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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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3일 (토) 03:36 기준 최신판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
작가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초판 발행1795 - 1796
장르소설

작품소개

1795/6년에 출간된 괴테의 장편소설이자, 독일 교양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예술을 사랑하여 연극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상인 가문의 청년 빌헬름은 부친의 심부름으로 여행길에 올랐다가 유랑연극단과 어울린다. 독일 연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빌헬름은 연극에서 희열과 좌절을 두루 맛보며 예술과 삶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접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빌헬름은 세상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고, 개혁귀족이 이끄는 모임 탑사회(Turmgesellschaft)에 받아들여짐으로써 새로운 사회 개혁의 비전을 통해 보다 성숙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인도된다. 이러한 빌헬름의 교양 완성 과정은 그가 여러 다양한 여인들을 편력한 뒤, 마침내 귀족 신분의 박애주의자 나탈리에를 만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과 하나로 그려진다. 동시대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작가의 입장과 사회 개혁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미발표 원고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1777-1785)을 모태로 발전시킨 소설로, 25년 뒤에 발표된 속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1821)와 느슨하게 연결된다. 소설 제6권에 독립적인 이야기로 삽입된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은 별도로 여러 번 번역되었다. 국내 초역은 1960년 장기욱의 번역으로 <윌헬름 마이스타의 수업시대>라는 제목 하에 출판되었다(박영사).


