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 (Minna von Barnhelm, oder das Soldatenglück)"의 두 판 사이의 차이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새 문서: {{AU0062}}의 희곡 {{A01}} <!--작품소개-->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5막극으로 1767년 완성되어 그해 9월 30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초연되...)
 
15번째 줄: 15번째 줄:
 
|-                                           
 
|-                                           
 
|}
 
|}
 +
  
 
{{A04}}<!--번역비평-->
 
{{A04}}<!--번역비평-->
 +
'''1. 번역 현황 및 개관'''
 +
 +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은 독일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문학사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는 독일 문학사상 최초로 시민 계급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은(이전에는 왕, 영웅, 귀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미스 사라 샘슨]]>과 <[[에밀리아 갈로티]]>, 그리고 극시(dramatisches Gedicht) <[[현자 나탄]]>과 같이 문학사에서 꼭 언급되는 중요한 희곡작품들을 남겼다. 이 글에서 살펴볼 <민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 또한 독일 계몽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희극일 뿐만 아니라 독일 희극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1767년 초연 이래로 꾸준히 독일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자주 공연되고 있다.
 +
 +
1767년 독일 최초로 함부르크에 건립된 독일 국민극장의 드라마투르크 겸 고문직을 맡은 레싱은 국립극장 건립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코미디를 만들려 했다. 당시 유행하던 익살극(Possenspiel)은 어리석은 주인공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고만 했고, 명랑극(Lustspiel)은 눈물 섞인 감동과 웃음만 주려 했다. 반면에 레싱은 이 둘을 종합하여 진정한 코미디, 즉 관객이 “배”로만 웃을 뿐 아니라 “동시에 오성으로도” 웃게 하는 코미디를 원했다. 그래서 <민나 폰 바른헬름>의 희극성은 남녀 주인공과 보조 인물들의 인간적인 실수와 어리석은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예와 사랑을 둘러싼 인물들 사이의 마찰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그것은 인간을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만드는 웃음이다. 레싱은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 교훈을 주는 희극을 만든다는 취지에 맞게 관객이 주인공 등 인물들에게 쉽게 공감하고 묘사되는 내용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극의 줄거리도 현재로 설정했다.
 +
 +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작품 번역의 관건은 이것이 희곡으로 무대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펼쳐진다는 점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대화나 상황에서 유래하는 희극성을 얼마나 잘 살려냈는지일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본 번역 비평의 주안점이 된다.
 +
 +
이 작품은 국내에서 1991년 윤도중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 2022년 말 현재까지 총 7종의 번역서가 나와 있는데, 모두 3명의 역자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윤도중의 번역이 이런저런 형태로 2008년과 2013년, 2014년, 2019년에 재출판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두 역자는 김기선과 이순예로, 각각 2005년과 2022년에 번역서를 출판했다. 1991년에 초역이 나온 이후 한동안 뜸하다가 2005년 김기선의 번역 이후로 비교적 꾸준히 번역/출판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
 +
이하에서는 윤도중의 초역과 2013년의 개작 그리고 김기선, 이순예의 번역본에 대해 개별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
 +
 +
'''2. 개별 번역 비평'''
 +
 +
1) 윤도중 역의 <민나 폰 바른헬름>(1991)
 +
 +
