wir also gar nicht sehr viel entbehren, Josefine aber, erlöst von der irdischen Plage, die aber ihrer Meinung nach Auserwählten bereitet ist, wird fröhlich sich verlieren in der zahllosen Menge der Helden unseres Volkes, und bald, da wir keine Geschichte treiben, in gesteigerter Erlösung vergessen sein wie alle ihre Brüder. <br> 그러니까 우리들은 아마도 그녀가 없어졌다고 해서 조금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제피네는 지상으로 고난으로부터 구제되어서 – 그렇지만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선발된 자만이 그런 고난을 겪게 되는 거지만 - 그리고 우리들은 역사를 교란시키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도 마침내 그녀의 모든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구제 속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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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카프카의 소망이 간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고 해석되어 자주 그의 작품 <[[시골의 결혼준비 (Hochzeitsvorbereitungen auf dem Lande)|시골의 결혼준비]]>와 비교된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사라진 요제피네와 그녀의 운명에 대한 마지막 단락의 서술에서 화자는 다시금 “우리”를 사용하는데 “조금도 ~ 않다”라고 원문보다 단호하게 번역이 되고 있다. 전체적 번역이 그렇듯 이 부분도 원문에 충실한 직역에 가깝고 각 어휘의 기본적인 뜻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높은 구제 속에서”처럼 이해하기가 불편한 번역을 하고 있다.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인 “Geschichte treiben”은 Geschichte betreiben, tun에서 온 것인데 역시 “역사를 교란시키다”라고 원문의 정도보다 강하게 번역되고 있지만, 이 조합은 카프카의 어휘 선택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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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4일 (일) 08:43 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종족 (Josefine, die Sängerin oder das Volk der Mäuse)
작가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초판 발행1924
장르소설

작품소개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으로 1924년에 나온 모음집 <단식광대>에 실린 4편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여가수 요제피네의 노래는 쥐들도 낼 수 있는 나직한 휘파람 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노래는 쥐의 종족에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다. 요제피네의 노래는 안온함과 평온함을 전달해 주는데, 이것이야말로 쉴 새 없이 일하고 엄청난 번식 충동으로 내몰리는 쥐들이 원하는 감정이다. 희한하게도 요제피네의 노래를 들을 때 쥐들의 귀속감은 강화되고 쥐의 종족은 요제피네의 음악회를 휴식의 기회로 여긴다. 요제피네는 자신의 중요성을 확신하면서 점차로 스타연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고 일체의 노동으로부터 면제되기를 원한다. 쥐들은 그녀의 노래를 감탄해서 듣지만, 요제피네의 노래 실력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된다. 요제피네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신의 노래가 갖는 예술성을 인정받고자 한다. 그러나 대중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점점 더 노래를 거부하면서 칩거하고 결국 아무도 그녀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곳으로 사라진다.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지만 매일 매일 삶을 위한 쥐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그녀는 결국 잊혀진다. 이 이야기는 예술가와 대중의 관계를 다루고,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카프카의 성찰을 담는다. 괴짜 같고 호감이 안 가는 여가수와 카프카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예술에 전적으로 몰두하기 위해 일체의 노동에서 면제되고 싶다는 요제피네의 소망도 그러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이 단편은 카프카의 병이 진전되면서 글쓰기를 할 수 없게 되기 직전에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카프카는 자신 및 자신과 동류의 사람들, 즉 변덕스러운 기질을 갖고 있고 정상적인 인간과는 구분되는 예술가들을 성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4년 김정진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삼성출판사).


초판 정보

Kafka, Franz(1924): Josephine, die Sängerin oder Das Volk der Mäuse. In: Prager Presse, 20. Apr. 1924.

