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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5일 (목) 04:26 판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의 소설
작품 소개
1903년에 발표된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이다. 토마스 만 작품세계의 핵심 주제인 시민성과 예술성, 삶과 예술의 긴장 관계가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를 통해 펼쳐진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북독일 뤼벡 출신의 아버지에게서는 시민적 기질을, 남쪽 출신인 어머니에게서는 예술가적 기질을 물려받은 토니오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즉 시민성과 예술성, 삶과 예술, 시민과 예술가 사이에서 갈등한다. 러시아 출신의 화가 리자베타는 그런 토니오를 예술의 세계 속으로 “길 잃은 시민”으로 평가한다.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던 토니오 크뢰거는 소설의 끝에서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평범한 것”에 대한 자신의 “시민적 사랑”을 고백한다. 이 소설은 “토마스 만의 가장 성공한, 잘 은폐된 자서전이며, 그의 가장 내밀하고도 순수한 자기 고백의 작품”(안삼환 1998)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1959년 박종서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정음사).
초판 정보
Mann, Thomas(1903): Tonio Kröger. In: Neue Deutsche Rundschau 14, 113-151. <단행본 초판> Mann, Thomas(1903): Tristan. Sechs Novellen. Berlin: S. Fischer, 165-264.
번역서지 목록
번호 | 작품명 | 번역서명 | 총서명 | 저자 표기 | 해당작품 번역자 | 발행연도 | 출판사 | 작품수록 페이지 | 번역유형(번역서) | 번역유형(작품)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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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토니오 크뢰거 | 選擇된 人間, 토니오 크뢰거 外 | 世界文學全集 19 | 토마스 만 | 박종서 | 1959 | 정음사 | 365-420 | 편역 | 완역 | 초판 |
2 | 토니오 크뢰거 | 펠릭스 크룰의 告白, 幻滅, 토니오 크뢰거, 마리오와 魔術師 | 世界文學全集 : 第1期 4 | 토마스 만 | 강두식 | 1959 | 동아출판사 | 375-434 | 편역 | 완역 | |
3 | 토니오·크뢰거 | 노오벨賞文學全集, 3 | 노오벨賞文學全集 3 | 토마스 만 | 강두식 | 1964 | 신구문화사 | 352-407 | 편역 | 완역 | |
4 | 토니오 크레가 | 獨逸名作選集 | 토마스 만 | 지명렬 | 1968 | 성문각 | 131-212 | 편역 | 완역 | ||
5 | 토니오 크뢰거 | 노벨賞文學大全集, 9 | 노벨賞文學大全集 9 | 토마스 만 | 곽복록 | 1971 | 고려출판사 | 89-148 | 편역 | 완역 | (前파리주재 스웨덴대사관 문화참사관) 셀 스트렘베리의 「토마스 만에 대한 노벨문학상 수여의 선고경과」, (노벨문학상 선고위원) 프레데릭 베이크의 「토마스 만에 대한 노벨문학상 수여에 즈음한 환영연설」이 함께 번역되어 실림 |
6 |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短篇集 | 文藝文庫 20 | 토마스 만 | 강두식 | 1973 | 문예출판사 | 19-120 | 편역 | 완역 | 초판 |
7 | 토니오 크레가 | 토마스 만 短篇集 | 世界短篇文學全 12 | Thomas Mann | 지명렬; 이갑규 | 1974 | 범조사 | 11-100 | 편역 | 완역 | 초판 |
8 | 토니오 크레가 | 토마스 만 中篇選 | 三中堂文庫 60 | 토마스 만 | 지명렬 | 1975 | 삼중당 | 5-90 | 편역 | 완역 | |
9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현자의 부인, 사자는 말이 없다 | 世界名作시리즈 5 | 토마스 만 | 김영도 | 1975 | 여학생사 | 5-128 | 편역 | 완역 | |
10 | 토니오·크뢰거 | 世界代表文學全集, 8 | 世界代表文學全集 8 | 토마스 만 | 곽복록 | 1976 | 고려출판사 | 89-148 | 편역 | 완역 | |
11 | 토니오 크레가 | 토니오 크레가 | Short book 4 | 토마스만 | 지명렬 | 1977 | 범조사 | 11-100 | 편역 | 완역 | 초판, 1985년 중판 / 중판의 판권기에 따라 초판을 찾아냈으나 소장기관이 없어 실물을 확인하지 못함. 일부 정보는 중판에 따라 기입 |
12 | 토니오 크뢰거 | 選擇된 人間, 토니오 크뢰거, 베니스에서 죽다 | (愛臟版) 世界文學大全集 28 | 토마스 만 | 이정태 | 1981 | 금성출판사 | 259-320 | 편역 | 완역 | 초판, 1984년 중판 |
