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Nußknacker und Mausekönig)"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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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만, 대부분의 국내 번역본이 여전히 차이코프스키 발레 모음곡의 제목인 <호두까기 인형>(안무: 프티파)으로 출간되는 것만 보아도 그런 듯하다.  
 
이지만, 대부분의 국내 번역본이 여전히 차이코프스키 발레 모음곡의 제목인 <호두까기 인형>(안무: 프티파)으로 출간되는 것만 보아도 그런 듯하다.  
 
1816년에 발표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완역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이 이보다 훨씬 일찍 국내에 수용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점을 고려한다면, 호프만의 다른 작품의 번역현황과 비교할 때도 상당한 시간 차이를 보이는 원작에 대한 소외는 다소 의외이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본다.  
 
1816년에 발표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완역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이 이보다 훨씬 일찍 국내에 수용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점을 고려한다면, 호프만의 다른 작품의 번역현황과 비교할 때도 상당한 시간 차이를 보이는 원작에 대한 소외는 다소 의외이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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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리스마스 모티브, 호두까기 인형의 선물, 생쥐 왕과의 전투와 승리(1막), 인형나라 여행(2막) 장면 등 2막으로 구성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의 주요 모티브들을 차용하고 있지만, 원작의 액자소설 구조는 극도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기획 단계에서 활용되었던 텍스트가 호프만의 원작이 아닌 알렉상드르 뒤마 페레가 프랑스어로 번역, 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마는 호프만의 원작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원작과는 순서를 달리하여 글의 서두에 ‘드로셀마이어 대부’(1장)와 ‘크리스마스트리’(2장)라는 제목의 장을 배치한다. 이 장들을 통해 뒤마는 프랑스와는 다른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내부 동화를 재구성하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작품을 전반적으로 단순화하였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 대부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1막 총 7장 중 2장), 크리스마스트리(서곡 바로 뒤 1막 1장)가 한 장으로 구성된 것에서도 뒤마의 영향이 확인된다. 특히, 원작에서는 ‘장식이 달린 전나무’로 잠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 포스터나 무대 디자인에 빠지지 않고 소환되어,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뒤마가 번안에서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미권에서 호프만의 원작과 뒤마의 개작(<호두까기 인형 이야기>)을 함께 실은 단행본(펭귄 출판사)이 출간된 것만 보아도 뒤마의 <호두까기 인형> 번안이 얼마나 중요하게 간주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ref>참고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뒤마의 개작은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바는 없다.</ref>
 
첫째, 리스마스 모티브, 호두까기 인형의 선물, 생쥐 왕과의 전투와 승리(1막), 인형나라 여행(2막) 장면 등 2막으로 구성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의 주요 모티브들을 차용하고 있지만, 원작의 액자소설 구조는 극도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기획 단계에서 활용되었던 텍스트가 호프만의 원작이 아닌 알렉상드르 뒤마 페레가 프랑스어로 번역, 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마는 호프만의 원작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원작과는 순서를 달리하여 글의 서두에 ‘드로셀마이어 대부’(1장)와 ‘크리스마스트리’(2장)라는 제목의 장을 배치한다. 이 장들을 통해 뒤마는 프랑스와는 다른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내부 동화를 재구성하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작품을 전반적으로 단순화하였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 대부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1막 총 7장 중 2장), 크리스마스트리(서곡 바로 뒤 1막 1장)가 한 장으로 구성된 것에서도 뒤마의 영향이 확인된다. 특히, 원작에서는 ‘장식이 달린 전나무’로 잠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 포스터나 무대 디자인에 빠지지 않고 소환되어,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뒤마가 번안에서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미권에서 호프만의 원작과 뒤마의 개작(<호두까기 인형 이야기>)을 함께 실은 단행본(펭귄 출판사)이 출간된 것만 보아도 뒤마의 <호두까기 인형> 번안이 얼마나 중요하게 간주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ref>참고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뒤마의 개작은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바는 없다.</ref>
 
   
 
   

2023년 8월 6일 (일) 09:14 판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 1776-1822)의 소설


작품소개

발레로 더 널리 알려진 E. T. A. 호프만의 창작동화로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마리와 프리츠라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여러 인형과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상하게 생긴 호두까기 인형에게 마음이 가는 마리는 이날 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의 전투를 목격하고, 상처까지 입어 며칠간 침대에 누워 보낸다. 병상의 마리를 위해 대부 드로셀마이어는 <단단한 호두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내용은 호두까기 인형이 얼떨결에 생쥐 여왕을 죽이게 되어 저주받아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다는 사실과 생쥐 왕과 전투하게 된 사연, 그리고 매력 없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저주가 풀린다는 것이다. <단단한 호두에 관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부와 동명인 드로셀마이어는 시계를 잘 고치고, 쥐덫을 개발한 연금술사라는 점에서 대부 드로셀마이어와 묘하게 닮았다. 결국 마리는 이야기 속의 저주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지금 자기 집 장식장에 놓여 있는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것임을 눈치채고, 그 인형이 실제 대부 드로셀마이어의 조카라고 확신한다. 다음날 밤 마리의 도움으로 생쥐 왕을 물리친 호두까기 인형은 마리를 인형의 나라로 초대해 맛있는 과자와 음료수로 꾸며진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마리의 모험 이야기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마리 앞에 실제 드로셀마이어 대부의 조카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그 호두까기 인형임을 밝히고 마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청혼하고, 마리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독특한 서술구조로 인해 어려운 동화로 인식되었지만, 발레나 영화 등 다른 매체에서 수용되어 동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요한 고전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독일어 완역은 최민숙의 2001년 번역이다(비룡소).


