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텔 (Wilhelm Tell)"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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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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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0001}}의 희곡<br>
1804년 괴테의 감독 아래 바이마르 궁정 극장에서 초연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민중의 저항과 자유 의식, 심지어 폭군 살해의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정치적 폭발력 때문에 공연이 중지되거나 많이 부분이 삭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결국 독일 연극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고, 19세기 후반부터는 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 되는가 하면, 오페라로도 개작되어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국민국의 반열에 올라 지금도 해마다 상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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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box
(을유문화사 판 『빌헬름 텔』의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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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빌헬름 텔 (Wilhelm 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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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1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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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1 = [[:분류:쉴러, 프리드리히|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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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2 =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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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2 =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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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3 =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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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3 = 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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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서 정보'''==
 
Friedrich Schiller: Wilhelm Tell, Reclam 2012. [https://www.amazon.de/Wilhelm-Tell-Schauspiel-Reclams-Universal-Bibliothek-ebook/dp/B0094L909I/ref=sxbs_sxwds-stvp?__mk_de_DE=%C3%85M%C3%85%C5%BD%C3%95%C3%91&keywords=Friedrich+Schiller&pd_rd_i=B0094L909I&pd_rd_r=5bc3c16b-0b96-4061-8b7a-b005bab02cc3&pd_rd_w=mOtAr&pd_rd_wg=0ICcv&pf_rd_p=6d84c7ba-ae72-4e53-b9a4-5df18ccb370e&pf_rd_r=XKXKBQ711PVENNAK8S72&qid=1577622431 링크]
 
  
== '''번역서지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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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1}}<!--작품소개-->
{|class="wikitable sortable" style="width:100%; text-alig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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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쉴러의 5막극으로 1804년에 발표되고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스위스 연방동맹과 스위스의 독립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이룬다. 작가가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작품으로, 빌헬름 텔과 뤼틀리 서약을 둘러싼 스위스의 민족 설화를 소재로 한다. 사냥꾼 텔은 자유를 사랑하고 행동하는 인물로, 오스트리아 총독 헤르만 게슬러의 악의에 용감히 맞선다. 권력만을 탐하는 거칠고 타락한 인물 게슬러는 텔에게 아들의 머리 위에 얹힌 사과에 화살을 쏘아 맞히게 하지만, 종국에는 텔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세 주에서 파견된 동맹자들의 봉기로 스위스는 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작품 속의 또 하나의 줄거리는 브루넥 출신의 베르타와 루덴츠 출신의 울리히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텔의 이야기는 다른 사건들과 느슨하게 연결된다. 박은식이 1907년 <政治小說 瑞士建國誌>란 제목으로 초역했다(대한매일신보사).
!style="width:10%"|번호 ||style="width:20%"| 작품명(한국어) || style="width:10%"|저자명(원본) || style="width:15%"|저자명(독일어) ||style="width:15%"| 역자 || style="width:20%"|출판사 ||style="width:10%"| 출판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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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瑞士建國誌||None||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朴殷植||大韓每日申報社||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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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이시철|| 금성출판사||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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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빌헬름 텔||F. 쉴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안인희|| 청하||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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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김창활|| 계몽사||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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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안도|| 용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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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한기상||범우사||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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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None||우리기획 글·구성|| 계림닷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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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빌헬름 텔 || 프리드리히 실러 ||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이용숙|| 이루파(범조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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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실러 ||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차성진||웅진주니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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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정명숙|| 기탄동화||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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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빌헬름 텔 - 자유는 힘이 세다, 아자! 아자!|| 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이용숙|| 이루파(범조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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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빌헬름 텔||프리드리히 실러||None||한기상|| 웅진씽크빅||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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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빌헬름 텔ㆍ간계와 사랑||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홍성광|| 민음사||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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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 빌헬름 텔 : 큰글씨책||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이원양||지식을만드는 지식||2014
 
  
|}
 
<references/>
 
  
  
== '''朴殷植 (1907, 大韓每日申報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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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2}}<!--초판 정보-->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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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iller, Friedrich(1804): Wilhelm Tell. Tübingen: J. G. Cotta'sche Buchhandlung.
  
===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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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rich Schiller: Wilhelm Tell, Reclam 2012. [https://www.amazon.de/Wilhelm-Tell-Schauspiel-Reclams-Universal-Bibliothek-ebook/dp/B0094L909I/ref=sxbs_sxwds-stvp?__mk_de_DE=%C3%85M%C3%85%C5%BD%C3%95%C3%91&keywords=Friedrich+Schiller&pd_rd_i=B0094L909I&pd_rd_r=5bc3c16b-0b96-4061-8b7a-b005bab02cc3&pd_rd_w=mOtAr&pd_rd_wg=0ICcv&pf_rd_p=6d84c7ba-ae72-4e53-b9a4-5df18ccb370e&pf_rd_r=XKXKBQ711PVENNAK8S72&qid=1577622431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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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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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3}}<!--번역서지 목록-->
‘정치소설’이라는 표제를 달고 국한문혼용체로 10회에 걸쳐 연재 후 단행본으로 발행. 중국의 정철관이 회장체 소설로 개작한 것을 중역. 같은 해 김병현은 동일한 표제로 원작자 미상의 번역소설을 발행하였고, 이는 박은식의 번역과 거의 비슷하지만 순한글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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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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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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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박은식(1907)" />[[#박은식(1907)R|1]] || 政治小說 瑞士建國誌 || 政治小說 瑞士建國誌 || || 실러 || 정철; 박은식 || 1907 || 大韓每日申報社 || 1-55 || 완역 || 개작 ||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관외이용 온라인 보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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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정철(1907)" />[[#정철(1907)R|2]] ||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 || 실러 원작. || 鄭哲 小說體 漢譯; 김병현 역(확인불가) || 1907 || 박문셔관 || -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아단문고 홈페이지에서 원문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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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danmungo.org/view.php?idx=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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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윌리암 텔 || 윌리암 텔 || 三千里 3, 4 || 실러 || 확인불가 || 1930 || || - || 편역; 개작 || 개작; 편역 || "소설. 잡지 三千里의 3, 4호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나 Riss검색 상 소장중인 제주대에서도 3, 4호는 미소장. 아단문고에서 4호를 소장 중인 것으로 보이나 원문서비스 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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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danmungo.org/view.php?idx=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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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윌리암 텔 || 윌리암 텔 || 아이동무 3, 7-11 || 쉴러 || 강승한 || 1935 || || -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동화, 국중/riss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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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윌리암 텔 || 獨逸篇 || 縮少世界文字全集 3 || 쉴러 || 古今出版社 概輯部(고금출판사 개집부) || 1955 || 古今出版社 || 119-138 || 편역; 개작 || 개작;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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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윌리암 텔 || 윌리암 텔 || || 실라아 || 박두진 || 1962 || 백인사 || 8-211 || 완역 || 개작;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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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용감한 빌헬름 텔 || 용감한 빌헬름 텔 || 세계어린이문학전집 19 || 후리드리히본 쉴러 || 우량어린이도서출판회 || 1968 || 대한출판사 || 10-156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실물에는 1972년으로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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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윌리엄 텔 || 윌리엄 텔 ||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도이칠란트 편 26 || 실러 || 이시철 || 1971 || 금성출판사 || 15-104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초판발행 1971 중판발행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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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빌헬름 텔(五幕) || 群盜(五幕) || <레싱, G.E. 外 ; 獨逸古典戱曲選> (世界文學全集) 87 || 프리드리히 폰 실러 || 姜斗植(강두식) || 1974 || 乙酉文化社 || 359-448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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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윌리엄 텔 || (소년소녀)세계의 문학 || || || || 1975 || 태극출판사 || 101-198 || 편역; 번안 || 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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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윌리암 텔 || 윌리암 텔 || 소년소녀세계의문학 30 || 프리드리히 폰 실러 || 이주훈 || 1975 || 태극출판사 || 102-190 || 편역 || 편역; 개작 || 동화, 표제지 30권(독일편 3)에 수록. 1975년 초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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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44 || 쉴러 || 김창활 || 1976 || 계몽사 || 10-241 || 개작 ||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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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윌리엄 텔 || (소년소녀)독수리 컬러문고 세계명작 || || || || 1978 || 태창출판사 || 16-211 || 번안 || 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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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 윌리엄 텔 || 윌리엄 텔 || 재미있는 그림동화 29 || 쉴러 || 확인불가 || 1978 || 弘新文化社 || 1-119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동화, 국중/riss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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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 윌리암 텔 || 윌리암 텔 || 독수리컬러문고 79 || 실러 || 민잉 || 1978 || 泰昌文化社 || 1-236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국중/riss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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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 윌리엄텔 || 윌리엄텔 || 우리들문고 100 || 실러 || 고태성 || 1985 || 보성문화사 || 1-227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국중/riss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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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안인희(1988)" />[[#안인희(1988)R|17]]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오늘의 시민서당 38 || F. 쉴러 || 안인희 || 1988 || 청하 || 11-191 || 완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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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한기상(1993)" />[[#한기상(1993)R|18]]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범우희곡선 9 || 프리드리히 실러 || 한기상 || 1993 || 범우사 || 11-199 || 완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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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이원양(1998)" />[[#이원양(1998)R|19]] || 빌헬름 텔 || 간계와 사랑, 빌헬름 텔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 서양-문학 9 || 프리드리히 실러 || 이원양 || 1998 || 서울대학교출판부 || 149-298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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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3 || 프리드리히 실러 || 강혜경 || 2006 || 마루벌 || 1-31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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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빌헬름 텔 || (한권으로 끝내는) 세계명작 & 한국단편 || || 서래경 || || 2006 || TNB || 33-48 || 편역 || 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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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 프리드리히 실러 || 이용숙 || 2006 || 이루파 || 1-31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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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논술대비 세계문학 15 || 프리드리히 폰 실러 || 김주현 || 2006 || 한국헤밍웨이 || 9-219 || 번안 || 번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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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푸른담쟁이 세계문학 34 || 프리드리히 실러 || 한기상 || 2007 || 웅진씽크빅 || 8-201 || 완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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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367 || 프리드리히 실러 || 이원양 || 2009 || 지식을만드는지식 || 29-205 || 편역 ||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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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이재영(2009)" />[[#이재영(2009)R|26]]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을유세계문학전집 18 || 프리드리히 폰 쉴러 || 이재영 || 2009 || 을유문화사 || 7-192 || 완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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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 id="홍성광(2011)" />[[#홍성광(2011)R|27]]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간계와 사랑 || 세계문학전집 277 || 프리드리히 실러 || 홍성광 || 2011 || 민음사 || 7-222 || 편역 || 완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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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 프리드리히 실러 || 볕드는 마루 || 2011 || 영림카디널 || 315-337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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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웅진 명작 도서관 35 || 프리드리히 폰 실러 || 정성란 || 2012 || 웅진씽크빅 || 9-116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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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공부가 되는> 시리즈 45 || 프리드리히 실러 || 글공작소 || 2013 || 아름다운사람들 || 90-117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2권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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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큰글씨책 || 프리드리히 실러 || 이원양 || 2014 || 지식을만드는지식 || 29-205 || 편역 ||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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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 프리드리히 실러 || 이원양 || 2019 || 지만지드라마 || 3-182 || 편역 || 편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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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 빌헬름 텔 || 윌리엄 텔 || 명화로 보는 음악 동화 5 || 프리드리히 실러 || 강효미 || c2014 || 교원 || 4-37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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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논술대비세계명작 67 || 프리드리히 폰 실러 || 윤일현 || [2007] || 한국몬테소리 || 8-139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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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소년소녀세계명작문학, 용기를 심어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18 || 실러 || 신인래 || [2011] || 훈민출판사 || 6-95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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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 빌헬름 텔 || 빌헬름 텔 || 세계 명작 동화 28 || 프리드리히 실러 || 정명숙 || [2018] || 기탄교육 || 4-29 || 편역; 개작 || 편역; 개작 ||
  
== '''이시철 (1984,  금성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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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ne
 
  
=== 목차 ===
 
None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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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4+}}<!--번역비평-->
소년소녀세계문학46 - 도이칠란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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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해방 이전의 번역'''
  