초판 정보

Goethe, Johann Wolfgang von(1795-1796): Wilhelm Meisters Lehrjahre. Vol. 1-6. Berlin: Unger.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윌헬름 마이스타의 修業時代 (上) 윌헬름 마이스타의 修業時代 (上) 博英文庫 2-9 괴테 張起昱(장기욱) 1960 博英社 13-266 편역 완역
2 윌헬름 마이스타의 修業時代 (下) 윌헬름 마이스타의 修業時代 (下) 博英文庫 2-10 괴테 張起昱(장기욱) 1960 博英社 13-314 편역 완역
3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크라식 로망 選集 3 크라식로망選集 3 괴에테 徐潤澤(서윤택) 1965 新楊社 5-113 편역 편역 작품별 쪽수
4 윌헬름 마이스터의 修業時代 괴에테文學全集 3 괴에테 張起昱 1968 徽文出版社 2-468 편역 완역 70년 5판(쇄)
5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아름다운 영혼의 告白 文藝文庫 2 괴에테 宋永擇 1972 文藝出版社 5-125 완역 편역
6 修業時代 (新譯)괴에테全集 1 괴에테 鄭鎭雄 1974 光學社 12-466 완역 완역
7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新選)世界文學全集 30 (新選)世界文學全集 30 J.W.괴테 趙哲濟(조철제) 1976 三珍社 123-181 편역 편역
8 빌헬름 마이스터 - 修業時代 빌헬름 마이스터 - 修業時代 (三省版) 世界文學全集 50 괴에테 姜斗植 1976 三省出版社 13-488 완역 완역
9 아름다운 영혼의 告白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世界文學全集 2 괴테 宋永擇(송영택) 1977 韓英出版社 285-358 편역 편역
10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文藝思想新書 13 요한 볼프강 괴테 徐潤澤(서윤택) 1977 家庭文庫社 11-113 완역 편역 부제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修業時代> 제6부 라고 적혀 있음
11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애정명작씨리즈 6 괴에테 徐潤澤(서윤택) 1978 新元文化社 11-113 편역 편역
12 修業時代 (大世界) 哲學的文學全集 1 大世界 哲學的文學全集 1 괴에테 鄭鎭雄 1978 白文堂 12-466 완역 완역 74년 광학사 출판사의 괴테 전집1권과 동일함
13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世界文學大全集 14 世界文學大全集 14 괴테 趙哲濟(조철제) 1980 太極出版社 123-182 편역 편역
14 빌헬름 마이스터 世界大思想全集 4 世界大思想全集 4 괴에테 鄭鎭雄(정진웅) 1980 高麗文化社 11-466 완역 완역
15 아름다운 靈魂의 告白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人形의 집 外 (知星版 最新) 世界文學全集 7 괴테 郭福祿 1982 知星出版社 185-270 편역 편역
16 깨어 있는 시인 그리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괴테 이충진 1986 하나 221-223 편역 편역 역자가 괴테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작품들에서 임의로 발췌역하여 엮음, 소제목은 역자가 임의로 붙임, 본문 말미에 역자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중에서'라고 표기함
17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세계대표문학선 괴에테 유재령 1994 흥진문화사 246-327 편역 편역
18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의)수업시대 괴테전집 1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박환덕 1995 예하출판 12-713 완역 완역
19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괴테전집 8 괴테 안삼환 1996 민음사 7-498 편역 완역
20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2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2 괴테전집 9 괴테 안삼환 1996 민음사 501-879 편역 완역
21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괴테 김두규 1998 유토피아 11-128 완역 편역
22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美路book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김욱 2005 지훈출판사 16-159 편역 편역
23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 편력시대 World Book 22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곽복록 2014 동서문화사 11-594 편역 완역
24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 세계문학전집 5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곽복록 2016 동서문화사 13-586 완역 완역 동서문화사 창업60주년 특별출판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괴테의 소설 가운데 고전주의 시기를 대표하는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괴테의 시들이나 <젊은 베르터의 고뇌>, <파우스트>, <헤르만과 도로테아> 등의 작품들이 일제강점기에 우리말로 번안, 번역되어 소개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번역되었다. 이 소설에 실린 시들 가운데 최초로 번역된 것은 김진섭의 번역으로 1927년 <해외문학> 창간호에 실린 미뇽의 노래이며,[1] 1930년대에는 이 시와 함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들어 있는 다른 시들도 박용철, 서항석의 번역으로 여러 잡지, 신문, 시집에 실렸다.[2] 이에 비해 전체 작품으로서 이 소설이 처음 소개된 것은 <문예월간> 4호(1932)이다. 괴테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특집호에 실린 글에서 조희순은 괴테의 생애와 그의 작품 23편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해설 가운데 “윌헬름·마이스터-의修業時代”를 “一種의敎養小說”로 소개하고 있다.[3] 그러나 이 작품 전체가 번역되기까지는 그로부터 30여 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여러 연구자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에서 괴테는 ‘낭만주의자’로 먼저 수용되었다가 1930년대에 가서 ‘고전주의자’ 괴테로 관심이 확대되었는데,[4]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미뇽이나 하프 연주자의 노래들이 우선적으로 번역·수용된 것 역시 이런 수용사적인 맥락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베르터>와 <파우스트>가 먼저 번역되어 대중에게 열광적으로 수용된 후에 대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독어독문학자들이 <빌헬름 마이스터>를 번역하게 된 것은,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경우와 유사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5]

이충섭에 의하면 우리말로 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첫 번역은 장기욱의 <윌헬름 마이스타의 수업시대> 상-하(박영사 1960)이다. 이후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는 정진웅의 번역(광학사 1974)과 강두식의 번역(삼성출판사 1976)이 잇따랐으며, 이로부터 또 약 20년의 간격을 두고 1990년대에는 박환덕의 번역(예하출판사, 1995)과 안삼환의 번역(민음사, 1996)이 이어졌다. 2016년에는 동서문화사에서 곽복록의 번역으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가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되기도 하였다. 본문에서는 이 번역본들 가운데 장기욱, 박환덕, 안삼환의 번역본을 비교·분석하려고 한다.


2. 개별 번역 비평

1) 장기욱 역의 <윌헬름 마이스타의 修業時代>(1960)

국내 초역인 장기욱의 번역본(박영사)은 1968년에 <괴에테 문학전집>(휘문출판사)의 3권에 <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라는 제목으로 재수록되었다. 휘문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에는 저본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맨 처음 박영사에서 나온 번역본에서 번역자는 함부르크 판 괴테 전집 7권을 번역했음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초역들이 그러하듯이 이 번역본 역시 이후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대한 이해 및 번역에 큰 영향을 끼쳤다.