<단행본 초판> Kafka, Franz(1924): Ein Hungerkünstler. Vier Geschichten. Berlin: Die Schmiede.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歌姬 요제피네 城, 變身 外(성, 변신 외) (三省版)世界文學全集((삼성판) 세계문학전집) 2 프란츠 카프카 金晸鎭 1974 三省出版社 440-457 편역 완역
歌姬 요제피네 城 變身 短篇選 三省版 世界文學全集 2 카프카 金晸鎭 1974 三省出版社 440-470 편역 완역
3 가희 요제휘이네 굶는 광대 프란츠 카프카 金昌活 1978 태창出版部 82-108 편역 완역
4 歌姬 요제피네 아메리카, 變身, 流刑地에서 外 愛藏版世界文學大全集(애장판 세계문학대전집) 29 프란츠 카프카 洪京鎬 1981 금성출판사 349-366 편역 완역
5 歌姬(가희) 요제피네: 혹은 쥐의 種族 아메리카, 變身, 短篇 완역판 세계문학 Sunshine Series 44 프란츠 카프카 洪京鎬 1987 금성출판사 382-412 편역 완역
6 요제피네라는 가수 카프카短篇選 (카프카단편선) 풍림명작신서 시리즈 47 카프카 崔俊煥 1989 豊林出版社 80-107 편역 완역
7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일족(一族) 변신, 유형지에서(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6 프란츠 카프카 박환덕 1989 汎友社 269-289 편역 완역
8 歌姬(가희) 요제피네: 혹은 쥐의 種族 아메리카, 變身, 短篇 금장판 세계문학대전집 88 카프카 洪京鎬 1990 金星出版社 392-412 편역 완역
9 가희 요제피네 변신, 말테의 수기 Ever books.삼성세계문학 21 프란츠 카프카 송영택 1992 삼성출판사 149-168 편역 완역
10 가수 요제휘이네 변신.유형지에서 프란츠 카프카 단편집 6 프란츠 카프카 안성암 1995 글벗사 205-229 편역 완역
11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鼠氏族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1997 솔출판사 302-330 편역 완역
12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鼠氏族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2003 솔출판사 302-330 편역 완역
13 요제피네, 여가수 혹은 쥐의 종족 변신, 카프카 단편선 프란츠 카프카 권세훈 2006 가지않은길 131-165 편역 완역
14 춤추는 요제피네 카프카 : 변신, 화부 Classic together 3 프란츠 카프카 박철규 2007 아름다운날 339-374 편역 완역
15 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들의 종족 변신: 프란츠 카프카 중단편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10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2010 열린책들 285-306 편역 완역
16 춤추는 요제피네 변신.시골의사 Classic together 3 프란츠 카프카 박철규 2013 아름다운날 339-374 편역 완역
17 여가수 요세피네 아니면 생쥐 무리 칼다 기차의 추억 프란츠 카프카 이준미 2014 하늘연못 528-565 편역 완역
18 여가수 요제피네 또는 쥐의 종족 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박민수 2015 꿈결 181-212 편역 완역
19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생쥐일족 카프카 우화집 프란츠 카프카 김진언 2017 玄人 157-192 편역 완역
20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鼠氏族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2017 솔출판사 302-330 편역 완역
21 여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 종족 변신 외 프란츠 카프카 김재희 2018 서연비람 195-228 편역 완역
22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문득 2 프란츠 카프카 김해생 2019 스피리투스 54-82 편역 완역
23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 프란츠 카프카 세계문학단편선 37 프란츠 카프카 박병덕 2020 현대문학 355-386 편역 완역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은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소설로 1924년에 나온 모음집 <단식광대>에 실린 4편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김정진이 1974년에 처음으로 <歌姬 요제피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삼성판) 세계문학전집 속에 <城, 變身 外>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사에서 출판하였고, 2020년에 박병덕이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쥐의 종족>이라는 제목으로 세계문학의 제37권으로 낼 때까지 총 17명의 번역가(김정진, 김창활, 홍경호, 최준환, 박환덕, 송영택, 안성암, 이주동, 권세훈, 박철규, 홍성광, 이준미, 박민수, 김진언, 김재희, 김해생, 박병덕)가 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카프카의 작품 중 상대적으로 늦게 번역이 시작되었으나 여러 번역가가 번역을 시도했고, 특히 소위 카프카 전문가들이 많이 가세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독자적 단행본보다는 자주 세계문학이나 카프카 문학선집 안에 포함되어 출판되었으며 아동용으로 여러 차례 각색된 것도 특기할만하다. 이 소설은 제목 번역의 변천사가 흥미로운데 이는 작품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 번역 시에 <가희 요제피네>로 번역이 되었는데, 비록 텍스트의 내용과 부합하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여가수”를 뜻하는 용어인 “가희”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특기할만하다. 홍경호에 의해 제목이 <歌姬 요제피네: 혹은 쥐의 種族>으로 부제까지 전부 번역이 되었고, 이때 사용된 부호인 쌍점 “:”은 원본과는 차이가 나며 앞뒤 연결의 의미를 대립으로 변환시킨다. 최준환은 1989년 <요제피네라는 가수>로 번역하여 처음으로 가희 대신 가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이주동은 <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鼠氏族>으로 번역함으로써 문장부호, 순서와 구분 및 젠더 표기까지 원작에 대응해서 살리고 의미들을 모두 옮겼다(2020년의 번역에서는 서씨족을 쥐의 종족으로 수정하였다). 영어로 번역될 때는 보통 <Josephine the Singer, or the Mouse Folk> 혹은 <Josephine the Songstress or The Mouse Folk>로 번역된다. 차이 나는 번역들은 어휘뿐 아니라 주제목과 부제목을 모두 번역하느냐, 일부만 번역하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제목에 있는 쉼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다. 점차 제목 전체를 번역하는 추세이며 쉼표는 초기에는 무시되거나 콜론(:)을 사용하거나 쉼표를 사용할 때도 원문과 다르게 가운데에 위치시켰었으나, 최근의 번역들은 원문과 같은 위치에 쉼표를 위치시켜, 개인 요제피네와 가수라는 직업의 긴장을 살리고 또한 쥐의 무리에 속하지만 동시에 쥐의 족속들과 다름을 강조한다. 뒤늦게 번역이 시작되었지만, 이 난해한 단독 작품에 대한 독립 연구논문이 8편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2. 개별 번역 비평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이 소설은 가수 요제피네와 그녀 노래의 독특한 특성에 대한 기술들, 그리고 전체 종족에게 이 노래가 갖는 의미와 역할과 더불어 마지막 부분에서는 요제피네의 노동 면제 요구와 사라짐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앞서 제목 번역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일반화하여 개인과 개인이 속한 종족/민족 혹은 사회와의 문제를 다룬다고도 볼 수 있고, 혹은 특수화하여 특정 종족의 역사 및 운명, 즉 유대인의 운명을 다루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요제피네가 가수이기 때문에 예술(가) 소설의 전형적인 문제를 주제화했다고 해석하기도 하고, 카프카의 여타 동물 이야기들과의 장르적 연관성 속에서 읽기도 하며, 최근에는 심층심리학에서의 접근이 돋보인다. 이러한 연구사, 수용사의 궤적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번역에 반영되어있다. 개별 번역 비평에서는 작품의 시작과 말미의 주요 장면들에 대한 번역과 함께 “민족/종족 Volk”, “음악 Musik”, 쥐의 소리인 “Pfeifen” 등의 핵심 어휘의 번역과 문체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이미 17인이 번역하였으나 박철규의 <춤추는 요제피네>(2007)처럼 원작과 거리가 먼 번역들은 제외하고 되도록 많이 읽히는 완역본을 중심으로 비평을 시도한다.