== '''안인희 (1988,  청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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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독일문학 수용작이라 할 1907년 [[#박은식(1907)| 박은식의 <정치소설. 서사건국지>]]<span id="박은식(1907)R" />의 원작은 1804년에 발표된 쉴러의 드라마 <빌헬름 텔>이다. 서사(瑞士)는 스위스의 한자 표기이다. 박은식은 중국의 정철(鄭哲)(1902)의 동명 소설에 토를 달아 번역하였으며 이 작품의 번역을 <대한매일신보>에 10차례에 걸쳐 연재하였다. 박은식은 후에 이 연재소설을 묶어 ‘정치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서사건국지>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정철은 당시 존재했던 여러 일본어 번역 중 하나를 선택해 제목을 변경하고 소설로 장르를 변경하였다. 넓은 의미로 볼 때 박은식의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 문학작품의 번역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대의 문화적 순환과 수용의 연관에서 볼 때 일본과 중국을 통해 여러 단계의 이동 경로를 거쳤기 때문에 단순한 번안이라고 하기도 어려우며 이러한 복잡한 이입사, 수용사는 분석과 평가에 더 많은 논의를 요구한다.
None
 
  
===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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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1907)|정철의 <서사건국지>]]<span id="정철(1907)R" /> 소설은 독일 원작의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을 생략하고 스위스가 이웃 나라 일이만(日耳萬, 오스트리아)에게 점령을 당했을 때 구국지사인 유림척로(維霖惕露, 빌헬름 텔)가 나타나 예사륵(倪士勒, 게슬러)을 물리치고 독립과 자유를 얻어 공화국이 건설되는 큰 줄기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 있다. 또한 독일의 원작과 달리 가족이 큰 역할을 하는데, 아들의 제의로 격문을 써서 병사들을 모으고 애국가를 짓고 스위스의 역사를 알려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유림척로는 민중의 지도자로 앞장서서 예사륵을 죽이고 적군을 무찌르고 서사공화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러한 변경은 중국 전통 소설과의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쉴러의 희곡이 독일 고전주의 정신에서 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다면, 중국에서는 영웅서사와 건국서사가 강조된 소설로 변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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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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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은 박은식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1907년이라는 당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서구 열강의 다툼과 일본 제국주의의 정복욕 앞에 풍전등화처럼 서 있던 조선의 상황을 스위스 건국사 이야기를 통해 투영시켜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박은식은 중국의 계몽주의 개혁가 양계초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열강이 다투는 가운데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 애국자이자 개혁자였다. 1905년 일본의 한일보호조약에 대한 고발서인 <시일야방성대곡>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어 감옥에서 정철의 소설을 번역하였다. 또한 박은식은 당시 한국에서 유행했던 –퇴폐적- 연애 소설과는 거리를 두고 문학을 활용해 국민을 계몽하고 자극하려는 의도에서 정치(지향)소설을 소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도 소설 장르 사에서 새로운 신기원을 이룩하였다. 신문 연재소설은 당시에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공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박은식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오늘의 시민서당 38
 
  
== '''김창활 (1990,  계몽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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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서사건국지>는 김병현에 의해서도 번역이 되었고, 그 밖에도 <빌헬름 텔>은 해방 전까지 <윌리암 텔>이라는 제목으로 1930년 역자미상 역(삼천리 출판사)과 1935년의 강승한 역(아이동무)이 나와 있으나 영어본에서 중역하거나 아동본으로 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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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right">최윤영</div>
  
===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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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해방 이후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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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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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 현황 및 개관'''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51 (1975, 1982, 1983, 1992,1993, 1994, 1996, 1997, 1999, 2001, 2002,  2005 년)
 
  
== '''안도 (1992,  용진)''' ==
+
이 글에서는 해방 이후에는 <빌헬름 텔>의 번역 및 소개의 양상이 어떠한지 살펴보려 한다. 번역서지 목록을 들여다볼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번역보다 번안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번역의 역사’보다는 ‘번안의 역사’를 말해야 할 정도로 번안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경우가 가장 많다.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활로 쏘아 맞힌 명사수 이야기, 자유를 위한 민중들의 항거, 외세의 압제에 맞선 애국심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은 아동문학용으로 매우 적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어린이인 점을 고려하여 낯선 희곡 형식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동화나 소설로의 개작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동문학 시리즈에 수록된 다수의 경우가 그것을 말해준다. 제목이 대부분 ‘윌리엄 텔’ 또는 ‘윌리암 텔’이란 점을 볼 때, 아마도 영어에서 번역된 것 같다. 그러니까 영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어린이용 도서로 개작된 경우가 소개의 주류를 이룬다고 하겠다.
None
 
  
=== 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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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눈에 띄는 것은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독일 문학작품이자 교과서에 실린 몇 안 되는 독일 문학작품 중 하나이다. 1963년 2학기부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가, 1984년부터는 3막 3장이 강두식이라고 역자를 밝히면서 실렸는데, 2019년 개정판부터는 수록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이 작품이 김나지움 독일어(독일의 국어) 수업에서 다루어지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발단, 전개, 절정, 하강, 대단원이라는 클라이맥스 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이 희곡의 형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교과서에서도 그런 목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단원의 길잡이를 보면,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희곡이라는 문학 장르를 학습하게 되어 있다. 대학 논술시험을 대비한 편역서가 다수 출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None
 
  
=== 비고 ===
+
이런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소개 및 수용의 역사를 지닌 이 작품은 1945년 이후에만도 30종이 넘는 번역서지 목록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중에 희곡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역된 번역서는 5종에 불과하다. 1988년에 나온 안인희의 번역이 그 시초이며, 그 이후 한기상(1993), 이원양(1998), 이재영(2009), 홍성광(2011)에 의해 번역되었다. 1907년 소설의 형태로 처음 소개된 후 무려 80년이 지나서야 독일어 텍스트를 저본으로 하면서 원작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번역본이 나온 것이다.
소년소녀 세계문학 54 (1992, 1994, 1997, 1998, 1999, 2000, 2003 년)
 
  
== '''한기상 (1998, 범우사)''' ==
 
None
 
  
=== 목차 ===
+
'''2. 개별 번역 비평'''
None
 
  
=== 비고 ===
+
앞에서 언급한 완역본 5종만 진정한 의미의 번역서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번역서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초판 연도 순서대로 살펴본 후 작품의 주요 장면을 통해 번역을 비교하려 한다.
범우희곡선 9
 
  
== '''우리기획 글·구성 (2002,  계림닷컴)''' ==
 
None
 
  
=== 목차 ===
+
1) '''[[#안인희(1988)|안인희 역의 <빌헬름 텔>(1988)]]<span id="안인희(1988)R" />'''
사냥꾼 빌헬름 텔<br/>
 
스위스의 장로<br/>
 
독재자의 성채<br/>
 
동지들<br/>
 
사랑에 빠진 젊은 남작<br/>
 
숲 속의 회의<br/>
 
낭떠러지에서의 만남<br/>
 
오스트리아의 딸<br/>
 
절 받는 모자<br/>
 
어버이의 마음<br/>
 
사과와 화살<br/>
 
거센 계절풍<br/>
 
남작의 죽음<br/>
 
게슬러의 죽음<br/>
 
승리의 날<br/>
 
자유의 용사<br/>
 
<빌헬름 텔>에 대하여
 
  
=== 비고 ===
+
청하에서 <오늘의 시민서당> 38로 나온 안인희 역의 <빌헬름 텔>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독일어 원본에 따라 희곡으로 완역된 최초의 번역본이다. <일러두기>를 통해 번역 및 편집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 점, 한저 출판사의 쉴러 전집(Sämtliche Werke)을 번역의 대본으로 삼았다고 저본을 밝힌 점, 이 작품이 운문으로 쓰였기에 운문 형태의 번역을 시도하면서 전공자를 위해 시행(詩行)을 숫자로 표시한 점 등은 번역자와 출판사가 번역 및 출판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이후의 어떤 완역서에서도 시행이 표시되지 않았기에, 최초의 완역본이자 학술적으로 인용 가능한 역본이라 하겠다. 역자는 또 “문체의 등급”을 정하는 데 고심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농부와 사냥꾼 같은 평민층이 주체가 된 극이지만 문체의 품격이 높기에 그 의도를 존중하려고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고아한 문체를 선택했다고 밝힌다. <작품해설>에서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쉬운 언어로 쉴러의 미학 이론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논술세계명작 55 (2002, 2003년) *김재일 그림, 두산동아 2001
 
  
== '''이용숙 (2003,  이루파(범조사))''' ==
 
None
 
  
=== 목차 ===
+
2) '''[[#한기상(1993)|한기상 역의 <빌헬름 >(1993)]]<span id="한기상(1993)R" />'''
머리말<br/>
 
나오는 사람들<br/>
 
폭풍우<br/>
 
알트도르프 광장<br/>
 
숲 속의 맹세<br/>
 
빌헬름 텔의 집<br/>
 
용감한 아들과 사과<br/>
 
게슬러 총독외 최후<br/>
 
되찾은 조국<br/>
 
작가 소개<br/>
 
작품 해설
 
  
=== 비고 ===
+
범우사에서 <범우희곡선> 9로 나온 한기상 역의 <빌헬름 텔>은 1993년에 초판을 찍은 후 1998년에 2판 1쇄를, 2001년에 2판 2쇄를 찍었다.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2001년 2판 2쇄임을 밝힌다. 범우사에서 펴내는 <범우문고> 등 각종 시리즈에 대한 소개/광고가 책 뒤편에 상세하게 나오는 반면, <범우희곡선>의 발간사나 편집 원칙 등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번역서 맨 앞에 <이 책을 읽는 분에게>라는 2쪽짜리 글이 있는데, 번역과 관련한 역자의 생각이나 저본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빌헬름 텔 해설 및 독일 이상주의와 폭력 양상의 비판>이라는 작품해석이 번역서 맨 뒤에 실려 있는데,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해설이라기보다는 학술적인 논문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번역에서 오류가 자주 발견되어 매우 아쉽다.
동화로 각색, 어린이 세계 고전 명작 2, 바르바라 킨더만 엮음
 
  
== '''차성진 (2003, 웅진주니어)''' ==
 
None
 
  
=== 목차 ===
+
3) '''[[#이원양(1998)|이원양 역의 <빌헬름 텔>(1998)]]<span id="이원양(1998)R" />'''
1장 돌풍<br/>
 
2장 슈비츠 주의 장로<br/>
 
3장 독재자의 성채<br/>
 
4장 젊은 남작<br/>
 
5장 귀족의 딸<br/>
 
6장 사과를 명중시킨 빌헬름 텔<br/>
 
7장 게슬러의 최후<br/>
 
8장 새 날
 
  
=== 비고 ===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의 서양-문학 9로 나온 이원양의 번역본은 산문의 형식으로 번역되었다. 안인희는 운문의 형식을 유지하며 번역했는데, 한기상과 마찬가지로 이원양은 산문 번역을 택했다. 이원양의 경우 <역자 서문>에서 운문 번역과 관련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시행만을 원문과 맞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오랫동안 번역을 망설여왔는데, 결국 일반 독자를 위해 “산문 번역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실러의 원문에 가장 근접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산문 번역을 택한 이유를 밝힌다. 두어 번 나오는 노래와 4막 3장에서 텔이 독백하는 장면만 예외적으로 운문으로 번역하였다. 이원양의 경우 번역의 등가성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형식과 내용 중 내용의 등가성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뒤에서 밝히겠지만 원문의 줄표를 그대로 살린 점, 해설에서 이 작품에 대한 독일어권의 공연 및 수용에 관해 소개한 점 등을 볼 때 무대 위 공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번역한 면모가 엿보였다. 번역을 위해서는 한저 출판사의 쉴러 전집과 레클람 판, 두 가지를 이용했다고 밝힌다.
만화로 각색, 생각이 열리는 만화 세계명작
 
  
== '''정명숙 (2004,  기탄동화)''' ==
 
None
 
  
=== 목차 ===
+
4) '''[[#이재영(2009)|이재영 역의 <빌헬름 텔>(2009)]]<span id="이재영(2009)R" />'''
None
 
  
=== 비고 ===
+
이재영 역의 <빌헬름 텔>은 을유문화사의 <을유세계문학전집> 18로 나왔다. 2009년에 초판이 나왔고 2018년 초판 3쇄가 나왔으며, 이것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힌다. 우선 운문의 형태로 번역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 읽으면서 운율이 느껴져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기존 번역의 오류를 다수 개선한 점, 요즘 독자를 위해 풀어쓰기 번역을 시도한 점이 이 번역본의 특징이라 하겠다. 그런데 번역이 우수한 데에 반해 번역에 대한 성찰이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한 점이 특이했다. 이미 여러 번 번역된 작품인 만큼 “좀 더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문장을 만들어 내고 피할 수 있는 오류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언급이 전부이다. 반면에 <자유를 위한 저항과 혁명, 그리고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제법 긴 작품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쉴러 전집의 민족본(Nationalausgabe)을 저본으로 사용했다고 밝힌다.
동화로 각색, 세계명작동화 28
 