휘문출판사의 <괴에테 문학전집>에는 역자인 장기욱의 작품해설이 강두식의 “괴에테의 생애와 사상”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다. 이는 박영사에서 나온 초판본에 실린 역자의 작품해설 내용과 거의 유사한데, 여기서 장기욱은 빌헬름 마이스터가 “독일소설의 전통인 교양소설(Bildungsroman)의 최고봉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해설에 의하면 ‘Bildung’이란 말은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데, 즉 “교양의 양식을 ‘섭취하는’ 힘과 이것을 소화하고 자기 고유의 것을 ‘형성하는’ 힘의 개념”이다. 역자는 “빌헬름과 그의 동시대 사람들이 각자의 시대와 사회에서 어떤 것을 받았으며 섭취하였는가, 다시 말해 각세대의 교양자재로서의 사회환경이라는 것이 참다운 의미의 교양소설에 있어서 중대한 요건이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사회소설적 측면을 강조한다.

장기욱 역에서는 1950-60년대 우리말의 말투 및 단어들이 사용되며, 당시의 젠더 위계가 반영되어 예컨대 1부에서 빌헬름은 마리아네에게 반말을 하고 마리아네는 존댓말을 하는 등 지금의 독자들이 읽을 때 다소 시간적 간격을 느끼게 하는 측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말의 흐름이 잘 이어지며, 현대적인 문체와 지금 관점에서 보아 다소 예스러운 말투가 뒤섞여 있는데, 후자는 특히 대화체에서 나타난다. 제목이 ‘빌헬름’ 마이스터가 아니라 ‘윌헬름’ 마이스터인 이유는 - 1960년 박영사 판의 제목이 윌헬름 ‘마이스타’인 이유 역시 - 초기에 영어로 번역된 <수업시대>를 통해 이 소설을 접했던 일본어 번역본들의 영향이 아닐까 추정된다.[6]


2) 박환덕 역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995)

박환덕의 번역본은 1995년 <괴테전집> 편집위원회(회장 지명렬)에서 기획한 <괴테전집>의 일부로 예하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괴테전집>을 펴내면서”라는 서문의 일러두기를 보면 함부르크 판 괴테전집 14권 전부를 28권으로 분책, 발행하려는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으나, 실제로 출간된 것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외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방랑시대>(곽복록 역), <프랑스 종군기 外>(장상용 역), <로마 체류기>(정서웅 역)이다. 서문에서는 “시성(詩聖)”, “천재적 지성의 총체이며 전인적 보편시인”이라는 괴테상을 볼 수 있다. 역자 후기에서 박환덕은 저본은 함부르크 판 괴테 전집 7권이며, 그 밖에도 일본의 괴테 전집을 참조하였음도 밝히고 있다. 초역과 박환덕의 번역 사이에 ‘윌헬름’ 마이스터는 드디어 ‘빌헬름’ 마이스터가 되었다.[7]

박환덕의 번역본 역시 학술적인 번역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장기욱, 안삼환 번역본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특성을 바탕으로 세 번역본은 차이점들을 보여 준다. 장기욱의 초역으로부터 약 35년 정도의 시간 간격을 가지고 1990년대에 나타난 두 역자의 번역에서 문체가 초역보다 더 현대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중에서 박환덕 번역본은 비교적 문어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감정을 절제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Mit welcher Neigung, welcher Dankbarkeit erinnerte sie sich des abwesenden Norbergs!(1권 1장)
선물을 받고 몹시 흡족해진 바르바라는 여행중인 노르베르크를 호의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상했다.(박환덕 12) 
노파가 여기에 없는 노어베르크를 얼마나 정답고 감사한 마음으로 회상하게 되었는지!(안삼환 I, 18)

