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Nachts schlafen die Ratten doch)"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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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 현황 및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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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단편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독문학자 이동승이 1964년 처음으로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로 번역했으며 <세계의 문학백선> 제5권에 수록됐다. 번역의 초기에는 이외에 <세계단편문학전집>(1966), <독일단편문학대계>(1971), <독일콩트선>(1975) 등 총서로 편찬된 서적에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현대 단편문학으로 수록되었다. 총서의 기획 의도에 따라서 작가에 대한 짧은 소개글이 첨부되기도 했으나(<세계의 문학백선>, <세계단편문학전집>), 저본에 대한 정보와 작품 자체에 대한 소개는 없다. 강두식만이 예외적으로 이 단편을 전후에 황폐한 도시를 배경으로 인생의 진실과 현실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짧은 평을 덧붙였다.(강두식 1966, 419) 이후 김주연이 1975년 보르헤르트의 <전집>을 편역한 <이별 없는 세대. 볼헤르트 단편집>을 출간했는데, 이때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가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이로써 이 단편을 작가의 문학세계에서 살피는 것이 가능해졌고, 또한 독일 폐허 문학의 대표작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채희문은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그가 편역한 <쉬쉬푸쉬>(1978년), <문밖에서>(1987년 중판), <가로등과 밤과 별>(1990)에 실었다. 김주연의 번역이 쇄를 거듭하며 출판되었고, 채희문의 번역 또한 그의 책들에 모두 실렸던 사실로부터 짐작건대 이들의 번역에 힘입어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가 폭넓은 대중성을 얻었을 것이다. 이 단편은 긴 시간 꾸준히 수용되어서, 역자 정보 없이 <집을 팝니다>(1990),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1991),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고교생이 알아야할 세계단편 소설>(1994) 등에 실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 단편의 번역은 20종 이상이 확인되는데, 여기에는 90년대 이후 출판된 김길웅의 <밤이면 쥐들도 잠을 잔다>(1996), 박병덕의 <밤에는 쥐들도 잠잔다>(2018), 박규호의 <밤엔 쥐들도 잠을 잔다>(2020) 등이 포함된다. 이 역자들은 보르헤르트 <전집>의 완역을 번역 목표로 삼았고, 그 일환으로 작가의 모든 단편을 번역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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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마다 제목의 토씨를 달리하여 제목의 숫자가 번역 종의 숫자만큼이나 많은데, 여기서는 가장 널리 읽혔다고 생각되는 김주연의 번역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를 표준제목으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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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별 번역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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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는 이동승의 최초 번역, 김주연의 가장 널리 읽힌 번역,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이 번역으로까지 이어진 채희문의 번역 및 가장 최근의 번역인 박규호의 번역 등 개별 번역의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 소년 위르겐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에 대한 번역들을 비교해보기로 한다. 해당 부분의 독일어 원문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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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chts schlafen die Ratten doch. Nachts kannst du ruhig nach Hause g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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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chts schlafen sie immer. Wenn es dunkel wird, s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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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ürgen machte mit seinem Stock kleine Kuhlen in den Schu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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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ter kleine Betten sind das, dachte er, alles kleine Be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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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위르겐에게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자니까, 너도 집에 가라고 말하면서 쥐들이 밤에 잠을 잔다는 걸 반복해서 말한다. 위르겐은 막대기로 잔해더미를 파면서 생각에 빠지는데, 독일어 원문은 이를 체험화법으로 쓰고 있다. 체험화법에서는 인물의 소리가 서술자의 소리보다 크다. 위르겐은 전부 작은 침대들이라고 생각하고, 서술자는 인물로부터 일정 거리를 취하면서 그의 생각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작은 침대들 생각에 빠진 순간 소년 위르겐이 쥐를 생각하는지 집에 가는 걸 생각하는지 혹은 둘 다인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남자의 말과 아이의 생각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는 독자가 찾아야 하는 미싱 링크로 남아 있다. 번역자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옮기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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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원양(1991/2008)| 이원양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1991/2008)]]<span id=이원양(1991/2008)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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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6일 (일) 10:01 판