  
== '''이용숙 (2006,  이루파(범조사))''' ==
 
None
 
  
=== 목차 ===
+
5)'''[[#홍성광(2011)| 홍성광 역의 <빌헬름 텔>(2011)]]<span id="홍성광(2011)R" />'''
None
 
  
=== 비고 ===
+
홍성광의 번역본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7번에 쉴러의 다른 희곡 작품 <간계와 사랑>과 함께 출판되었다. 초판은 2011년에 나왔고,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2019년 1판 9쇄이다. 8년 사이에 9쇄가 찍힌 것이니,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으로 판단된다. 홍성광도 운문의 형태로 번역했고 읽으면서 운율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의 경우 한국어 감각이 좋고, 곳곳에서 친근한 문체랄까, 주인공 텔의 심리에 어울리는 어투를 사용함으로써 상황 전달이 잘 되는 장점이 느껴졌다. 이재영과 마찬가지로 홍성광도 <자유와 정의, 격정과 혁명의 작가 실러>라는 30쪽짜리 긴 작품해설로 독자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반면에 번역의 원칙이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의 경우 저본도 밝히지 않았는데, 이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공통된 점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 저본을 밝히지 않는지 모르겠으나, 민음사의 그것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세계문학전집임을 고려할 때, 번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동화로 각색, 어린이 세계 고전 명작 2
 
  
== '''한기상 (2007,  웅진씽크빅)''' ==
+
이제 작품의 주요 장면을 통해 각각의 번역본을 비교해 보자. 1막 3장에 텔과 슈타우파허의 대화 장면이 나오는데, 슈타우파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폭정에 같이 맞서자며 텔을 설득하려 한다.
None
 
  
=== 목차 ===
 
None
 
  
=== 비고 ===
+
{|
푸른담쟁이 세계문학 34 (2007, 2008, 2010년) *한기상역 범우사 1993, 1998, 1995
+
|'''TELL'''
 +
|Mein Haus entbehrt des Vaters. Lebet wohl.
 +
|-
 +
|'''STAUFFACHER&nbsp;'''
 +
|Mir ist das Herz so voll, mit Euch zu reden.
 +
|-
 +
|'''TELL'''
 +
|Das schwere Herz wird nicht durch Worte leicht.
 +
|-
 +
|'''STAUFFACHER'''
 +
|Doch könnten Worte uns zu Taten führen.
 +
|-
 +
|'''TELL'''
 +
|Die einzge Tat ist jetzt Geduld und Schweigen.
 +
|-
 +
|'''STAUFFACHER'''
 +
|Soll man ertragen, was unleidlich ist?<ref>Friedrich Schiller(1981): Wilhelm Tell. In: Friedrich Schiller Sämtliche Werke. Vol. 2, Dramen II.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931. 이하에서는 쪽수를 본문에 표기함.</ref>
 +
|}
  
== '''홍성광 (2011,  민음사)''' ==
 
None
 
  
=== 목차 ===
+
{|
빌헬름 <br/>
+
|''''''
간계와 사랑 <br/>
+
|집에서들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 잘 가시오! 
작품 해설 <br/>
+
|-
작가 연보
+
|'''슈타우파허&nbsp;&nbsp;&nbsp;&nbsp;&nbsp;&nbsp;'''
 +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일념이외다. 
 +
|-
 +
|'''텔'''
 +
|무거운 마음은 말을 통해 가벼워지지는 않아요. 
 +
|-
 +
|'''슈타우파허'''
 +
|그러나 말은 우리를 행동에로 인도해 줄 터인데. 
 +
|-
 +
|'''텔'''
 +
|지금은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뿐이오. 
 +
|-
 +
|'''슈타우파허'''
 +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디어야 할까요?(안인희, 40)
 +
|}
  
=== 비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7권
 
  
== '''이원양 (2014, 지식을만드는 지식)''' ==
+
{|
None
+
|''''''
 +
| 내 집에는 아버지가 없잖아요(집에서 기다려요). 안녕히 계십시오. 
 +
|-
 +
|'''슈타우파허&nbsp;&nbsp;&nbsp;&nbsp;&nbsp;&nbsp;'''
 +
| 내 가슴은...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픈 마음으로 꽉 차 있답니다. 
 +
|-
 +
|'''텔'''
 +
| 말로써 우울한 기분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
|-
 +
|'''슈타우파허'''
 +
| 그렇지만 말이 우리들을 행동으로 유도할 수도 있을 텐데요. 
 +
|-
 +
|'''텔'''
 +
| 지금 할 일은 단지 참고 침묵하는 것이지요. 
 +
|-
 +
|'''슈타우파허'''
 +
|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만 한단 말이오?(한기상, 39) 
 +
|}
  
=== 목차 ===
 
<br/>
 
해설<br/>
 
지은이에 대해<br/>
 
나오는 사람들<br/>
 
제1막<br/>
 
제2막<br/>
 
제3막<br/>
 
제4막<br/>
 
제5막<br/>
 
‘빌헬름 텔’의 지리적 배경<br/>
 
지은이 연보<br/>
 
옮긴이에 대해
 
  
=== 비고 ===
+
{|
전체의 약 63% 발췌번역. 동일 출판사, 동일 번역가가가 2009년에 출간한 동명의 저서(ISBN:9788962283563)와 글씨 크기 이외 모두 동일함. N:9791128835223)가 2019년 개정되어 발행됨.
+
|'''텔'''
 +
| 집에서는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안녕히 계십시오. 
 +
|-
 +
|'''슈타우파허&nbsp;&nbsp;&nbsp;&nbsp;&nbsp;&nbsp;'''
 +
|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마음 속에 가득하오이다. 
 +
|-
 +
|'''텔'''
 +
| 무거운 마음은 말을 한다고 가벼워지지는 않는 법이죠.
 +
|-
 +
|'''슈타우파허'''
 +
| 하지만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
|-
 +
|'''텔'''
 +
| 지금 유일한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입니다. 
 +
|-
 +
|'''슈타우파허'''
 +
| 참을 수 없는 것도 인내를 해야 됩니까?(이원양, 172-173)  
 +
|}
  
  
== '''종합번역비평''' ==
+
{|
E. T. A. 호프만의 소설 「모래 사나이 Der Sandmann」는 1971년에 처음 국역되었다. 이 소설은 박문사에서 간행한 「세계단편문학대계」(全 10권) 중 3권 「낭만주의문학」에 「모래사람」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독일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단편의 하나로 소개되었다. 단편 번역은 독문학을 전공한 소설가 이정태(李鼎泰)가 맡았다. 역자가 따로 쓴 후기나 해설은 없으나, 구인환 소설가가 권두에 유럽의 낭만주의 문학 전반을 안내하면서 호프만과 「모래사람」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여기서 이 소설은 “모습이 없는 목소리를” 재현하려 하는 예술가의 고뇌로 인해 “허상과 실상의 사이를 방황”(구인환, 43)하는 호프만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소개된다. 이 번역은 주인공의 이름 나타나엘을 ‘나타나에르’로 표기하고 있어, 일본어 중역이 아닐까 의심된다. (하지만 편찬자의 권두 해설에서는 그 이름이 또 나타나엘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모래사람’이라는 역어를 일관되게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에 처음으로 ‘Sandmann’이 언급될 때에는 “모래사내(沙男)”(177)라고 번역했고, 몇 페이지 지나면 다시 “모래사람”(180)으로 지칭한다. 이런 비일관성은 ‘모래 사내’라는 역어에 대한 역자의 고민 부족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나타나에르로부터 로타르에게」에서 편지의 말투를 ‘다’체로 시작하여, 중간에 ‘네’로 바꾸는데, 역자가 어떤 문체적 효과를 노리고 번역한 것인지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관성이 없다.     
+
|''''''
 +
|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럼 이만.
 +
|-
 +
|'''슈타우파허&nbsp;&nbsp;&nbsp;&nbsp;&nbsp;&nbsp;'''
 +
|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소.  
 +
|-
 +
|'''텔'''
 +
| 말을 한다고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
|-
 +
|'''슈타우파허'''
 +
| 그래도 말을 나누다 보면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오.
 +
|-
 +
|'''텔'''
 +
| 지금 해야 할 유일한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뿐입니다.
 +
|-
 +
|'''슈타우파허'''
 +
|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참기만 해야 한다는 거요?(이재영, 31)
 +
|}
  
약 10년 후 「모래 사나이」의 두 번째 번역이 출간된다. 1981년 독문학자 김정회(前 경기대)는 금성사 세계문학대전집(全 120권) 11권 「모래 사나이 ·브람빌라 왕녀」에서 호프만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모래 사나이」를 번역해 출간한다. 이 번역은 앞의 번역보다 훨씬 질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1997년에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오랫동안 유일한 번역이었기 때문에, 8·90년대 「모래 사나이」 수용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번역 또한 여러 의문점을 남기는데, 우선 나타나엘을 ‘나타니엘’로, 로타르Rothar를 ‘로타리오’로 옮겼다. 이 역시 중역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는데, 그럼에도 역자는 「모래 사나이」를 한 편의 잘 짜여진 매력적인 작품으로 소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자는 독일어의 문장 구조나 표현에 얽매이기 보다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읽는 맛을 살리는 이른바 의역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원문과 그 의미가 아주 엇나가 있지는 않다. 예컨대 나타나엘이 친구 로타르에게 자신이 최근 겪은 끔찍한 일을 털어놓으면서 “이 사건의 의미를 밝히는 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인생에 깊은 상처를 입힌 이른바 인연(因緣)을 끄집어내지 않고서는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것 같군.”(6)이라고 번역한 부분을 보자. 여기서 ‘인연’은 ‘Beziehung’을 옮긴 말로, 똑같은 단어를 ‘연관성’이라고 옮긴 이후의 김현성역과 비교해 볼 때 훨씬 구체적이고 가깝게 들린다. 또한 ‘인연’을 수식하는 말인 “내 인생에 깊은 상처를 입힌tief in mein Leben eingreifende”도 “내 삶에 깊이 관련된”(14)이라고 옮긴 김현성역보다 훨씬 생생하게 그 의미가 다가온다.
 
  
역자는 책 맨 뒤에 「호프만, 그 인간과 작품」이라는 제목의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이 글은 호프만이 얼마나 개성 넘치는 익살꾼에 “유별난 괴짜”(450)인지를 극적인 스타일로 보여주는 캐리커처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 이후에 정착된 작품해설 스타일과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그는 호프만을 “다재다능한 ‘격정의 방랑가’”(447), “스스로 자처한 ‘격정의 방랑가’”로 바라보고 있으며, 호프만이 충동적이고 정지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임을 강조한다(448). 이런 호프만의 이해에 걸맞게 역자는 번역에서 원문의 격정적인 어조를 – 충실함 이상으로- 살리고 있다. 나타나엘이 로타르에게 자기의 심정을 토로하는 부분을 보자: “뭔가 무서운 것이 인생 가운데 파고들어와 있는 걸세! ... 그럼 이제부터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얘기해보겠네. 아무래도 털어놓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해도 마치 미치광이처럼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뜨릴 녀석이 내 가슴 속에 도사리고 있다네 Nun soll ich Dir sagen, was mir widerfuhr. Ich muß es, das sehe ich ein, aber nur es denkend, lacht es wie toll aus mir heraus.”(5) (vgl. 김현성역: “내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야겠지.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생각만 해도 미친 듯이 웃음이 터져 나오지 뭐야.”(13-4) 김정회는 김현성처럼 수동으로 번역하거나, 김영옥처럼 ‘그것’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녀석’이라고 번역함으로써 자기 안의 타자를 당시 한국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수동의 의미로 번역할 때마다 훨씬 더 강렬하게 분열의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모래 사나이의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를 묘사할 때도 다른 판본들보다 더 격정적이고 어감이 센 표현을 많이 사용하여, 나타나엘의 공포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
{|
 +
|'''텔'''
 +
| 집에서는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
|-
 +
|'''슈타우파허&nbsp;&nbsp;&nbsp;&nbsp;&nbsp;&nbsp;'''
 +
| 마음은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
 +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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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한다고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
|-
 +
|'''슈타우파허'''
 +
| 하지만 말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지요.
 +
|-
 +
|'''텔'''
 +
|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란 참고 침묵하는 겁니다.
 +
|-
 +
|'''슈타우파허'''
 +
|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라는 건가요?(홍성광, 38-39)  
 +
|}
  