윤도중은 이 작품을 국내 최초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개작도 하고, 그것을 다른 시리즈를 통해 재출판하는 등 이 희곡의 국내 수용에 매우 큰 부분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그 공이 적지 않다고 하겠다. 그는 1991년 숭실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번역서에 레싱의 다른 희곡인 <[[필로타스]]>도 국내 초역해 같이 실었다. 레싱으로 박사학위(<G.E. 레싱의 희극에 있어서의 반전기법>,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를 받은 전문가답게 그는 ‘작품 해설’을 통해 이 두 작품 및 레싱의 희곡론을 소개해 준다. 그런데 번역방식이나 전략에 관한 언급은 없고 저본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윤도중의 번역은 무엇보다 극적 사실 및 분위기에 맞는 톤으로 번역하여 내용 및 분위기가 잘 전달되며 또 가독성도 좋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먼저 2막 1장에서 민나의 시종인 프란치스카가 대도시 베를린에 도착하여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민나 아가씨 앞에서 내뱉는 말을 들어보자.
 +
 +
<blockquote>Wer kann in den verzweifelten großen Städten schlafen? Die Karossen, die Nachtwächter, die Trommeln, die Katzen, die Korporals – das hört nicht auf zu rasseln, zu schreien, zu wirbeln, zu mauen, zu fluchen; gerade, als ob die Nacht zu nichts weniger wäre, als zur Ruhe.(624)<ref>Gotthold Ehpraim Lessing(1996): Minna von Barnhelm, oder das
 +
Soldatenglück. In: Ders.: Werke. Erster Band Gedichte·Fabeln·Lustspiele.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605-704. 위에서처럼 본문에 쪽수만 표기한다.</ref>
 +
 +
윤도중: 빌어먹을 대도시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차들이 털털거리고 야경꾼들이 고함치고 북이 둥둥 울리고 고양이들이 야옹대고 하사들이 욕설을 멈추지 않는군요. 마치 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아니란 듯 말이죠.(65)
 +
 +
김기선: 이렇게 한심스런 도시에서 어떻게 잠이 와요? 마차랑 야경꾼들, 북소리, 고양이, 하사들이 – 덜그렁거리고, 소리지르고, 어지럽고, 야옹거리고 저주를 끊임없이 퍼붓는데. 마치도 밤에는 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잖아요.(39)
 +
 +
이순예: 이런 떠들썩한 대도시에서 누군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겠어요. 마차들 하며 야경꾼들, 북장구, 고양이에다 술 취한 군인들까지 가세해 밤새 한 짬도 조용할 틈이 없으니. 이 곳에선 밤이 쉬는 시간이라는 걸 잊고 사는가 보옵지요. 딸랑거리고 외쳐대고 둥둥 쳐대질 않나, 야옹 소리에 서로 욕지기하는 소리까지 들렸습지요.(38)</blockquote>
 +
 +
 +
원문에서는 마차, 야경꾼, 북, 고양이, 하사 등이 먼저 죽 거명되고 그것들이 내는 소리가 따로 떨어져서 다시 죽 나열되는 방식을 취하는데, 복수의 정관사 die와 동사의 부정형 앞 zu의 반복으로 인해 운율이 조성된다. 윤도중은 이것들을 원문처럼 떨어트려 각각 번역하지 않고 문맥에 맞게 소리를 내는 주체와 그 소리를 서로 연결하여 번역했는데, 그 결과 원문의 내용이 잘 전달된다. 그리고 ‘털털거리고’, ‘고함치고’ 등 ‘-고’의 반복을 통해 원문의 운율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반면 김기선은 원문의 문장 배열 그대로 번역하는 직역의 방식을 취했는데, 이를
 +
통해 앞의 대상들과 뒤의 의성 표현들 사이의 연관성이 얼마나 잘 전달될지 좀 의문이다. 이 점에서는 이순예의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는 윤도중과는 다른 식으로 원문의 문장 구조와 순서까지 재배치하는 방식을 시도하였는바, 역자의 자율성이 많이 느껴지는 번역을 보여준다.
 +
 +
한편 민나와 프란치스카, 두 사람은 주인 아가씨와 시종 사이지만 동갑내기로 어려서부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이 자란 친구 같은 사이이기도 하다. 윤도중은 이런 극적 현실을 반영하여 프란치스카의 어투를 번역한 듯하다. 그의 번역에서 프란치스카의 말은 ‘-요’로 끝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이는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상대에게는 잘 쓰지 않는” 어법이다. 즉, 존대는 하지만 격식은 덜 갖추어 다소 편안하게 말하는 어투이다. 김기선도 같은 어투를 선택했는데, 이순예는 전반적으로 고어체 어투인 ‘-지요’를 사용했다.
 +
 +
그럼 이제 이 작품의 희극성이 잘 드러나는 2막 9장에서 텔하임과 민나 두 사람 사이의 대화 장면을 살펴보자. 일신상에 안 좋은 변화가 일어나서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며 파혼하자는 텔하임의 말에 민나는 매우 당황한다. 그러나 민나는 그가 아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대답을 유도해서 듣고는, 그가 말하는 불행이 무엇인지, 헤어지려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말한다.
  