박환덕의 번역본에서는 소설 1부에 나오는 마리아네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그녀의 ‘Liebhaber’ 노르베르크를 ‘후원자’(안삼환 번역에서는 ‘애인’)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위에 인용된 문장에서 보이는 파토스 역시 느낌표를 삭제하며 완화시키고 있는데, 박환덕의 번역본에 나타나는 이런 경향의 전형적인 예는 예컨대 하프너의 노래 가운데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하고...”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문장을 길게 사용하는 특징도 보인다. 박환덕 번역본의 문어체적인 특징은 한자어 어휘들의 사용과도 관계되는데, 2부 14장 마지막 부분에서 그 한 예를 볼 수 있다. 미뇽이 빌헬름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그들이 아버지와 딸 같은 관계를 맺으며 지극한 행복 속에 잠겨 있을 때 문밖에서 하프 연주자가 친구 빌헬름에게 ‘Abendopfer’로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장면이 있다. 이 단어를 박환덕은 “석양의 헌상(獻上)”(169), 안삼환은 “저녁 선물”(217)로 번역한다(장기욱 1960: “저녁의 선물”(136)). 또 이 소설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띠는 ‘병든 왕자’ 모티브가 처음 등장하는 대목에서도 한자어 어휘를 사용하는 박환덕 번역본의 특징이 드러난다. “부왕(父王)의 비(妃)를 애타게 연모하여 병이 든 왕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었습니다.”(84)(안삼환: “그것은 병든 왕자가 자기 아버지의 신부를 연모하면서 시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그림이었죠.”(I, 106))


3) 안삼환 역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996)

안삼환 역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가 지닌 특징은 학술적이고 정확한 번역이면서 동시에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살렸다는 점이다. 안삼환의 번역본은 ‘괴테전집간행위원회’(회장 박찬기)에서 기획하고 민음사에서 펴낸 함부르크 판 괴테전집 번역의 첫 결실로 나왔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8] 여기에도 한국독어독문학계의 축적된 역량과 기존 괴테 연구의 성과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술적인 정확성을 기하려는 이 번역본의 특성은 세 번역본 가운데 유일하게 작품의 주요 대목들에 번역자가 붙인 각주들이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지만, 이를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여 가독성도 함께 고려하였다. “인생에의 길을 탐구한 인식소설”이라는 제목의 상세한 작품해설을 통해 역자는 <수업시대>의 “교양소설”로서의 요소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거기에만 한정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들을 소개하며 이 작품을 “시대소설”이자 “인식소설”로도 바라본다.

‘Bürger’의 번역: 평민에서 시민으로

소설의 5권 3장에는 옛 친구이자 매제인 베르너에게 보내는 빌헬름의 편지가 삽입되어 있다. 여기서 빌헬름은 귀족계급과 다른 ‘Bürger’ 계급의 제약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왜 연극의 길에 투신하려고 하는가를 역설한다. “독일에서는 일반 교양, 아니 개인적인 교양이라는 것은 오직 귀족만이 갖출 수 있네. 시민계급으로 태어난 자는 업적을 낼 수 있고, 또 최고로 애를 쓴다면 자기의 정신을 수련시킬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가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해도 자신의 개성만은 잃어버리지 않을 수 없어.”(I, 445) 앞의 두 역자의 번역본에서 ‘시민’이라는 단어와 ‘평민’, ‘시민적’이라는 단어가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이 핵심적인 대목에서는 ‘Bürger’라는 단어가 ‘평민’이라고 번역된 반면, 안삼환 역은 ‘시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평민(平民)’이 사전적 의미로 ‘벼슬이 없는 일반인’ 또는 ‘특권 계급이 아닌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보면 ‘시민’이라는 말과 의미상 큰 차이가 없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평민’이라는 단어에는 전반적으로는 ‘벼슬이나 특권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Bürger’라는 말의 두 가지 의미, 즉 자본주의의 팽창과 함께 약진하며 귀족계급의 특권을 위협하게 된 유산계급 ‘bourgeoisie’와 근대적인 정치 주체로서의 ‘citoyen’에 상응하는 단어로서의 함의를 ‘평민’이라는 표현이 잘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안삼환 역에서는 이 단어를 일관성 있게 ‘시민(市民)’이라고 옮겨 이 소설의 의 시대적 배경 및 작품 해석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의 어감을 잘 전달하고 있다. ‘Mitbrüder’라는 단어도 장기욱과 박환덕 번역본에서는 ‘동포’라고 번역했는데, 안삼환은 ‘동료 시민들’이라고 옮겨 ‘시민’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ildung, gebildeter Mensch’의 번역