또 다른 특기할 점은 줄표, 혹은 사고선(Gedankenstrich)를 쓰는 데 거침이 없다는 점이다. 호프만의 원작도 줄표를 대단히 많이, 즐겨 사용하는데, 이 번역은 이것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다. 이런 사고선이 – 그것도 길이가 지금보다도 더 긴 - 당시 한국어에서 많이 관용되었었는지는 전문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역자가 상당히 의식적으로 줄표를 사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줄표의 사용이 자아내는 효과는 이후에 줄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김현성의 번역과 비교해 보면 더 잘 드러날 것이다. 이런 사고선을 씀으로써 역자는 나타나엘의 아주 논리적이지만은 않은, 사고와 감정의 비약을 이미지적으로도 보여준다. 이는 역자가 해설에서 호프만의 문체를 두고 “꺾어 일그러진 소용돌이처럼, 마치 말을 찾아 허덕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456)라고 지적한 바와 상통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어조의 변화를 준 특징도 눈여겨볼만 하다. 나타나엘이 로타르에게 보내는 첫 편지를 역자는 서간체(~네, ~지)로 번역하고 있으나, 중간에 나타나엘이 어릴 적의 기이하고 무서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부터 정확히 ‘~다’ 어미를 선택한다. 나타나엘이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로타르라는 특정한 수신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 속으로 거의 독백하는 사람처럼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중간에 수신자에게 다시 말을 거는 “상상해 보게나”(김영옥역, 278)와 같은 문장은 과감히 빼기도 한다. 또한 편지 수신인을 호명하면서 이야기하는 말투는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을 전달하는 느낌을 준다면, ~다체는 독자의 눈앞에 지금 그 사건이 일어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생생함이 돋보이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불안과 기대로 나의 가슴은 와들와들 떨렸다. —방문 바로 앞에서 뚜렷이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손잡이가 심하게 울리며 방문이 요란스레 열린다!—나는 불끈 용기를 내어 조심조심 밖을 엿보았다.” 여기에서 모래 사나이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그를 기다리던 나타나엘의 눈앞에 드디어 방문이 열리는 대목은 현재 시제로 번역되어 그 생생함을 더 잘 전달한다. 또 소설의 절정에서 나타나엘이 클라라와 탑 위에서 코펠리우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다시 광기가 도지는 장면에서도 이런 시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코폴라의 망원경을 찾아내 그것으로 옆쪽을 들여다보았다——클라라가 렌즈 바로 앞에 보인다!——그 순간 온몸의 혈관이 찡 하고 경련을 일으켜—”(44). 역자는 줄표 안의 문장 시제를 임의로 현재로 바꿔서 번역함으로써 사건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독자에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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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의 번역에서 두 가지 점에만 주목하여 비평하려 한다. 하나는 동어 반복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문체이다. 텔과 슈타우파허는 상대가 사용한 단어/명사를 받아 재사용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또 다른 단어/명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단어들이 두 번씩 등장한다. Herz(마음), Wort(말), Tat(행동)가 그것이다. 이런 주고받기식 또는 언어 유희적 대화 방식으로 인해 장면의 재미가 더해진다. 안인희와 이원양, 이재영, 홍성광은 이 점을 인식하고 번역에 반영하였다. 그들의 경우 마음과 말, 행동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안인희의 경우 처음에는 마음을 ‘일념’이라는 단어로 대신하였는데, 국어사전에 의하면 일념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역자가 말한 고아한 문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원양의 경우 어순도 원문의 그것을 그대로 따랐다. 앞사람이 사용한 마음, 말, 행동이란 단어가 먼저 나오고, 그것에 대한 뒷사람의 대응어가 뒤따른다. 원문과의 등가성에 신경을 많이 쓴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반면 한기상은 Herz를 한 번은 ‘기분’으로, Tat를 한 번은 ‘할 일’로 번역하였는데, 그로 인해 동어 반복의 묘미가 드러나지 않았다. 동어 반복 기법이라는 원문의 특징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밖에도 이후의 역자들이 해석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표현들의 일관된 번역을 위해 노력했다면, 김정회는 ‘불의 원’이나 ‘섬뜩한unheimlich’를 일관되게 번역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당시에는 이 표현의 중요성이 의식되지 못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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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체를 살펴보면, 이 장면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단어/명사 위주의 간결하고 함축적인 대화 전개가 특징을 이룬다. 안인희와 이원양은 원문의 간결성과 함축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번역하였다. das schwere Herz를 두 사람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die einzge Tat를 ‘행동’(안인희는 einzig란 단어를 번역하지 않음)과 ‘유일한 행동’으로 번역하였다. 반면에 이재영과 홍성광은 das schwere Herz를 ‘마음’과 ‘무거운 마음’으로 번역한 점에서는 앞의 두 역자와 큰 차이가 없는데(이재영은 schwer를 번역하지 않음), die einzge Tat를 각각 ‘지금 해야 할 유일한 행동’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으로 풀어쓰기식 번역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문장의 운문적 성격은 감소되고 산문적 성격이 증가했는데, 요즘 독자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는 번역을 추구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영의 두 번째 문장인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소.’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번역으로 이해된다. 최근의 번역들은 독자의 이해 편의성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김정회 역 이후 오랜만에 다시 번역된 「모래 사나이」는 「모래 사내」라는 이름으로 서울대학교 독일학연구소가 편역한 「기적의 진실과 환상 속의 현실: 독일 작가들의 창작동화」(1997) 2권에 수록되었다. 독일 동화와 낭만주의 문학에 대한 흐름 속에서 새롭게 소개된 이 작품 번역은 독문학자 김영옥이 맡았다. 그는 작품에 붙인 세쪽 가량의 해설에서 처음으로, 이 작품을 현실 인식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눈을 빼앗긴 낭만주의자의 자기파멸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 판본은 원문의 문장 구조를 최대한 모방하고 의미가 대체로 정확하면서도 가독성이 높은 한국어로 옮기는 데 성공한 번역으로 의의가 있다. 예컨대 앞의 김정회역에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마구 흐트러진 기분”(5)이라 옮겨진 “[die] zerrissene[] Stimmung des Geistes”(11)을 “갈가리 찢긴 정신상태”(273)로 옮기고 있다. 이 번역본에서도 아주 결정적인 장면 묘사를 긴박하게 하고 싶으면, ‘~다’체로 전환한다. “내 심장은 두려움과 기대에 가득 차서 심하게 진동하고 있었지. 앞에, 문 바로 앞에서의 날카로운 발걸음 소리 —문고리를 거칠게 잡는 소리. 문이 덜그럭거리며 확 열렸다!”(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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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품의 또 다른 주요 장면인 텔이 태수 게슬러를 살해하기 위해 숨어 기다리면서 독백하는 4막 3장의 한 단락을 살펴보자. 게슬러의 만행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텔은 자신의 활로 그 일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김영옥의 「모래 사내」 출간 3년 만인 2000년에 「모래 사나이」는 또 다시 두 번역자에 의해 번역된다. 독문학자 김선형의 번역으로 「호프만의 환상문학」이라는 호프만 선집에 수록된 「모래 요정」과, 역시 독문학자 라영균의 번역으로 「모래남자」라는 제목으로 단독 출간된 책이 있다. 김선형은 서양 동화나 전설에서 전승되는 ‘Sandmann’의 이미지를 존중하여 ‘모래 요정’이라 옮겼는데, 한국에서 요정이 주로 선하고 아리따운 이미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전효과’를 노린 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적절한 역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곧 이어 2001년에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모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호프만의 단편선집이 출간한다. 이 판본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2012년도에 찍은 판이 8쇄)로서, 21세기에 가장 많이 읽힌 판본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번역문이 전반적으로 원문보다 어조가 밋밋하여 문학적인 독서의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소설의 맨 첫 문장, “너무 오랫동안 편지를 쓰지 않아 모두들 걱정하고 있겠지”(13)는 김영옥역, “모두들 분명 안절부절 못하겠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 정말 오랫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으니 말이야.(273)에 비해 나타나엘이 로타르에게 편지를 쓰는 그 초조하고 답답하며 미칠 것 같은 심정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 또한 스플란차니와 코폴라가 한바탕 혈투를 벌일 때 그들이 서로에게 퍼붓는 저주와 욕설은 다소 정돈된 어조로 옮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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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m du hervor, du Bringer bittrer Schmerzen,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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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n teures Kleinod jetzt, mein höchster Schatz ―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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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 Ziel will ich <i>dir</i> geben, das bis jetzt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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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frommen Bitte undurchdringlich war ―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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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h dir soll es nicht widerstehn ― Und du,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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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raute Bogensehne, die so oft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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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 treu gedient hat in der Freude Spielen,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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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laß mich nicht im fürchterlichen Ernst.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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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r jetzt noch halte fest, du treuer Strang,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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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mir so oft den herben Pfeil beflügelt ―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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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änn er jetzo kraftlos meinen Händen,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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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 habe keinen zweiten zu versenden.(1004-1005)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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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나오너라, 너 쓰디쓴 고통을 가져오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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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소중한 보물, 가장 귀중한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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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표적을 주리라, 지금까지 어떤 경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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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歎願도 꿰뚫은 적이 없는 표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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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네게 역겨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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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믿음직한 활줄아, 그렇게도 자주 기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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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시에 내게 충성을 해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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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지한 순간에 나를 버리지는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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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욱 굳세어라, 너 충성스런 활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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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자주 탄탄한 화살을 날려보내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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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살이 힘없이 내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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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간다면 난 남은 화살이 없다.(안인희, 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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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거리는 소리, 덜컹거리는 소리, 밀치는 소리, 문에 부딪치는 소리 사이로 저주와 욕설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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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너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여, 나의 고귀한 보물, 지금은 나의 가장 소중한 것, ···지금까지는 경건한 간청으로 인해 관철되지 못했던 표적을 너에게 주겠다. ···그 표적은 너에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너, 즐거운 승부에서 그렇게 자주 내게 충성스러웠던 친숙한 활시위여, 냉엄하리만큼 진지한 상황에서 나를 버리지 말아라. 그렇게도 자주 나의 준엄한 화살에 날개를 붙여주던 너 충실한 활시위여, 지금만은 꼭 달라붙어 있어라. 지금 네가 힘없이 내 손에서 빠져 나온다면, 나는 두 번째 화살을 보내야만 한다.(한기상, 159-160)
  
“이거 놔. 내놔. 비열한 놈. 흉악한 놈. 그래서 거기다 신명을 다 바쳤어? 하하하하! 우린 그런 내기는 안 했어. 나는, 나는 눈을 만들었어. 기계장치도. 네 기계 장치는 멍청한 악마야. 빌어먹을 개 같은 멍청한 시계공 주제에. 꺼져, 이 악마. 잠깐. 꼭두각시나 조종하는 놈. 악마 같은 짐승, 거리 서. 꺼져 내놔! (62-3)
 