 
{{A05}}<!--바깥 링크(원서 읽기)-->
 
{{A05}}<!--바깥 링크(원서 읽기)-->

2024년 6월 9일 (일) 03:40 판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Gotthold Ephraim Lessing, 1729-1781)의 희곡


작품소개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의 5막극으로 1767년 완성되어 그해 9월 30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극의 시대적 배경은 7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763년 8월 23일 아침부터 오후까지다. 줄거리는 베를린의 한 여관에서 전개된다. 프로이센군의 소령 텔하임과 작센의 귀족 처녀 민나는 서로 약혼한 사이다. 전쟁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났는데 약혼자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자 민나는 그를 찾아 베를린에 왔다. 두 사람은 우연히 여관에서 만났지만, 텔하임은 민나에게 파혼을 선언한다. 그는 당국의 오해로 인해 명예와 돈을 모두 잃자 자신이 민나의 약혼자로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혼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의 강한 명예심이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약혼자의 이런 속내를 알아차린 민나는 기지를 발휘하여 텔하임과 약혼한 것 때문에 자신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텔하임은 사랑하는 민나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그녀에게 다시 청혼한다. 마침 당국의 오해가 풀려 텔하임의 명예가 회복되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 작센의 귀족 처녀 민나의 정열적인 사랑과 이성적인 기지가 명예를 앞세우는 프로이센 장교 텔하임의 고집을 꺾고 설득하여 아름다운 결합에 이르는 이 희극의 줄거리는 7년 전쟁에서 적국이었던 프로이센과 작센의 화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극은 독일 계몽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희극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1991년 윤도중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숭실대학교 출판부).


초판 정보

Lessing, Gotthold Ephraim(1767): Minna von Barnhelm, oder das Soldatenglück. Ein Lustspiel in fünf Aufzügen. Berlin: Christian Friedrich Voß.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번역 현황 및 개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은 독일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문학사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는 독일 문학사상 최초로 시민 계급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은(이전에는 왕, 영웅, 귀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미스 사라 샘슨>과 <에밀리아 갈로티>, 그리고 극시(dramatisches Gedicht) <현자 나탄>과 같이 문학사에서 꼭 언급되는 중요한 희곡작품들을 남겼다. 이 글에서 살펴볼 <민나 폰 바른헬름, 또는 군인의 행운> 또한 독일 계몽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희극일 뿐만 아니라 독일 희극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1767년 초연 이래로 꾸준히 독일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자주 공연되고 있다.

1767년 독일 최초로 함부르크에 건립된 독일 국민극장의 드라마투르크 겸 고문직을 맡은 레싱은 국립극장 건립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코미디를 만들려 했다. 당시 유행하던 익살극(Possenspiel)은 어리석은 주인공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고만 했고, 명랑극(Lustspiel)은 눈물 섞인 감동과 웃음만 주려 했다. 반면에 레싱은 이 둘을 종합하여 진정한 코미디, 즉 관객이 “배”로만 웃을 뿐 아니라 “동시에 오성으로도” 웃게 하는 코미디를 원했다. 그래서 <민나 폰 바른헬름>의 희극성은 남녀 주인공과 보조 인물들의 인간적인 실수와 어리석은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예와 사랑을 둘러싼 인물들 사이의 마찰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그것은 인간을 이성적이고 현명하게 만드는 웃음이다. 레싱은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 교훈을 주는 희극을 만든다는 취지에 맞게 관객이 주인공 등 인물들에게 쉽게 공감하고 묘사되는 내용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극의 줄거리도 현재로 설정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작품 번역의 관건은 이것이 희곡으로 무대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펼쳐진다는 점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대화나 상황에서 유래하는 희극성을 얼마나 잘 살려냈는지일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본 번역 비평의 주안점이 된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1991년 윤도중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 2022년 말 현재까지 총 7종의 번역서가 나와 있는데, 모두 3명의 역자에 의한 것이다. 그것은 윤도중의 번역이 이런저런 형태로 2008년과 2013년, 2014년, 2019년에 재출판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두 역자는 김기선과 이순예로, 각각 2005년과 2022년에 번역서를 출판했다. 1991년에 초역이 나온 이후 한동안 뜸하다가 2005년 김기선의 번역 이후로 비교적 꾸준히 번역/출판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하에서는 윤도중의 초역과 2013년의 개작 그리고 김기선, 이순예의 번역본에 대해 개별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개별 번역 비평

1) 윤도중 역의 <민나 폰 바른헬름>(1991)

윤도중은 이 작품을 국내 최초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개작도 하고, 그것을 다른 시리즈를 통해 재출판하는 등 이 희곡의 국내 수용에 매우 큰 부분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그 공이 적지 않다고 하겠다. 그는 1991년 숭실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번역서에 레싱의 다른 희곡인 <필로타스>도 국내 초역해 같이 실었다. 레싱으로 박사학위(<G.E. 레싱의 희극에 있어서의 반전기법>,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를 받은 전문가답게 그는 ‘작품 해설’을 통해 이 두 작품 및 레싱의 희곡론을 소개해 준다. 그런데 번역방식이나 전략에 관한 언급은 없고 저본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윤도중의 번역은 무엇보다 극적 사실 및 분위기에 맞는 톤으로 번역하여 내용 및 분위기가 잘 전달되며 또 가독성도 좋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먼저 2막 1장에서 민나의 시종인 프란치스카가 대도시 베를린에 도착하여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민나 아가씨 앞에서 내뱉는 말을 들어보자.