위의 편지에서 빌헬름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 mich selbst, ganz wie ich bin, auszubilden”(I, 445)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소망이자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소설의 핵심적인 주제와 관련된 표현들인 ‘Bildung’과 관련된 단어들이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면 번역본들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

[...] alles, was uns begegnet, läßt Spuren zurück, alles trägt unmerklich zu unserer Bildung bei [...].(7권 1장)
우리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모두 흔적을 남기는 법입니다. 그것들은 우리들 자신을 형성해 가는 데에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칩니다.(장기욱 1968, 321)
우리가 만나는 것은 무엇이나 다 자취를 남기게 마련이니까요. 그런 줄 몰라도 우리 인격 형성에 다 도움이 되게 마련이오.(박환덕 493)
우리가 겪는 일들은 모두 흔적을 남기며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교양에 도움이 되는 법이지요.(안삼환 II, 123) 

‘zu unserer Bildung’은 번역본에 따라 ‘우리들 자신을 형성해 가는 데’, ‘우리의 인격 형성에’, ‘우리의 교양에’로 조금씩 다르게 번역되어 있다. ‘Bildung’이라는 말을 번역하는 데 있어 박환덕은 ‘인격 형성’이라는 말을, 안삼환은 ‘교양’이라는 말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박환덕 499; 안삼환 II, 130-131), 장기욱은 ‘교양’이라는 역어도 사용하지만(장기욱 1968, 326),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풀어서 번역하기도 한다. ‘ein gebildeter Mensch’는 ‘교양 있는 인간/사람’(장기욱 1968, 326; 박환덕 499), ‘교양인’(안삼환 II, 130-131)으로 번역되었다. ‘Bildung’이라는 말은 문맥에 따라 ‘교육’(장기욱, 안삼환), ‘수련이나 교육’(박환덕)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 단어는 원래 신비주의에서 인간 안에 있는 신의 모습을 회복한다는 뜻으로 쓰이다가 계몽주의에 와서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각 개인의 재능을 계발시키고, 이 재능을 외적인 영향을 통해 수련하며 또 외부의 영향에 대해 자신을 개방함으로써 자기 재능, 자기 개성을 발달시킨다는 의미가 되었다.[9] ‘Bildung’이라는 것이 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전 인류의 자아 형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도 ‘Mitbrüder’들의 ‘Bildung’이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Bildung’이라는 어휘는 일본을 통해 ‘敎養 kyoyo’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1930년대에 우리말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10] 이 단어는 현재 1) ‘가르치어 기른다’ 2)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단어의 일차적인 한자 뜻에 해당하는 1)번 의미는 본래 <후한서 後漢書>에 나오는 ‘교양자손 敎養子孫’, 즉 ‘자손을 가르치고 기름 다’는 용례에서 나온 말로,[11] 독일어의 ‘Bildung’이라는 단어와 뜻이 통한다고 할 수 있으나 자기 계발이나 개인의 노력과 활발한 활동,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을 담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대 한국어에서 교양은 2)번 뜻으로 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자아 형성이나 자기계발의 결과 내지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로 볼 수 있어 ‘인격 형성’의 폭넓고 역동적인 과정을 담아내는 것과는 역시 거리가 있다. 게다가 ‘교양’이라는 말이 키치화되고 의미가 옅어지는 경향을 감안하면 ‘Bildung’이 ‘교양’으로 번역될 때 그 역사적 의미가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현재는 위의 세 번역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유려하고 생생한 우리말 – 소설 속의 노래 및 미뇽의 몸짓언어