  
– Ein Stampfen – ein Klirren – ein Stoßen – Schlagen gegen die Tür, dazwischen Flüche und Verwünschungen. Laß los – laß los – Infamer – Verruchter! – Darum Leib und Leben daran gesetzt? – ha ha ha ha! – so haben wir nicht gewettet – ich, ich hab die Augen gemacht – ich das Räderwerk – dummer Teufel mit deinem Räderwerk – verfluchter Hund von einfältigem Uhrmacher – fort mit dir – Satan – halt – Peipendreher – teuflische Bestie! – halt – fort – laß los!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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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오너라, 쓰디쓴 고통을 가져다주는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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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귀한 보석이며 나의 최고의 보물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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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목표를 주겠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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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탄원으로는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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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에게는 저항해서는 안될 것이다 ― 그리고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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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활시위야, 너는 그렇게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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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의 유희 속에서 성실하게 나에게 봉사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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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순간에 나를 저버리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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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충직한 활 끈이여, 지금만 견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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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리도 자주 강력한 화살을 날려주지 않았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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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살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 표적을 못 맞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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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번째로 사용할 화살이 없노라.(이원양, 26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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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고통을 불러오는 화살이여,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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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보배,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보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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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표적을 하나 주마.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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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간청해도 허락해 주지 않던 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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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게는 허용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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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 흥겨운 경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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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게 충성을 바쳐 온 익숙한 시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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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순간에 나를 배신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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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화살에 그토록 자주 날개를 달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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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직한 줄이여, 이번만은 꼭 버텨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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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살이 힘없이 내 손을 빠져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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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쏠 기회는 없다.(이재영, 150)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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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나오렴, 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는 화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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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 소중한 보석이자 최고의 보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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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하나의 과녁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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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건한 탄원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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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표적은 너에게 저항하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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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 친밀한 활시위여, 너는 그리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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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듯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충성을 바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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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를 저버리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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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자주 나의 준엄한 화살을 날려 보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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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충실한 활시위여, 지금만은 좀 견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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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힘없이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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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다시 쏠 화살이 없단다.(홍성광,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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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구르는 소리 – 쨍그랑 소리 – 밀치는 소리 – 문에 부딪치는 소리, 그 사이로 욕설과 저주가 들렸다. 놓으라고 – 놓으라고 – 비열한 놈아 – 흉악한 놈아! - 거기 몸과 인생을 다 바쳤다고? - 하하하하! - 약속이 틀리잖아 – 내가, 내가 눈알을 만들었어 – 기계장치는 내가 만들었지 – 멍청한 놈아, 그것도 기계장치냐 – 빌어먹을 개 같은 머저리 기계공아 – 꺼지라고 – 사탄아- 그만- 돌팔이 인형공 - 악마 같은 짐승아! - 그만 – 꺼져 – 놓으라고!-(황종민역,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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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곳곳에서 번역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고전 번역의 어려움과 역자의 작품 이해의 편차를 잘 엿볼 수 있는 예라 생각된다. 먼저 첫째 행의 du Bringer bittrer Schmerzen에 대한 번역을 보면, ‘너 쓰디쓴 고통을 가져오는 물건’(안인희), ‘너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것’(한기상), ‘쓰디쓴 고통을 가져다주는 자’(이원양), ‘쓰라린 고통을 불러오는 화살’(이재영), ‘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는 화살’(홍성광)로 번역되었다. 이재영과 홍성광은 다른 역자들과 달리 원문에는 없는 화살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전의 세 역자는 직역했지만 두 사람은 의역한 것인데, 이 단락의 끝까지 읽어보면 화살(Pfeil)이라는 말이 나오고, 텔이 나오라고 지시하는 대상이 바로 화살임이 드러난다. 그냥 물건, , 자라고 했을 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여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화살이라고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함으로써 내용이 분명해지고 상황이 잘 전달되었다. 두 사람의 이런 의역은 독자의 이해 편의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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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둘째 행의 Kleinod에 대한 번역을 보자. 안인희와 한기상은 ‘보물’로, 이원양과 홍성광은 ‘보석’으로, 이재영은 ‘보배’로 번역했다. Kleinod라는 단어가 전이적 의미에서 사용된다는 것과 지시하는 대상이 화살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보석이나 보물보다는 보배라는 번역어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쿵쾅쿵쾅 바닥을 발로 구르기도 하고—서로 맞부딪치기도 하고—그 사이에 간간이 욕지거리와 저주하는 소리가 섞여서 들렸다. 「이것 놔……네 놈이 먼저 놔……비열한 자식……악당놈! 이건 내 목숨이 걸린 거야……하, ,, 하!……전혀 얘기가 틀리잖아……눈알은 눈알은 내가 만든 거야……태엽 장치를 만든 사람은 나라구. 네놈이 네놈이 만든 그 개떡 같은 태엽 장치가 뭐야……싸구려 시계방의 미친개 같은 놈……빨리 나가……악마……그만둬……꺼져버려……놓지 못해!」(김정회역,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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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에서 다섯째 행, 즉 Ein Ziel ~ widerstehn까지의 번역에서는 편차가 제법 크다. 텔은 화살에게 Ziel을 부여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게슬러이다. 그러니 Ziel은 ‘목표’(이원양)나 ‘과녁’(홍성광)도 맞지만 ‘표적’(안인희, 한기상, 이재영)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표적은 지금까지 그 어떤 경건한 청(der frommen Bitte)에도 불구하고 관통할 수 없었는데(undurchdringlich), 하지만 네게는(dir) 저항하지(widerstehn) 못할 거라고 텔은 자신의 화살이 표적을 꼭 맞히기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말하고 있다. 한기상, 이원양, 홍성광은 widerstehn을 저항하다로 번역했지만, 안인희는 역겹다로, 이재영은 허용하다로 잘못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경건한 간청으로 인해 관철되지 못했던 표적’이라는 한기상의 번역은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곱째와 여덟째 행에는 der Freude Spielen과 im fürchterlichen Ernst라는 서로 대비되는 표현이 등장한다. 전자는 사냥하면서 살아온 텔의 종래의 활쏘기를, 후자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활을 쏘아야 하는 현 상황을 지칭한다. 특히 전자에 대한 번역이 제각각인데, ‘즐거운 승부에서’(한기상)나 ‘흥겨운 경기에서’(이재영)보다는 ‘기쁨의 유희시에’(안인희)와 ‘즐거움의 유희 속에서’(이원양), ‘놀이하듯 기쁜 마음으로’(홍성광)가 의미를 보다 잘 반영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원문에 난삽하게 들어 있던 줄표는 번역과정에서 모조리 제거되었는데, 이것이 역자의 선택인지, 아니면 당시 출판사의 편집 원칙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한국어 텍스트에서 줄표의 삽입을 금기시했던 것인지는 좀더 살펴봐야 하겠으나, 줄표의 삭제로 원문의 문체가 지닌 역동성과 난삽함이 상당 부분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욕설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퍼붓는 저주라는 것이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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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인 Ich habe keinen zweiten zu versenden.의 번역에서는 어투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안인희와 한기상, 이재영은 ‘-다’체를 사용했고, 이원양은 ‘-노라’체를, 홍성광은 ‘-단다’체를 사용했다. 텔이 자신의 화살과 활에게 du(너)라고 칭하면서 간곡히 부탁하는 점을 생각할 때, 평이한 ‘-다’체 보다는 ‘-노라’나 ‘-단다’가 텔의 절박한 심정에 걸맞은 어투로 생각된다.  
  
김현성의 번역은 장점도 있는데, 이전의 판본들보다 더 자세한 각주를 제공하여 원문의 이해를 돕고, 역시 상세한 해설을 달아 작품을 소개한다. 역자는 해설에서 작품을 계몽주의와 낭만주의의 갈등으로 해석하고, 프로이트의 ‘das Unheimliche’를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특정한 관점의 해설에 국한되지 않고, 이 작품이 다루는 여러 주제를 개략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기에 오랫동안 적합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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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문장 부호 처리와 관련하여 살펴보고 비교를 마치려 한다. 원문에는 줄표(―)가 네 번 나오고, 다섯째 줄의 dir는 이탤릭체로 강조되어 있다. 쉴러는 4막 3장의 텔의 독백 장면에서 줄표를 자주 사용하는데, 살인을 앞둔 복잡한 심리 상태로 인해 텔의 사고 진행이 종종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줄표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텔의 사고 전개 과정에 몰입할 것을 요청받는다. 또한, 이 작품이 희곡, 즉 연극 대본임을 상기한다면, 텔 역을 맡은 배우는 줄표가 있는 곳에서 잠시 대사를 멈출 것이다. 그리고 원문에서 강조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을 좀 더 힘차게 발화(發話)할 것이다. 따라서 번역자들이 이런 줄표와 강조 표시를 번역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는 내용 번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인희와 이원양은 줄표를 그대로 살렸지만, 이재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기상과 홍성광은 줄임표로 대신하였는데, 홍성광은 점이 6개(······)인 온전한 줄임표를, 한기상은 3개짜리 좀 특이한 줄임표를 사용하였다. 한기상은 줄임표를 새로 시작하는 말 앞에 붙여 놓았는데, 일반적인 쓰임새가 아니어서 낯설게 느껴졌다. 원문의 이탤릭체 강조의 경우 한기상, 이원양, 홍성광의 번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아쉬웠다. 반면에 안인희는 윗점으로 강조를 표시했는데, 눈에 썩 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재영은 고딕체로 글씨체를 달리함과 동시에 진하게 인쇄함으로써 강조가 잘 드러났다. 문장 부호 사용과 관련하여 출판사마다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으나, 역자들이 원문의 문장 부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번역에 잘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번역은 창비 세계문학 시리즈의 한 권으로 나온 「모래 사나이」(2017)다. 번역은 최근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황종민이 맡았고, 그간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상당히 전문적인 깊이가 있는 해설 「에테아 호프만의 생애와 소설」도 실려 있다. 이 해설은 작가의 생애를 유년시절부터 법원 관리 시절, 밤베르크에서 악단장으로 고용되어 있던 시기, 창작 시기 등으로 나누어서 상당히 자세하게 소개하고, 「모래 사나이」와 함께 번역되어 실린 작품들을 모두 꼼꼼하게 해설한다. 「모래 사나이」의 경우 네 문단에 걸쳐서 프로이트는 물론이고 키틀러의 해석도 소개한다. 특기할 만한 점은 코펠리우스를 앙시엠 레짐의 상징이라고도 해석한 부분이다. 또한 이 판본은 각주가 가장 많이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몇몇은 그 성격이 학술적이다. 이미 여러 번역본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의 높아진 기대수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황종민의 번역은 지금까지 여러 번역본이 반복적으로 범한 번역 실수가 거의 없고,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대목을 거의 유일하게(권혁준역과 함께) 제대로 옮기고 있다. 나타나엘은 아버지와 코펠리우스의 수상한 실험을 몰래 훔쳐보다가 그만 걸리고 만다. 이때 코펠리우스는 경악스럽게도 나타나엘의 팔다리를 빼서 이리저리 끼워맞춰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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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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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높은 인지도를 생각할 때 원본처럼 희곡 형태의 완역본이 5종이라는 점은 다소 의아한 감이 든다. 대다수가 동화나 소설의 형태로 번안된 것에서 보듯이 희곡 작품이 산문 작품보다 인기가 적다는 것을 출판사들이 너무 고려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더욱이 운문으로 된 희곡의 번역은 이원양의 말처럼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시행만을 원문과 맞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번역의 어려움도 한몫했을 수도 있다. 이제 운문 작품의 번역에 관해 학계에서 논의가 일어나고 가능한 선에서 방향 제시가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기반 위에서 <빌헬름 텔>을 비롯한 운문으로 된 희곡 작품들과 시들이 새롭게 번역되기를 기대해본다.
  
  
„’s steht doch überall nicht recht! ’s gut so wie es war! – Der Alte hat’s verstanden!“(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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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어디 할 것 없이 온통 고장투성이군 ! 좋아, 이제 본래대로 됐어! ... 이러한 기술도 다 여러 해 동안 익힌 솜씨거든!」(김정회역,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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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식(1907): 정치소설 서사건국지. 대한매일신보.<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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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1907):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박문셔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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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1988): 빌헬름 텔. 청하.<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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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상(1993): 빌헬름 텔. 범우사.<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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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양(1998): 빌헬름 텔. 서울대학교출판부.<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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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2009): 빌헬름 텔. 을유문화사.<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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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2011): 빌헬름 텔. 민음사.<br>
  
“어디다 끼워 봐도 좋지 않군! 이전 상태로 있는 게 좋아! — 꼰대가 뭔가를 이해하긴 했구만”(김영옥역,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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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text-align: right">권선형</div>
  
“온통 제대로 맞질 않아. 원래 있던 대로가 더 낫군! 늙은이 말이 맞아!”(김현성역, 23)
+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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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아! 원래대로가 좋겠어! — 조물주가 제대로 만들었군!”(황종민역, 132)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지막 구절이다. “Der Alte”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해석의 관건이다. 이것은 메피스토펠레스가 하나님께 파우스트의 유혹을 허락 받은 직후에 하나님을 부른 말이다. 따라서 여기서 “Der Alte”는 신이다. 이것을 이해한 번역은 여기서는 황종민역 뿐이다. 김정회는 아예 의역으로 문제를 가려버렸으며, 김영옥역의 “꼰대”는 메피소토펠레스가 했을 법한 말이나, 이를 설명하는 주석이 없어 그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며, 김현성도 늙은이라고 그냥 직역하는 데 그쳤다. 또한 마지막 구절의 이해에 따라 앞의 구절의 해석도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김정회는 완전히 반대로 해석했다. 코펠리우스라는 이름의 악마는 나타나엘이 마치 관절인형이라도 되는 듯이 그의 팔다리를 이리저리 뺐다가 끼워 본다. 이것은 인간도 조물주가 만든 인형, 기계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는 나타나엘의 팔다리의 구조가 원래가 나았음을 확인하고, 다시 돌려놓으면서 “노친네가 잘 하긴 했네”라고 마지못해 인정한다.
 