Wer kann in den verzweifelten großen Städten schlafen? Die Karossen, die Nachtwächter, die Trommeln, die Katzen, die Korporals – das hört nicht auf zu rasseln, zu schreien, zu wirbeln, zu mauen, zu fluchen; gerade, als ob die Nacht zu nichts weniger wäre, als zur Ruhe.(624)[1]

윤도중: 빌어먹을 대도시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차들이 털털거리고 야경꾼들이 고함치고 북이 둥둥 울리고 고양이들이 야옹대고 하사들이 욕설을 멈추지 않는군요. 마치 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이 아니란 듯 말이죠.(65)

김기선: 이렇게 한심스런 도시에서 어떻게 잠이 와요? 마차랑 야경꾼들, 북소리, 고양이, 하사들이 – 덜그렁거리고, 소리지르고, 어지럽고, 야옹거리고 저주를 끊임없이 퍼붓는데. 마치도 밤에는 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잖아요.(39)

이순예: 이런 떠들썩한 대도시에서 누군들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겠어요. 마차들 하며 야경꾼들, 북장구, 고양이에다 술 취한 군인들까지 가세해 밤새 한 짬도 조용할 틈이 없으니. 이 곳에선 밤이 쉬는 시간이라는 걸 잊고 사는가 보옵지요. 딸랑거리고 외쳐대고 둥둥 쳐대질 않나, 야옹 소리에 서로 욕지기하는 소리까지 들렸습지요.(38)


원문에서는 마차, 야경꾼, 북, 고양이, 하사 등이 먼저 죽 거명되고 그것들이 내는 소리가 따로 떨어져서 다시 죽 나열되는 방식을 취하는데, 복수의 정관사 die와 동사의 부정형 앞 zu의 반복으로 인해 운율이 조성된다. 윤도중은 이것들을 원문처럼 떨어트려 각각 번역하지 않고 문맥에 맞게 소리를 내는 주체와 그 소리를 서로 연결하여 번역했는데, 그 결과 원문의 내용이 잘 전달된다. 그리고 ‘털털거리고’, ‘고함치고’ 등 ‘-고’의 반복을 통해 원문의 운율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반면 김기선은 원문의 문장 배열 그대로 번역하는 직역의 방식을 취했는데, 이를 통해 앞의 대상들과 뒤의 의성 표현들 사이의 연관성이 얼마나 잘 전달될지 좀 의문이다. 이 점에서는 이순예의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는 윤도중과는 다른 식으로 원문의 문장 구조와 순서까지 재배치하는 방식을 시도하였는바, 역자의 자율성이 많이 느껴지는 번역을 보여준다.

한편 민나와 프란치스카, 두 사람은 주인 아가씨와 시종 사이지만 동갑내기로 어려서부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이 자란 친구 같은 사이이기도 하다. 윤도중은 이런 극적 현실을 반영하여 프란치스카의 어투를 번역한 듯하다. 그의 번역에서 프란치스카의 말은 ‘-요’로 끝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이는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상대에게는 잘 쓰지 않는” 어법이다. 즉, 존대는 하지만 격식은 덜 갖추어 다소 편안하게 말하는 어투이다. 김기선도 같은 어투를 선택했는데, 이순예는 전반적으로 고어체 어투인 ‘-지요’를 사용했다.

그럼 이제 이 작품의 희극성이 잘 드러나는 2막 9장에서 텔하임과 민나 두 사람 사이의 대화 장면을 살펴보자. 일신상에 안 좋은 변화가 일어나서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며 파혼하자는 텔하임의 말에 민나는 매우 당황한다. 그러나 민나는 그가 아직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대답을 유도해서 듣고는, 그가 말하는 불행이 무엇인지, 헤어지려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말한다.

바깥 링크

  1. Gotthold Ehpraim Lessing(1996): Minna von Barnhelm, oder das Soldatenglück. In: Ders.: Werke. Erster Band Gedichte·Fabeln·Lustspiele.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605-704. 위에서처럼 본문에 쪽수만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