1) 김정진 역의 <歌姬 요제피네>(1974)

김정진은 1974년에 <歌姬 요제피네>를 <>, <변신>, <유형지에서>, <어느 개의 회상>, <중국의 만리장성>과 같이 번역하여 세계문학전집 2권에 수록하였는데 이것이 최초 한국어 번역이다. 김정진은 작품 끝에 수록 작품에 대한 간결한 역자 해석을 덧붙였고 요제피네의 노래는 쥐의 울음소리로서 예술가가 처해있는 상징이며 쥐의 족속은 “유태민족”을 상징한다고 본다. 즉 이 간략한 해설 속에서도 작품 해석의 중요한 단초들을 짚어주는데, 한편으로는 예술가 문제를, 다른 한편으로는 유대인의 집단적 문제를 주제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김정진은 이 작품의 큰 매력은 “상징하는 뜻이 카프카 자신의 심장에 가까이 밀착”(482)하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즉 많은 다른 역자들처럼 김정진도 작품을 카프카의 자전적 상황을 연계시키고 있다.

미리 전체 사건을 예견한다는 점에서 카프카적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첫 단락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Unsere Sängerin heißt Josefine. Wer sie nicht gehört hat, kennt nicht die Macht des Gesanges. Es gibt niemanden, den ihr Gesang nicht fortreißt, was umso höher zu bewerten ist, als unser Geschlecht im ganzen Musik nicht liebt. Stiller Frieden ist uns die liebste Musik; unser Leben ist schwer, wir können uns, auch wenn wir einmal alle Tagessorgen abzuschütteln versucht haben, nicht mehr zu solchen, unserem sonstigen Leben so fernen Dingen erheben, wie es die Musik ist. 
우리들의 가희는 요제피네라고 부른다. 그녀의 노래를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은 노래에 깃들어 있는 힘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녀의 노랫 소리를 들으면 홀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종족이 일반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 경우, 더욱 높이 평가해야 된다. 조용한 평화야말로 우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다. 우리들의 생활은 괴롭고, 우리들은 날마다 겪는 고생을 한때나마 잊어버리려고 해도, 더욱 음악처럼 우리들의 나날의 생활로부터 인연이 먼 것에까지 마음을 높일 수는 없다.(440)