볼프강 보르헤르트(Wolfgang Borchert , 1921-1947)의 단편


작품소개

볼프강 보르헤르트가 1947년 1월 병상에서 쓴 단편으로, 같은 해 11월에 출판된 작가의 산문집 <이번 화요일에>에 수록되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곳에서 아홉 살 소년 위르겐과 늙수그레한 남자가 우연히 만나서 나누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는 졸고 있는 소년에게 말을 걸고, 소년이 벌써 며칠째 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이유를 말하지 않던 소년은 남자에게 차츰 마음을 열고, 잔해더미에 깔린 어린 동생의 시체를 지키고 있음을 밝힌다. 쥐들이 시체를 먹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선의의 거짓말로 소년이 집에 가서 자도 된다고 설득하고 자신이 키우는 토끼도 한 마리 주겠다고 약속한다. 남자는 동생에 대한 무거운 책무감을 스스로 짊어진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고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던 소년은 남자의 약속을 믿게 된다. 이 단편은 보르헤르트의 여느 단편들처럼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고난을 그리지만, 삶의 회복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단편은 전후 독일 폐허문학의 대표적인 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오늘날 독일의 많은 주에서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된 교재로 자리잡았다. 이 작품은 독문학자 이동승에 의해 1964년 처음 번역되었다(휘문출판사).


초판 정보

Borchert, Wolfgang(1947): Nachts schlafen die Ratten doch. In: An diesem Dienstag. Neunzehn Geschichten. Hamburg/Stuttgart: Rowohlt, 69–72.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고교생이 알아야 할 세계 단편 소설 3 볼프강 보르헤르트 확인불가 1994 신원문화사 214-222 편역 완역
2 밤에는 쥐들도 잠잔다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박병덕 2018 현대문학 369-374 완역 완역 이번 화요일에: 그리고 아무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3 밤에는 쥐들도 자는 법이다 世界短篇文學全集 2 볼프강 보르헤르트 姜斗植 1981 新韓出版社 336-342 편역 편역
4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쉬쉬푸쉬 -볼프강 보르헤르트 단편선 正音文庫 162 볼프강 보르헤르트 채희문 1978 正音社 177-182 편역 완역
5 쥐들도 밤에는 잘까 집을 팝니다 볼프강 볼헤르트 송정곤 1990 우리시대사 71-79 편역 완역
6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이별 없는 세대 세계 문학, 문지 스펙트럼 볼프강 보르헤르트 김주연 2018 문학과지성사 76-81 편역 완역
7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가로등과 밤과 별 작가정신 세계문학 1 볼프강 보르헤르트 채희문 1990 작가정신 212-216 편역 완역
8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門 밖에서 文藝敎養選書 57 볼프강 보르헤르트 채희문 1987 文藝出版社 122-128 편역 완역
9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이별없는 世代, 볼프강 보르헤르트 短篇集 이데아총서 34 볼프강 보르헤르트 金柱演 1987 民音社 70-75 편역 완역 개정판 (1975 초판)
10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이별없는 세대 문지스펙트럼 2-016 볼프강 보르헤르트 김주연 2000 문학과지성사 79-84 편역 완역
11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 이별 없는 世代 볼프강 보르헤르트 金柱演 1975 民音社 77-83 편역 완역
12 밤이면 쥐들도 잠을 잔다 5월에, 5월에 뻐꾸기가 울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전집 1 볼프강 보르헤르트 김길웅 1996 225-230 편역 완역
13 밤엔 쥐들도 잠을 잔다 사랑스러운 푸른 잿빛 밤 대산세계문학총서 157 볼프강 보르헤르트 박규호 2020 문학과지성사 301-305 완역 완역
14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 世界의 文學百選 5 B. 보르헤르트 이동승 1964 휘문출판사 349-352 편역 완역
15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 世界의 文學百選 世界의 文學百選 5 W. 보르헤르트 이동승 1975 汎學館 349-352 편역 편역
16 밤에는 쥐들도 자는 법이다 世界短篇文學全集 4. 獨逸篇 世界短篇文學全集 4 볼프강 보르헤르트 강두식 1966 啓蒙社 406-410 편역 완역
17 그러나 밤마다 쥐들도 잠잔다 獨逸短篇文學大系 獨逸短篇文學大系. 現代篇 2 볼프강 보르헤르트 박종서 1971 一志社 442-445 편역 완역
18 밤에는 쥐들도 잔다 獨逸콩트選 乙酉文庫 163 볼프강 보르헤르트 김창활 1975 乙酉文化社 105-111 편역 완역
19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門밖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 채희문 1981 文藝 122-128 편역 완역
20 쥐들도 밤에는 잠을 잔다 쥐들도 밤에는 잠을 잔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황성식 1999 세상속으로 - 편역 완역
21 밤에는 쥐들도 잔단다 門밖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 채희문 1981 文藝 - 편역 완역