안삼환 역본의 또 다른 특징은 유려하고 현대적인 우리말이다. 학술적이고 정확한 번역이면서도 독일어 번역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지나치게 직역을 하여 우리말이 어색해지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되도록 하고 있다. 안삼환 역본에는 일견 서로 긴장 관계에 있을 것 같은 이 두 가지 방향이 동시에 나타나 번역본에 깊이와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몇 가지 예를 통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Das Schauspiel dauerte sehr lange.(1권 1장)
연극은 아주 늦게야 끝났다.(장기욱 1960, 13)
연극은 매우 오래 계속되고 있었다.(박환덕 12)
시간이 매우 오래 흘렀는데도 연극은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었다.(안삼환 I, 17)     

이 인용문은 소설의 첫 번째 문장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나이 든 가정부 바르바라가 마리아네에게 그녀의 애인 노르베르크가 보낸 선물을 보여 주기 위해 조바심을 내며 마리아네가 하는 연극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아직 연극이 끝난 완료의 상황으로 보기보다는 연극이 상연 중인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어울린다. 안삼환의 번역본은 본문의 간결한 문장을 ‘시간이 매우 오래 흘렀는데도’라는 구문을 삽입하여 변형시키고, ‘좀처럼’이라는 부사의 삽입과 ‘끝나지 않고 있었다’라는 부정형 및 진행형을 사용하여 연극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노파의 마음을 더 드러내고 있다.

4권 11장에 들어 있는 미뇽의 노래 가운데 “이 내 눈은 어지럽고/이 내 가슴 타누나.”(I, 366)라는 번역에서는 4·4조, 4·3조의 우리말 음수율이 나타나며 같은 표현이 두운으로 반복되어 리듬감을 준다. 하프 연주자의 노래 가운데 “Denn alle Schuld rächt sich auf Erden.”이라는 구절을 장기욱은 “이 세상 죄악은 벌을 면치 못하니.”(장기욱 1960, 129), 박환덕은 “모든 죄는 이 세상에서 갚음을 받는 것이기에.”(161)라고 번역하였다. 반면 안삼환은 “그래, 모든 죄는 이 지상에서 업보를 치러야지!”(I, 206)라고 번역하면서 ‘denn’을 인과관계로 번역하는 데서 벗어나고 문장을 영탄조로 바꾸는 자유를 허용하여 의미를 강화한다. 또 ‘업보를 치른다’는 불교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문화번역을 시도하면서 벌이나 갚음을 ‘받는’ 수동성에 비해 업보를 ‘치르는’ 능동성을 부여한다.