초판 정보

Hoffmann, E. T. A.(1816): Nußknacker und Mausekönig. In: Kinder-Mährchen. Berlin: Realschulbuchhandlung, 115-271.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번역 현황 및 개관

<호두까기 인형>은 동화보다는 발레로 더 유명한 작품이다. E.T.A. 호프만 원작의 제목은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 [1] 이지만, 대부분의 국내 번역본이 여전히 차이코프스키 발레 모음곡의 제목인 <호두까기 인형>(안무: 프티파)으로 출간되는 것만 보아도 그런 듯하다. 1816년에 발표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완역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이 이보다 훨씬 일찍 국내에 수용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점을 고려한다면, 호프만의 다른 작품의 번역현황과 비교할 때도 상당한 시간 차이를 보이는 원작에 대한 소외는 다소 의외이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해 본다.

첫째, 리스마스 모티브, 호두까기 인형의 선물, 생쥐 왕과의 전투와 승리(1막), 인형나라 여행(2막) 장면 등 2막으로 구성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의 주요 모티브들을 차용하고 있지만, 원작의 액자소설 구조는 극도로 단순화하고 있다. 이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기획 단계에서 활용되었던 텍스트가 호프만의 원작이 아닌 알렉상드르 뒤마 페레가 프랑스어로 번역, 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마는 호프만의 원작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원작과는 순서를 달리하여 글의 서두에 ‘드로셀마이어 대부’(1장)와 ‘크리스마스트리’(2장)라는 제목의 장을 배치한다. 이 장들을 통해 뒤마는 프랑스와는 다른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내부 동화를 재구성하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작품을 전반적으로 단순화하였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 대부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1막 총 7장 중 2장), 크리스마스트리(서곡 바로 뒤 1막 1장)가 한 장으로 구성된 것에서도 뒤마의 영향이 확인된다. 특히, 원작에서는 ‘장식이 달린 전나무’로 잠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의 공연 포스터나 무대 디자인에 빠지지 않고 소환되어,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뒤마가 번안에서 크리스마스트리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미권에서 호프만의 원작과 뒤마의 개작(<호두까기 인형 이야기>)을 함께 실은 단행본(펭귄 출판사)이 출간된 것만 보아도 뒤마의 <호두까기 인형> 번안이 얼마나 중요하게 간주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

둘째, 원작이 지닌 고유한 특징도 독일어 원전의 본격적인 번역에 방해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작가에 의해 동화로 규정되어 있으나, 호프만 자신도 언급한 바 있듯이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엔 복잡한 구조를 지닌 반면, 동화라는 장르 규정 때문에 어른들은 선뜻 읽게 되지 않다 보니 주요 독자층을 설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반영하듯 국내에서는 발레가 수용된 이후에도 한참 뒤인 1984년부터 본격적인 완역본이 아닌 아동용 도서로 출간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개작 버전 또는 만화 버전 등이었다(하서출판사, 지경사, 예문사, 중앙일보사 등). 독일어 원작에 기반한 최초의 완역본은 2001년에야 독문학자 최민숙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비룡소). 이후 지금까지도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은 주로 아동문학 전문 출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어서, 이렇게 누적된 번역본은 현재 80여 종에 이른다. 이 번역종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용 도서들이나, 2001년 최초의 완역본이 나온 이후 특기할 만한 경향, 즉 독일어를 전공한 전문 번역가들의 번역본이 다수 출간되기 시작한다. 이 완역본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가 아니라 주니어용 도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되거나, 글씨 크기, 표지 디자인에 있어 성인이 선택하기에도 저항감이 없도록 기획되어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성인을 위한 동화’로 읽히는 호프만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의 저변이 넓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의 변형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보다는 원작의 원본성을 존중하면서 원작을 이해할 수 있는 연령대의 독자층에 선택권을 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독문학계에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에 대해 상당히 활발하게 논의해 왔던 것에 반해, 성인이 읽을 만한 번역서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기존의 상황에서 학계의 수용과 대중적 수용 간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확인된다.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의 번역과 관련하여 발견되는 또 다른 특기 사항은 현지에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나 화가의 삽화가 삽입된 단행본이 종종 발간된다는 점이다. 이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크리스마스 시즌의 고정 레퍼토리인 것처럼, 원작도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선물용 도서로 제작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음 개별 번역 비평에서 살펴볼 작품 중 일부도 원작과는 별도로 저작권이 걸려 있는 삽화가 포함된 단행본들이다.

바깥 링크

  1. 이하 발레가 아닌 원작의 경우에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으로 표기한다.
  2. 참고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뒤마의 개작은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