1. 번역 현황 및 개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단편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독문학자 이동승이 1964년 처음으로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로 번역했으며 <세계의 문학백선> 제5권에 수록됐다. 번역의 초기에는 이외에 <세계단편문학전집>(1966), <독일단편문학대계>(1971), <독일콩트선>(1975) 등 총서로 편찬된 서적에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현대 단편문학으로 수록되었다. 총서의 기획 의도에 따라서 작가에 대한 짧은 소개글이 첨부되기도 했으나(<세계의 문학백선>, <세계단편문학전집>), 저본에 대한 정보와 작품 자체에 대한 소개는 없다. 강두식만이 예외적으로 이 단편을 전후에 황폐한 도시를 배경으로 인생의 진실과 현실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짧은 평을 덧붙였다.(강두식 1966, 419) 이후 김주연이 1975년 보르헤르트의 <전집>을 편역한 <이별 없는 세대. 볼헤르트 단편집>을 출간했는데, 이때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가 처음으로 작가의 작품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이로써 이 단편을 작가의 문학세계에서 살피는 것이 가능해졌고, 또한 독일 폐허 문학의 대표작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채희문은 <밤에는 쥐들도 자는데>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그가 편역한 <쉬쉬푸쉬>(1978년), <문밖에서>(1987년 중판), <가로등과 밤과 별>(1990)에 실었다. 김주연의 번역이 쇄를 거듭하며 출판되었고, 채희문의 번역 또한 그의 책들에 모두 실렸던 사실로부터 짐작건대 이들의 번역에 힘입어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가 폭넓은 대중성을 얻었을 것이다. 이 단편은 긴 시간 꾸준히 수용되어서, 역자 정보 없이 <집을 팝니다>(1990),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1991),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고교생이 알아야할 세계단편 소설>(1994) 등에 실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 단편의 번역은 20종 이상이 확인되는데, 여기에는 90년대 이후 출판된 김길웅의 <밤이면 쥐들도 잠을 잔다>(1996), 박병덕의 <밤에는 쥐들도 잠잔다>(2018), 박규호의 <밤엔 쥐들도 잠을 잔다>(2020) 등이 포함된다. 이 역자들은 보르헤르트 <전집>의 완역을 번역 목표로 삼았고, 그 일환으로 작가의 모든 단편을 번역한 경우이다.

번역자마다 제목의 토씨를 달리하여 제목의 숫자가 번역 종의 숫자만큼이나 많은데, 여기서는 가장 널리 읽혔다고 생각되는 김주연의 번역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를 표준제목으로 제안한다.


2. 개별 번역 비평

아래에서는 이동승의 최초 번역, 김주연의 가장 널리 읽힌 번역,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이 번역으로까지 이어진 채희문의 번역 및 가장 최근의 번역인 박규호의 번역 등 개별 번역의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잔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 소년 위르겐이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에 대한 번역들을 비교해보기로 한다. 해당 부분의 독일어 원문은 이렇다.

(...) Nachts schlafen die Ratten doch. Nachts kannst du ruhig nach Hause gehen. 
Nachts schlafen sie immer. Wenn es dunkel wird, schon.
Jürgen machte mit seinem Stock kleine Kuhlen in den Schutt.
Lauter kleine Betten sind das, dachte er, alles kleine Betten.

남자는 위르겐에게 밤에는 쥐들도 잠을 자니까, 너도 집에 가라고 말하면서 쥐들이 밤에 잠을 잔다는 걸 반복해서 말한다. 위르겐은 막대기로 잔해더미를 파면서 생각에 빠지는데, 독일어 원문은 이를 체험화법으로 쓰고 있다. 체험화법에서는 인물의 소리가 서술자의 소리보다 크다. 위르겐은 전부 작은 침대들이라고 생각하고, 서술자는 인물로부터 일정 거리를 취하면서 그의 생각을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 작은 침대들 생각에 빠진 순간 소년 위르겐이 쥐를 생각하는지 집에 가는 걸 생각하는지 혹은 둘 다인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남자의 말과 아이의 생각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는 독자가 찾아야 하는 미싱 링크로 남아 있다. 번역자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옮기는지 살펴보자.


1) 이원양 역의 <서푼짜리 오페라>(199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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