2권 14장에서 자신을 보호해 준 빌헬름이 떠나려고 하는 사실을 알게 된 미뇽이 보이는 몸짓언어의 번역에서도 안삼환 번역본의 특징이 드러난다. 미뇽의 고통이 숨 막힐 정도로 처절하게 표현되는 이 대목에서, 안삼환은 리듬감을 잘 살려 원문에 나타난 긴박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소설 첫 문장에서처럼 여기서도 종종 진행형을 사용하며(“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녀의 깊은 내심이 눈물로 용솟음쳐 나오고 있었다.”(I, 216)), 문장을 짧게 끊지 않고 원문처럼 길게 사용한 것이 오히려 여기에서는 미뇽의 깊은 고통이 몸으로 표현되는 긴박한 장면들의 흐름을 살리고 있다. 여기에 ‘화들짝, 금방 또, 풀썩, 꼭, 와들와들, 찰칵, 덥석, 꼭, 그만’ 등의 부사,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들의 풍부하고 적절한 사용이 더해져 실감을 더한다. 소설의 8권 2장에 삽입된 미뇽의 노래 가운데 첫 행인 “Laßt mich scheinen, bis ich werde.”를 안삼환은 “참다운 존재로 될 때까지는 그냥 허깨비로 있게 해주세요!”(II, 275)라고 옮기고 여기에 각주를 붙여 설명을 보충한다. 천사처럼 흰옷을 입은 미뇽에 대한 나탈리에의 이야기 속에는 그녀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으며, 이 뒤에는 미뇽이 갑자기 죽는 장면이 이어진다. ‘bis ich werde’는 괴테의 <서동시집>에 실린 <복된 동경>(Selige Sehnsucht)이라는 시에 나오는 ‘죽어서 되어라! Stirb und werde!’라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른 존재 양식으로의 메타모르포제라는 관점이 표현되어 있다. 또 ‘scheinen’이라는 동사는 여러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역자는 여기서 ‘존재 Sein’와 ‘가상 Schein’의 대립이라는 전통적인 대립 쌍을 염두에 두면서, 지상에서 몸 둘 곳 없으며 어떤 상징 질서에도 속하지 않는 미뇽의 존재를 ‘진정한 존재’와 대립되는 ‘허깨비’와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시행 한 줄이지만 깊은 해석이 들어 있는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3. 평가와 전망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번역은 한국의 괴테 연구 및 수용이 좀 더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은 것이었고, 이에 걸맞게 독문학자들의 번역이 나와 큰 기여가 되었으며 탄탄한 기초가 닦였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앞으로 계속 다른 번역들이 이어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한 작품의 생명은 그렇게 또 번역들을 통해 이어져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나온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번역들이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번역, 바이마르 고전주의에서 핵심적인 중요성을 띠는 “교양소설”로서 <수업시대>를 해석하고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하면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각도에서 <수업시대>를 해석하려는 시도로서 새로운 번역들이 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수업시대>의 번역자들께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장기욱(1960): 윌헬름 마이스타의 수업시대. 상-하. 박영사.
장기욱(1968): 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휘문출판사.
박환덕(1995):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예하.
안삼환(1996):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2. 민음사.

조향


  • 각주
  1. 해외문학연구회(1927): 해외문학. 창간호, 141. “미늬용”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시의 원제는 “Nur wer die Sehnsucht kennt”이다.
  2. “Heiße mich nicht reden”, “Kennst du das Land”, “Wer nie sein Brot” 등의 시 번역이 <시문학>, <신생>, <동광>, <조선일보>에 실렸으며 1938년에 최재서가 펴낸 <해외서정시집>(인문사)과 1939년에 나온 <박용철 전집>(시문학사)에 재수록되기도 하였다. 김규창(2001): 한국 괴테수용사 서술의 보고. 독일언어문학 16, 120; 이충섭(1990): 한국의 독어독문학 관계 번역문헌 정보. 한국문화사, 387-388.
  3. 조희순(1932): 괴-테의 生涯와 그 作品. 문예월간 4, 12; 조우호(2010): 근대화 이후 한국의 괴테 수용 연구. 코기토 689, 143-171; 이유영・김학동・이재선(1976): 한독문학비교연구 I, 164.
  4. 김규창(2001), 253; 조우호(2010), 145-149.
  5. Naoji Kimura(2006): Der ost-westliche Goethe. Deutsche Sprachkultur in Japan. Bern[u.a.]: Peter Lang, 197.
  6. Naoji Kimura(1997): Jenseits von Weimar. Goethes Weg zum Fernen Osten. Bern[u.a.]: Peter Lang, 95-97.
  7. 정진웅(1974)의 번역본 제목은 <수업시대>이지만 본문에서 윌헬름은 빌헬름이 되고, 강두식(1976)의 번역본에서는 제목이 <빌헬름 마이스터 - 修業時代>가 된다.
  8. 이 <괴테전집> 시리즈에서 나온 책으로는 이 밖에도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김숙희 외 역),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박찬기 역), <괴테 시 전집>(전영애 역), <서동 시집>(김용민 역), <색채론>(장희창 역), <문학론>(안삼환 역), <예술론>(정용환 역), <친화력>(김래현 역) 등이 있다.
  9. 한국괴테학회(2016): 괴테사전. Huebooks, 525-526.
  10. 강영안(1995):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철학용어의 형성 배경. 철학사상 5, 28.
  11. 서경식·노마 필드·카토 슈이치(2007): 교양, 모든 것의 시작. 노마드북스, 57.

바깥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