  
창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그렇듯이 번역의 문체는 정성스럽고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는데, 때때로 이런 언어적 조탁이 노파의 거친 말투에도 적용되어 노파가 “꼬부랑한”이나 “구부러진”과 같은 말을 제치고 “휘움한”이란 문어체를 쓴다거나 할 때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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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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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jekt-Gutenberg [https://www.projekt-gutenberg.org/schiller/tell/tell.html 보기]<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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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utsche National Bibliothek [http://d-nb.info/954529499 보기]<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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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27796 보기]<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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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단문고(원문이용가능) [http://www.adanmungo.org/view.php?idx=3436]
  
그 밖에도 황종민의 번역은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현대적인 어조를 지향한다. 나타나엘이 로타르에게 편지를 쓸 때도, 기존의 ‘~네’체가 아니라 확연한 반말체인 ‘~어’체를 쓰고, ‘자네’ 대신 ‘너희’라고 칭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클라라가 나타나엘에게 반말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연인간의 편지에서 여성의 어투로 간주되는 ‘~요’체를 버리고 ‘~어’체를 택했다. 그러다보니 세 사람의 관계가 보다 평등한 느낌을 주며, 클라라가 흔히 묘사되는 것처럼 상냥하고 혹은 “유순한”(이정태역, 176) 아가씨가 아니라, 나타나엘이 느끼듯 쌀쌀맞고 냉정한 사람으로 나타나 보이는 효과를 준다. 예컨대 클라라가 나타나엘에게 “나타나엘 —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나타나엘! 얼토당토않고—어처구니없고—제 정신이 아닌 그 동화 따위는 불속에 던져버려 »Nathanael – mein herzlieber Nathanael! – wirf das tolle – unsinnige – wahnsinnige Märchen ins Feuer.”(황종민역, 150)는 정말로 독설을 날리는 그 어조가 잘 살아 있다.
 
  
또한 이 번역에서는 코폴라의 어색한 독일어를 어떻게 우리 말로 살릴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Ei, nix Wetterglas, nix Wetterglas! – hab auch sköne Oke – sköne Oke!« 이미 김영옥이 “앤경”이라는 역어를 써서 코폴라의 말투를 조금이라도 변별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면, 황종민은 더 과감하게 “알흠다운 눈깔”(153)이라고 번역한다. 이 표현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비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나타나엘이 죽을 때도 똑같이 반복되므로 악마에 씌인, 혹은 악마적 광기에 지배당한 나타나엘을 보다 강렬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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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쉴러, 프리드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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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독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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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비평된작품]]

2024년 8월 15일 (목) 08:34 기준 최신판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의 희곡

빌헬름 텔 (Wilhelm Tell)
작가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
초판 발행1804
장르희곡


작품소개

프리드리히 쉴러의 5막극으로 1804년에 발표되고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스위스 연방동맹과 스위스의 독립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이룬다. 작가가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작품으로, 빌헬름 텔과 뤼틀리 서약을 둘러싼 스위스의 민족 설화를 소재로 한다. 사냥꾼 텔은 자유를 사랑하고 행동하는 인물로, 오스트리아 총독 헤르만 게슬러의 악의에 용감히 맞선다. 권력만을 탐하는 거칠고 타락한 인물 게슬러는 텔에게 아들의 머리 위에 얹힌 사과에 화살을 쏘아 맞히게 하지만, 종국에는 텔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세 주에서 파견된 동맹자들의 봉기로 스위스는 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작품 속의 또 하나의 줄거리는 브루넥 출신의 베르타와 루덴츠 출신의 울리히 사이의 사랑 이야기로, 텔의 이야기는 다른 사건들과 느슨하게 연결된다. 박은식이 1907년 <政治小說 瑞士建國誌>란 제목으로 초역했다(대한매일신보사).


초판 정보

Schiller, Friedrich(1804): Wilhelm Tell. Tübingen: J. G. Cotta'sche Buchhandlung.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政治小說 瑞士建國誌 政治小說 瑞士建國誌 실러 정철; 박은식 1907 大韓每日申報社 1-55 완역 개작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관외이용 온라인 보기 가능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실러 원작. 鄭哲 小說體 漢譯; 김병현 역(확인불가) 1907 박문셔관 - 확인불가 확인불가 "아단문고 홈페이지에서 원문 확인 가능

http://www.adanmungo.org/view.php?idx=3436"

3 윌리암 텔 윌리암 텔 三千里 3, 4 실러 확인불가 1930 - 편역; 개작 개작; 편역 "소설. 잡지 三千里의 3, 4호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나 Riss검색 상 소장중인 제주대에서도 3, 4호는 미소장. 아단문고에서 4호를 소장 중인 것으로 보이나 원문서비스 미제공.

http://www.adanmungo.org/view.php?idx=10316"

4 윌리암 텔 윌리암 텔 아이동무 3, 7-11 쉴러 강승한 1935 - 확인불가 확인불가 동화, 국중/riss 미확인
5 윌리암 텔 獨逸篇 縮少世界文字全集 3 쉴러 古今出版社 概輯部(고금출판사 개집부) 1955 古今出版社 119-138 편역; 개작 개작; 편역
6 윌리암 텔 윌리암 텔 실라아 박두진 1962 백인사 8-211 완역 개작; 편역
7 용감한 빌헬름 텔 용감한 빌헬름 텔 세계어린이문학전집 19 후리드리히본 쉴러 우량어린이도서출판회 1968 대한출판사 10-156 편역; 개작 편역; 개작 실물에는 1972년으로 표기
8 윌리엄 텔 윌리엄 텔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도이칠란트 편 26 실러 이시철 1971 금성출판사 15-104 편역; 개작 편역; 개작 초판발행 1971 중판발행 1973
9 빌헬름 텔(五幕) 群盜(五幕) <레싱, G.E. 外 ; 獨逸古典戱曲選> (世界文學全集) 87 프리드리히 폰 실러 姜斗植(강두식) 1974 乙酉文化社 359-448 편역 완역
10 윌리엄 텔 (소년소녀)세계의 문학 1975 태극출판사 101-198 편역; 번안 번안
11 윌리암 텔 윌리암 텔 소년소녀세계의문학 30 프리드리히 폰 실러 이주훈 1975 태극출판사 102-190 편역 편역; 개작 동화, 표제지 30권(독일편 3)에 수록. 1975년 초판 발행
12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44 쉴러 김창활 1976 계몽사 10-241 개작 개작
13 윌리엄 텔 (소년소녀)독수리 컬러문고 세계명작 1978 태창출판사 16-211 번안 번안
14 윌리엄 텔 윌리엄 텔 재미있는 그림동화 29 쉴러 확인불가 1978 弘新文化社 1-119 확인불가 확인불가 동화, 국중/riss 미확인
15 윌리암 텔 윌리암 텔 독수리컬러문고 79 실러 민잉 1978 泰昌文化社 1-236 확인불가 확인불가 국중/riss 미확인
16 윌리엄텔 윌리엄텔 우리들문고 100 실러 고태성 1985 보성문화사 1-227 확인불가 확인불가 국중/riss 미확인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오늘의 시민서당 38 F. 쉴러 안인희 1988 청하 11-191 완역 완역
빌헬름 텔 빌헬름 텔 범우희곡선 9 프리드리히 실러 한기상 1993 범우사 11-199 완역 완역
빌헬름 텔 간계와 사랑, 빌헬름 텔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 서양-문학 9 프리드리히 실러 이원양 1998 서울대학교출판부 149-298 편역 완역
20 빌헬름 텔 빌헬름 텔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13 프리드리히 실러 강혜경 2006 마루벌 1-31 편역; 개작 편역; 개작
21 빌헬름 텔 (한권으로 끝내는) 세계명작 & 한국단편 서래경 2006 TNB 33-48 편역 번안
22 빌헬름 텔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실러 이용숙 2006 이루파 1-31 편역; 개작 편역; 개작
23 빌헬름 텔 빌헬름 텔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논술대비 세계문학 15 프리드리히 폰 실러 김주현 2006 한국헤밍웨이 9-219 번안 번안
24 빌헬름 텔 빌헬름 텔 푸른담쟁이 세계문학 34 프리드리히 실러 한기상 2007 웅진씽크빅 8-201 완역 완역
25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367 프리드리히 실러 이원양 2009 지식을만드는지식 29-205 편역 편역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을유세계문학전집 18 프리드리히 폰 쉴러 이재영 2009 을유문화사 7-192 완역 완역
빌헬름 텔 빌헬름 텔·간계와 사랑 세계문학전집 277 프리드리히 실러 홍성광 2011 민음사 7-222 편역 완역
28 빌헬름 텔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실러 볕드는 마루 2011 영림카디널 315-337 편역; 개작 편역; 개작
29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웅진 명작 도서관 35 프리드리히 폰 실러 정성란 2012 웅진씽크빅 9-116 편역; 개작 편역; 개작
30 빌헬름 텔 빌헬름 텔 <공부가 되는> 시리즈 45 프리드리히 실러 글공작소 2013 아름다운사람들 90-117 편역; 개작 편역; 개작 2권에 수록
31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 큰글씨책 프리드리히 실러 이원양 2014 지식을만드는지식 29-205 편역 편역
32 빌헬름 텔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실러 이원양 2019 지만지드라마 3-182 편역 편역
33 빌헬름 텔 윌리엄 텔 명화로 보는 음악 동화 5 프리드리히 실러 강효미 c2014 교원 4-37 편역; 개작 편역; 개작
34 빌헬름 텔 빌헬름 텔 논술대비세계명작 67 프리드리히 폰 실러 윤일현 [2007] 한국몬테소리 8-139 편역; 개작 편역; 개작
35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소년소녀세계명작문학, 용기를 심어 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18 실러 신인래 [2011] 훈민출판사 6-95 편역; 개작 편역; 개작
36 빌헬름 텔 빌헬름 텔 세계 명작 동화 28 프리드리히 실러 정명숙 [2018] 기탄교육 4-29 편역; 개작 편역; 개작


번역비평

Ⅰ. 해방 이전의 번역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문학 수용작이라 할 1907년 박은식의 <정치소설. 서사건국지>의 원작은 1804년에 발표된 쉴러의 드라마 <빌헬름 텔>이다. 서사(瑞士)는 스위스의 한자 표기이다. 박은식은 중국의 정철(鄭哲)(1902)의 동명 소설에 토를 달아 번역하였으며 이 작품의 번역을 <대한매일신보>에 10차례에 걸쳐 연재하였다. 박은식은 후에 이 연재소설을 묶어 ‘정치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서사건국지>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정철은 당시 존재했던 여러 일본어 번역 중 하나를 선택해 제목을 변경하고 소설로 장르를 변경하였다. 넓은 의미로 볼 때 박은식의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 문학작품의 번역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대의 문화적 순환과 수용의 연관에서 볼 때 일본과 중국을 통해 여러 단계의 이동 경로를 거쳤기 때문에 단순한 번안이라고 하기도 어려우며 이러한 복잡한 이입사, 수용사는 분석과 평가에 더 많은 논의를 요구한다.

정철의 <서사건국지> 소설은 독일 원작의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을 생략하고 스위스가 이웃 나라 일이만(日耳萬, 오스트리아)에게 점령을 당했을 때 구국지사인 유림척로(維霖惕露, 빌헬름 텔)가 나타나 예사륵(倪士勒, 게슬러)을 물리치고 독립과 자유를 얻어 공화국이 건설되는 큰 줄기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 있다. 또한 독일의 원작과 달리 가족이 큰 역할을 하는데, 아들의 제의로 격문을 써서 병사들을 모으고 애국가를 짓고 스위스의 역사를 알려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유림척로는 민중의 지도자로 앞장서서 예사륵을 죽이고 적군을 무찌르고 서사공화국을 건설한 것이다. 이러한 변경은 중국 전통 소설과의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한다. 쉴러의 희곡이 독일 고전주의 정신에서 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다면, 중국에서는 영웅서사와 건국서사가 강조된 소설로 변모하였다.