“우리들의 가희는 요제피네라고 부른다.” 일견 단순해 보이나 다소 어색한 투의 이 문장은 이미 작품 전체의 갈등을 보여준다. 1인칭 단수 화자는 인물, 사건,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첫 어휘부터 “우리들”이라고 집단을 강조한다. 카프카 문학의 전형적 주제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개인의 무소속성, 이방성, 현대사회에서의 소외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 “우리들”이라는 집단 소속성을 나타내는 시작 어휘는 특별하다. 특히 “우리들의 가희”로서 소개하여 그 가수가 집단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유일무이하게 가수 개인의 고유한 이름을 언급한다. 우리에게 속하지만 결국 우리와는 다른 개인이자 예술가, 우리에게서 점차 멀어져가는 가수, 그리고 결국 사라지고 잊히는 예술가를 소개하기 때문에 이 첫 문장에서 이미 개인과 집단 간의 긴장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가 노정되고 있다.

다음 문장으로는 원문은 긴 문장으로 이어져서 두 개의 상반되는 서술이 이어지는데 역자는 이를 두 문장으로 바꾸어 번역한다. “노래를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은 노래의 힘을 모르는 사람”이며 “노래를 들으면 홀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음악의 일반적 특징인 감성적 영향 관계를 언급하지만, 바로 다음에 자기 종족은 일반적으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여 계속 독자의 기대 지평을 역전시킨다. 즉 원래 삶이 고단하여 침묵을 좋아하고 음악과는 거리가 먼 민족인데 그럼에도 그의 노래를 들으면 그 위력을 느끼고 모두 홀린다는 관계를 설정하고는 바로 다음에는 그 음악은 특별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여 민족/종족/대중, 가수, 음악/노래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의 관계로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러한 일반적 논리적 기대를 넘어서 계속 역전되는 상황을 김정진은 한국어 번역에서 문장들을 짤막하게 끊어서 옮기고 있고 문장 내에서는 각 논리가 성립하도록 전달한다. 김정진의 경우 전체적으로 볼 때 직역에 가까워 읽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고 드물게 오역도 있지만, 이 난해한 텍스트의 국내 초역이 갖는 배가된 어려움을 고려하고 수수께끼들에 대한 많은 적확한 해석을 제시하고 후대에 미친 큰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 공은 매우 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진은 쥐의 노래와 소리를 설명하는 핵심 어휘인 “Pfeifen”을 “짹짹거리는 울음”(441)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쥐가 짹짹거리고 운다는 해석은 김정진의 독특한 번역으로서 ‘울음’은 원어 텍스트에 없는 의미로 슬프다는 부가적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번역은 다음 문장에서 보듯 원문에 없는 “울음”과 “기분좋음” 사이의 패러독스가 생겨나게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것을 예술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요제피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면 우리들은 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우리들은 절대로 울지 않는다.(443)


김정진은 작품의 첫 문장과 대구를 이루는 마지막 문장을 아래와 같이 번역하고 있다.


Vielleicht werden wir also gar nicht sehr viel entbehren, Josefine aber, erlöst von der irdischen Plage, die aber ihrer Meinung nach Auserwählten bereitet ist, wird fröhlich sich verlieren in der zahllosen Menge der Helden unseres Volkes, und bald, da wir keine Geschichte treiben, in gesteigerter Erlösung vergessen sein wie alle ihre Brüder. 
그러니까 우리들은 아마도 그녀가 없어졌다고 해서 조금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제피네는 지상으로 고난으로부터 구제되어서 – 그렇지만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선발된 자만이 그런 고난을 겪게 되는 거지만 - 그리고 우리들은 역사를 교란시키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도 마침내 그녀의 모든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구제 속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457)


이 소설에는 글을 쓰고자 하는 카프카의 소망이 간접적으로 투영되어 있다고 해석되어 자주 그의 작품 <시골의 결혼준비>와 비교된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사라진 요제피네와 그녀의 운명에 대한 마지막 단락의 서술에서 화자는 다시금 “우리”를 사용하는데 “조금도 ~ 않다”라고 원문보다 단호하게 번역이 되고 있다. 전체적 번역이 그렇듯 이 부분도 원문에 충실한 직역에 가깝고 각 어휘의 기본적인 뜻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높은 구제 속에서”처럼 이해하기가 불편한 번역을 하고 있다.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인 “Geschichte treiben”은 Geschichte betreiben, tun에서 온 것인데 역시 “역사를 교란시키다”라고 원문의 정도보다 강하게 번역되고 있지만, 이 조합은 카프카의 어휘 선택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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