이 점은 박은식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1907년이라는 당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서구 열강의 다툼과 일본 제국주의의 정복욕 앞에 풍전등화처럼 서 있던 조선의 상황을 스위스 건국사 이야기를 통해 투영시켜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박은식은 중국의 계몽주의 개혁가 양계초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열강이 다투는 가운데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한 애국자이자 개혁자였다. 1905년 일본의 한일보호조약에 대한 고발서인 <시일야방성대곡>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어 감옥에서 정철의 소설을 번역하였다. 또한 박은식은 당시 한국에서 유행했던 –퇴폐적- 연애 소설과는 거리를 두고 문학을 활용해 국민을 계몽하고 자극하려는 의도에서 정치(지향)소설을 소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도 소설 장르 사에서 새로운 신기원을 이룩하였다. 신문 연재소설은 당시에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공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박은식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정철의 <서사건국지>는 김병현에 의해서도 번역이 되었고, 그 밖에도 <빌헬름 텔>은 해방 전까지 <윌리암 텔>이라는 제목으로 1930년 역자미상 역(삼천리 출판사)과 1935년의 강승한 역(아이동무)이 나와 있으나 영어본에서 중역하거나 아동본으로 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최윤영

Ⅱ. 해방 이후의 번역

1. 번역 현황 및 개관

이 글에서는 해방 이후에는 <빌헬름 텔>의 번역 및 소개의 양상이 어떠한지 살펴보려 한다. 번역서지 목록을 들여다볼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번역보다 번안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번역의 역사’보다는 ‘번안의 역사’를 말해야 할 정도로 번안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경우가 가장 많다.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활로 쏘아 맞힌 명사수 이야기, 자유를 위한 민중들의 항거, 외세의 압제에 맞선 애국심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은 아동문학용으로 매우 적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어린이인 점을 고려하여 낯선 희곡 형식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동화나 소설로의 개작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동문학 시리즈에 수록된 다수의 경우가 그것을 말해준다. 제목이 대부분 ‘윌리엄 텔’ 또는 ‘윌리암 텔’이란 점을 볼 때, 아마도 영어에서 번역된 것 같다. 그러니까 영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어린이용 도서로 개작된 경우가 소개의 주류를 이룬다고 하겠다.

또 눈에 띄는 것은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독일 문학작품이자 교과서에 실린 몇 안 되는 독일 문학작품 중 하나이다. 1963년 2학기부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가, 1984년부터는 3막 3장이 강두식이라고 역자를 밝히면서 실렸는데, 2019년 개정판부터는 수록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이 작품이 김나지움 독일어(독일의 국어) 수업에서 다루어지는데, 내용뿐만 아니라 발단, 전개, 절정, 하강, 대단원이라는 클라이맥스 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이 희곡의 형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교과서에서도 그런 목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단원의 길잡이를 보면,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희곡이라는 문학 장르를 학습하게 되어 있다. 대학 논술시험을 대비한 편역서가 다수 출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소개 및 수용의 역사를 지닌 이 작품은 1945년 이후에만도 30종이 넘는 번역서지 목록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중에 희곡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역된 번역서는 5종에 불과하다. 1988년에 나온 안인희의 번역이 그 시초이며, 그 이후 한기상(1993), 이원양(1998), 이재영(2009), 홍성광(2011)에 의해 번역되었다. 1907년 소설의 형태로 처음 소개된 후 무려 80년이 지나서야 독일어 텍스트를 저본으로 하면서 원작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번역본이 나온 것이다.


2. 개별 번역 비평

앞에서 언급한 완역본 5종만 진정한 의미의 번역서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번역서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초판 연도 순서대로 살펴본 후 작품의 주요 장면을 통해 번역을 비교하려 한다.


1) 안인희 역의 <빌헬름 텔>(1988)

청하에서 <오늘의 시민서당> 38로 나온 안인희 역의 <빌헬름 텔>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독일어 원본에 따라 희곡으로 완역된 최초의 번역본이다. <일러두기>를 통해 번역 및 편집에 관한 주요 사항들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 점, 한저 출판사의 쉴러 전집(Sämtliche Werke)을 번역의 대본으로 삼았다고 저본을 밝힌 점, 이 작품이 운문으로 쓰였기에 운문 형태의 번역을 시도하면서 전공자를 위해 시행(詩行)을 숫자로 표시한 점 등은 번역자와 출판사가 번역 및 출판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이후의 어떤 완역서에서도 시행이 표시되지 않았기에, 최초의 완역본이자 학술적으로 인용 가능한 역본이라 하겠다. 역자는 또 “문체의 등급”을 정하는 데 고심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농부와 사냥꾼 같은 평민층이 주체가 된 극이지만 문체의 품격이 높기에 그 의도를 존중하려고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고아한 문체를 선택했다고 밝힌다. <작품해설>에서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쉬운 언어로 쉴러의 미학 이론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 한기상 역의 <빌헬름 텔>(1993)

범우사에서 <범우희곡선> 9로 나온 한기상 역의 <빌헬름 텔>은 1993년에 초판을 찍은 후 1998년에 2판 1쇄를, 2001년에 2판 2쇄를 찍었다.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2001년 2판 2쇄임을 밝힌다. 범우사에서 펴내는 <범우문고> 등 각종 시리즈에 대한 소개/광고가 책 뒤편에 상세하게 나오는 반면, <범우희곡선>의 발간사나 편집 원칙 등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번역서 맨 앞에 <이 책을 읽는 분에게>라는 2쪽짜리 글이 있는데, 번역과 관련한 역자의 생각이나 저본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빌헬름 텔 해설 및 독일 이상주의와 폭력 양상의 비판>이라는 작품해석이 번역서 맨 뒤에 실려 있는데,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해설이라기보다는 학술적인 논문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번역에서 오류가 자주 발견되어 매우 아쉽다.


3) 이원양 역의 <빌헬름 텔>(1998)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의 서양-문학 9로 나온 이원양의 번역본은 산문의 형식으로 번역되었다. 안인희는 운문의 형식을 유지하며 번역했는데, 한기상과 마찬가지로 이원양은 산문 번역을 택했다. 이원양의 경우 <역자 서문>에서 운문 번역과 관련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시행만을 원문과 맞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오랫동안 번역을 망설여왔는데, 결국 일반 독자를 위해 “산문 번역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실러의 원문에 가장 근접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산문 번역을 택한 이유를 밝힌다. 두어 번 나오는 노래와 4막 3장에서 텔이 독백하는 장면만 예외적으로 운문으로 번역하였다. 이원양의 경우 번역의 등가성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형식과 내용 중 내용의 등가성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뒤에서 밝히겠지만 원문의 줄표를 그대로 살린 점, 해설에서 이 작품에 대한 독일어권의 공연 및 수용에 관해 소개한 점 등을 볼 때 무대 위 공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번역한 면모가 엿보였다. 번역을 위해서는 한저 출판사의 쉴러 전집과 레클람 판, 두 가지를 이용했다고 밝힌다.


4) 이재영 역의 <빌헬름 텔>(2009)

이재영 역의 <빌헬름 텔>은 을유문화사의 <을유세계문학전집> 18로 나왔다. 2009년에 초판이 나왔고 2018년 초판 3쇄가 나왔으며, 이것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밝힌다. 우선 운문의 형태로 번역한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 읽으면서 운율이 느껴져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기존 번역의 오류를 다수 개선한 점, 요즘 독자를 위해 풀어쓰기 번역을 시도한 점이 이 번역본의 특징이라 하겠다. 그런데 번역이 우수한 데에 반해 번역에 대한 성찰이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한 점이 특이했다. 이미 여러 번 번역된 작품인 만큼 “좀 더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문장을 만들어 내고 피할 수 있는 오류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언급이 전부이다. 반면에 <자유를 위한 저항과 혁명, 그리고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제법 긴 작품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쉴러 전집의 민족본(Nationalausgabe)을 저본으로 사용했다고 밝힌다.


5) 홍성광 역의 <빌헬름 텔>(2011)

홍성광의 번역본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7번에 쉴러의 다른 희곡 작품 <간계와 사랑>과 함께 출판되었다. 초판은 2011년에 나왔고,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2019년 1판 9쇄이다. 8년 사이에 9쇄가 찍힌 것이니,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으로 판단된다. 홍성광도 운문의 형태로 번역했고 읽으면서 운율을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의 경우 한국어 감각이 좋고, 곳곳에서 친근한 문체랄까, 주인공 텔의 심리에 어울리는 어투를 사용함으로써 상황 전달이 잘 되는 장점이 느껴졌다. 이재영과 마찬가지로 홍성광도 <자유와 정의, 격정과 혁명의 작가 실러>라는 30쪽짜리 긴 작품해설로 독자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반면에 번역의 원칙이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의 경우 저본도 밝히지 않았는데, 이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공통된 점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 저본을 밝히지 않는지 모르겠으나, 민음사의 그것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세계문학전집임을 고려할 때, 번역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이제 작품의 주요 장면을 통해 각각의 번역본을 비교해 보자. 1막 3장에 텔과 슈타우파허의 대화 장면이 나오는데, 슈타우파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폭정에 같이 맞서자며 텔을 설득하려 한다.


TELL Mein Haus entbehrt des Vaters. Lebet wohl.
STAUFFACHER  Mir ist das Herz so voll, mit Euch zu reden.
TELL Das schwere Herz wird nicht durch Worte leicht.
STAUFFACHER Doch könnten Worte uns zu Taten führen.
TELL Die einzge Tat ist jetzt Geduld und Schweigen.
STAUFFACHER Soll man ertragen, was unleidlich ist?[1]


집에서들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 잘 가시오!
슈타우파허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일념이외다.
무거운 마음은 말을 통해 가벼워지지는 않아요.
슈타우파허 그러나 말은 우리를 행동에로 인도해 줄 터인데.
지금은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뿐이오.
슈타우파허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디어야 할까요?(안인희, 40)


내 집에는 아버지가 없잖아요(집에서 기다려요). 안녕히 계십시오.
슈타우파허       내 가슴은... 당신과 얘기를 나누고픈 마음으로 꽉 차 있답니다.
말로써 우울한 기분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슈타우파허 그렇지만 말이 우리들을 행동으로 유도할 수도 있을 텐데요.
지금 할 일은 단지 참고 침묵하는 것이지요.
슈타우파허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야만 한단 말이오?(한기상, 39)


집에서는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이다. 안녕히 계십시오.
슈타우파허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마음 속에 가득하오이다.
무거운 마음은 말을 한다고 가벼워지지는 않는 법이죠.
슈타우파허 하지만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지금 유일한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입니다.
슈타우파허 참을 수 없는 것도 인내를 해야 됩니까?(이원양, 172-173)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럼 이만.
슈타우파허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소.
말을 한다고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슈타우파허 그래도 말을 나누다 보면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오.
지금 해야 할 유일한 행동이란 인내와 침묵뿐입니다.
슈타우파허 견딜 수 없는 상황을 참기만 해야 한다는 거요?(이재영, 31)


집에서는 가장을 기다리고 있소.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슈타우파허       내 마음은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말을 한다고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슈타우파허 하지만 말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지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란 참고 침묵하는 겁니다.
슈타우파허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라는 건가요?(홍성광, 38-39)


이 대화의 번역에서 두 가지 점에만 주목하여 비평하려 한다. 하나는 동어 반복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문체이다. 텔과 슈타우파허는 상대가 사용한 단어/명사를 받아 재사용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또 다른 단어/명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단어들이 두 번씩 등장한다. Herz(마음), Wort(말), Tat(행동)가 그것이다. 이런 주고받기식 또는 언어 유희적 대화 방식으로 인해 장면의 재미가 더해진다. 안인희와 이원양, 이재영, 홍성광은 이 점을 인식하고 번역에 반영하였다. 그들의 경우 마음과 말, 행동이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안인희의 경우 처음에는 마음을 ‘일념’이라는 단어로 대신하였는데, 국어사전에 의하면 일념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역자가 말한 고아한 문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원양의 경우 어순도 원문의 그것을 그대로 따랐다. 앞사람이 사용한 마음, 말, 행동이란 단어가 먼저 나오고, 그것에 대한 뒷사람의 대응어가 뒤따른다. 원문과의 등가성에 신경을 많이 쓴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반면 한기상은 Herz를 한 번은 ‘기분’으로, Tat를 한 번은 ‘할 일’로 번역하였는데, 그로 인해 동어 반복의 묘미가 드러나지 않았다. 동어 반복 기법이라는 원문의 특징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문체를 살펴보면, 이 장면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단어/명사 위주의 간결하고 함축적인 대화 전개가 특징을 이룬다. 안인희와 이원양은 원문의 간결성과 함축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번역하였다. das schwere Herz를 두 사람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die einzge Tat를 ‘행동’(안인희는 einzig란 단어를 번역하지 않음)과 ‘유일한 행동’으로 번역하였다. 반면에 이재영과 홍성광은 das schwere Herz를 ‘마음’과 ‘무거운 마음’으로 번역한 점에서는 앞의 두 역자와 큰 차이가 없는데(이재영은 schwer를 번역하지 않음), die einzge Tat를 각각 ‘지금 해야 할 유일한 행동’과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으로 풀어쓰기식 번역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문장의 운문적 성격은 감소되고 산문적 성격이 증가했는데, 요즘 독자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는 번역을 추구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영의 두 번째 문장인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소.’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번역으로 이해된다. 최근의 번역들은 독자의 이해 편의성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특징이라 생각된다.

이제 작품의 또 다른 주요 장면인 텔이 태수 게슬러를 살해하기 위해 숨어 기다리면서 독백하는 4막 3장의 한 단락을 살펴보자. 게슬러의 만행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텔은 자신의 활로 그 일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Komm du hervor, du Bringer bittrer Schmerzen,
Mein teures Kleinod jetzt, mein höchster Schatz ―
Ein Ziel will ich dir geben, das bis jetzt
Der frommen Bitte undurchdringlich war ―
Doch dir soll es nicht widerstehn ― Und du,
Vertraute Bogensehne, die so oft
Mir treu gedient hat in der Freude Spielen,
Verlaß mich nicht im fürchterlichen Ernst.
Nur jetzt noch halte fest, du treuer Strang,
Der mir so oft den herben Pfeil beflügelt ―
Entränn er jetzo kraftlos meinen Händen,
Ich habe keinen zweiten zu versenden.(1004-1005)

이리 나오너라, 너 쓰디쓴 고통을 가져오는 물건,
이젠 내 소중한 보물, 가장 귀중한 그대여―
네게 표적을 주리라, 지금까지 어떤 경건한
탄원歎願도 꿰뚫은 적이 없는 표적을―
그러나 그것이 네게 역겨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믿음직한 활줄아, 그렇게도 자주 기쁨의
유희시에 내게 충성을 해준 너,
가장 진지한 순간에 나를 버리지는 말아라.
이제 더욱 굳세어라, 너 충성스런 활줄이여,
그리도 자주 탄탄한 화살을 날려보내준 너―
지금 화살이 힘없이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면 난 남은 화살이 없다.(안인희, 153-154)


나와라, 너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것이여, 나의 고귀한 보물, 지금은 나의 가장 소중한 것, ···지금까지는 경건한 간청으로 인해 관철되지 못했던 표적을 너에게 주겠다. ···그 표적은 너에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너, 즐거운 승부에서 그렇게 자주 내게 충성스러웠던 친숙한 활시위여, 냉엄하리만큼 진지한 상황에서 나를 버리지 말아라. 그렇게도 자주 나의 준엄한 화살에 날개를 붙여주던 너 충실한 활시위여, 지금만은 꼭 달라붙어 있어라. 지금 네가 힘없이 내 손에서 빠져 나온다면, 나는 두 번째 화살을 보내야만 한다.(한기상, 159-160)


이제 나오너라, 쓰디쓴 고통을 가져다주는 자여.
나의 고귀한 보석이며 나의 최고의 보물이여 ―
너에게 목표를 주겠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경건한 탄원으로는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니라 ―
하지만 너에게는 저항해서는 안될 것이다 ― 그리고 너
친숙한 활시위야, 너는 그렇게도 자주
즐거움의 유희 속에서 성실하게 나에게 봉사하였는데
심각한 순간에 나를 저버리지 말아다오.
너, 충직한 활 끈이여, 지금만 견뎌다오.
너는 그리도 자주 강력한 화살을 날려주지 않았느냐 ―
지금 화살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 표적을 못 맞히면
나는 두 번째로 사용할 화살이 없노라.(이원양, 263-264)


쓰라린 고통을 불러오는 화살이여, 나와라.
내 소중한 보배,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보물이여,
네게 표적을 하나 주마. 지금까지는
아무리 간청해도 허락해 주지 않던 표적이다.
하지만 네게는 허용해 주마.
그리고 너, 흥겨운 경기에서
늘 내게 충성을 바쳐 온 익숙한 시위여,
엄중한 순간에 나를 배신하지 말거라.
매서운 화살에 그토록 자주 날개를 달아 준
충직한 줄이여, 이번만은 꼭 버텨 다오.
지금 화살이 힘없이 내 손을 빠져나가면
다시 한번 쏠 기회는 없다.(이재영, 150)


어서 나오렴, 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는 화살이여,
자, 내 소중한 보석이자 최고의 보물이여······
너에게 하나의 과녁을 주겠다,
지금까지 경건한 탄원으로는 뚫을 수 없는 것이었지······.
하지만 그 표적은 너에게 저항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너 친밀한 활시위여, 너는 그리도 자주
놀이하듯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충성을 바쳤지,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를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도 자주 나의 준엄한 화살을 날려 보내 준
너 충실한 활시위여, 지금만은 좀 견뎌 다오,
지금 힘없이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면
내겐 다시 쏠 화살이 없단다.(홍성광, 175)


우리는 곳곳에서 번역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고전 번역의 어려움과 역자의 작품 이해의 편차를 잘 엿볼 수 있는 예라 생각된다. 먼저 첫째 행의 du Bringer bittrer Schmerzen에 대한 번역을 보면, ‘너 쓰디쓴 고통을 가져오는 물건’(안인희), ‘너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것’(한기상), ‘쓰디쓴 고통을 가져다주는 자’(이원양), ‘쓰라린 고통을 불러오는 화살’(이재영), ‘쓰라린 고통을 안겨 주는 화살’(홍성광)로 번역되었다. 이재영과 홍성광은 다른 역자들과 달리 원문에는 없는 화살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전의 세 역자는 직역했지만 두 사람은 의역한 것인데, 이 단락의 끝까지 읽어보면 화살(Pfeil)이라는 말이 나오고, 텔이 나오라고 지시하는 대상이 바로 그 화살임이 드러난다. 그냥 물건, 것, 자라고 했을 때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여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화살이라고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함으로써 내용이 분명해지고 상황이 잘 전달되었다. 두 사람의 이런 의역은 독자의 이해 편의성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이제 둘째 행의 Kleinod에 대한 번역을 보자. 안인희와 한기상은 ‘보물’로, 이원양과 홍성광은 ‘보석’으로, 이재영은 ‘보배’로 번역했다. Kleinod라는 단어가 전이적 의미에서 사용된다는 것과 지시하는 대상이 화살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보석이나 보물보다는 보배라는 번역어가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에서 다섯째 행, 즉 Ein Ziel ~ widerstehn까지의 번역에서는 편차가 제법 크다. 텔은 화살에게 Ziel을 부여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게슬러이다. 그러니 Ziel은 ‘목표’(이원양)나 ‘과녁’(홍성광)도 맞지만 ‘표적’(안인희, 한기상, 이재영)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표적은 지금까지 그 어떤 경건한 청(der frommen Bitte)에도 불구하고 관통할 수 없었는데(undurchdringlich), 하지만 네게는(dir) 저항하지(widerstehn) 못할 거라고 텔은 자신의 화살이 표적을 꼭 맞히기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말하고 있다. 한기상, 이원양, 홍성광은 widerstehn을 저항하다로 번역했지만, 안인희는 역겹다로, 이재영은 허용하다로 잘못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경건한 간청으로 인해 관철되지 못했던 표적’이라는 한기상의 번역은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곱째와 여덟째 행에는 der Freude Spielen과 im fürchterlichen Ernst라는 서로 대비되는 표현이 등장한다. 전자는 사냥하면서 살아온 텔의 종래의 활쏘기를, 후자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활을 쏘아야 하는 현 상황을 지칭한다. 특히 전자에 대한 번역이 제각각인데, ‘즐거운 승부에서’(한기상)나 ‘흥겨운 경기에서’(이재영)보다는 ‘기쁨의 유희시에’(안인희)와 ‘즐거움의 유희 속에서’(이원양), ‘놀이하듯 기쁜 마음으로’(홍성광)가 의미를 보다 잘 반영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마지막 행인 Ich habe keinen zweiten zu versenden.의 번역에서는 어투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안인희와 한기상, 이재영은 ‘-다’체를 사용했고, 이원양은 ‘-노라’체를, 홍성광은 ‘-단다’체를 사용했다. 텔이 자신의 화살과 활에게 du(너)라고 칭하면서 간곡히 부탁하는 점을 생각할 때, 평이한 ‘-다’체 보다는 ‘-노라’나 ‘-단다’가 텔의 절박한 심정에 걸맞은 어투로 생각된다.

끝으로 문장 부호 처리와 관련하여 살펴보고 비교를 마치려 한다. 원문에는 줄표(―)가 네 번 나오고, 다섯째 줄의 dir는 이탤릭체로 강조되어 있다. 쉴러는 4막 3장의 텔의 독백 장면에서 줄표를 자주 사용하는데, 살인을 앞둔 복잡한 심리 상태로 인해 텔의 사고 진행이 종종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이 줄표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텔의 사고 전개 과정에 몰입할 것을 요청받는다. 또한, 이 작품이 희곡, 즉 연극 대본임을 상기한다면, 텔 역을 맡은 배우는 줄표가 있는 곳에서 잠시 대사를 멈출 것이다. 그리고 원문에서 강조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을 좀 더 힘차게 발화(發話)할 것이다. 따라서 번역자들이 이런 줄표와 강조 표시를 번역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는 내용 번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안인희와 이원양은 줄표를 그대로 살렸지만, 이재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기상과 홍성광은 줄임표로 대신하였는데, 홍성광은 점이 6개(······)인 온전한 줄임표를, 한기상은 3개짜리 좀 특이한 줄임표를 사용하였다. 한기상은 줄임표를 새로 시작하는 말 앞에 붙여 놓았는데, 일반적인 쓰임새가 아니어서 낯설게 느껴졌다. 원문의 이탤릭체 강조의 경우 한기상, 이원양, 홍성광의 번역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아쉬웠다. 반면에 안인희는 윗점으로 강조를 표시했는데, 눈에 썩 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재영은 고딕체로 글씨체를 달리함과 동시에 진하게 인쇄함으로써 강조가 잘 드러났다. 문장 부호 사용과 관련하여 출판사마다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으나, 역자들이 원문의 문장 부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번역에 잘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3. 평가와 전망

이 작품의 높은 인지도를 생각할 때 원본처럼 희곡 형태의 완역본이 5종이라는 점은 다소 의아한 감이 든다. 대다수가 동화나 소설의 형태로 번안된 것에서 보듯이 희곡 작품이 산문 작품보다 인기가 적다는 것을 출판사들이 너무 고려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더욱이 운문으로 된 희곡의 번역은 이원양의 말처럼 “적당히 문장을 끊어서 시행만을 원문과 맞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번역의 어려움도 한몫했을 수도 있다. 이제 운문 작품의 번역에 관해 학계에서 논의가 일어나고 가능한 선에서 방향 제시가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기반 위에서 <빌헬름 텔>을 비롯한 운문으로 된 희곡 작품들과 시들이 새롭게 번역되기를 기대해본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박은식(1907): 정치소설 서사건국지. 대한매일신보.
정철(1907): 정치쇼설 셔사건국지. 박문셔관.
안인희(1988): 빌헬름 텔. 청하.
한기상(1993): 빌헬름 텔. 범우사.
이원양(1998): 빌헬름 텔. 서울대학교출판부.
이재영(2009): 빌헬름 텔. 을유문화사.
홍성광(2011): 빌헬름 텔. 민음사.

권선형
  • 각주
  1. Friedrich Schiller(1981): Wilhelm Tell. In: Friedrich Schiller Sämtliche Werke. Vol. 2, Dramen II.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931. 이하에서는 쪽수를 본문에 표기함.

바깥 링크

1. Projekt-Gutenberg 보기
2. Deutsche National Bibliothek 보기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보기
4. 아단문고(원문이용가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