13 | 토니오 크레카 | 世界中篇文學選集, 8 | 世界中篇文學選集 8 | 토마스 만 | 지명렬 | 1983 | 범조사 | 9-100 | 편역 | 완역 | |
14 | 토니오 크뢰거 | 사랑을 그리는 마음 | 토마스 만 | 강두식 | 1983 | 삼일서적 | 267-332 | 편역 | 완역 | ||
15 |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단편선 | 범우사르비아문고 112 | 토마스 만 | 지명렬 | 1985 | 범우사 | 17-101 | 편역 | 완역 | 초판 |
16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어 크뢰거 | 文藝敎養選書 45 | 토마스 만 | 강두식 | 1986 | 문예출판사 | 5-106 | 편역 | 완역 | 2006년판 판권기에 적힌 1987년 2판은 찾을 수 없음, 따라서 이 판본이 2판임이 유력함 / 책표지, 표제면과 (토니어 크뢰거) 본문에서의 (토니오 크뢰거) 저작 제목이 다름 |
17 | 토니오 크뢰거 | 選擇된 人間, 토니오 크뢰거 外 | 世界文學全集 38 | 토마스 만 | 박종서 | 1986 | 정음문화사 | 365-420 | 편역 | 완역 | 정음문화사의 초판 |
18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 靑木精選 世界文學 44 | 토마스 만 | 김애경 | 1990 | 청목 | 3-87 | 편역 | 완역 | 초판, 2003년 중판 |
19 | 토니오 크뢰거 | 選擇된 人間, 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 죽다 | (金星版) 世界文學大全集 116 | 토마스 만 | 이정태 | 1990 | 금성출판사 | 285-356 | 편역 | 완역 | 초판, 1993년 중판 |
20 | 토니오 크뢰거 | 노벨文學賞全集, 5 | 노벨文學賞全集 5 | 토마스 만 | 확인불가 | 1990 | 한국중앙문화공사 | 3-88 | 편역 | 완역 | |
21 | 토니오 크뢰거 | 마의 산2, 묘지로 가는 길, 토니오 크뢰거 | 우리시대의 세계문학 14 | 만 | 지명렬 | 1994 | 계몽사 | 231-293 | 편역 | 완역 | |
22 | 토니오 크뢰거 | 성장과 눈뜸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 토마스 만 | 이철 | 1996 | 살림출판사 | 57-138 | 편역 | 완역 | 초판 |
23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 세계문학전집 8 | 토마스 만 | 안삼환 | 1998 | 민음사 | 7-108 | 편역 | 완역 | 1998년도 초판 1쇄 발행 당시에는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으나 대략 2003년부터는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으로 제목이 변경된 것으로 보임. 그 이후로는 이 제목으로 고정된 채 쇄를 거듭했기에 1쇄 당시의 제목이 아닌 본 제목으로 기록함 |
24 |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단편선 | 사르비아 총서 609 | 토마스 만 | 지명렬 | 2002 | 범우사 | 17-118 | 편역 | 완역 | 2판 |
25 | 토니오 크뢰거 | 성장과 눈뜸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 토마스 만 | 이철 | 2003 | 살림출판사 | 63-177 | 편역 | 완역 | 개정판 |
26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 문예세계문학선 45 | 토마스 만 | 강두식 | 2006 | 문예출판사 | 7-110 | 편역 | 완역 | 3판 |
27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 푸른담쟁이 세계문학 10 | 토마스 만 | 김륜옥 | 2007 | 웅진씽크빅 | 9-131 | 편역 | 편역 | 아동청소년문학 |
28 | 토니오 크뢰거 | (생각의 깊이를 더해 주는) 괴테, 토마스 만, 니체의 명언들 | 토마스 만 | 윤순식 | 2009 | 누멘 | 83-85 | 편역 | 편역 | ||
29 | 토니오 크뢰거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 열린책들 세계문학 20 | 토마스 만 | 홍성광 | 2009 | 열린책들 | 115-210 | 편역 | 완역 | 세계문학판 |
30 | 토니오 크뢰거 | 토니오 크뢰거 | 부클래식 36 | 토마스 만 | 이온화 | 2013 | 부북스 | 7-119 | 완역 | 완역 | |
31 |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 세계문학 단편선 3 | 토마스 만 | 박종대 | 2013 | 현대문학 | 67-148 | 편역 | 완역 | |
32 | 토니오 크뢰거 | 토마스 만 작품집 | 범우 세계 문학 작품집 시리즈 | 토마스 만 | 지명렬 | 2017 | 범우 | 199-319 | 편역 | 완역 |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토니오 크뢰거』 번역의 역사는 한국 독어독문학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다. 1959년 박종서와 강두식에 의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처음 번역 출판되고, 이어서 지명렬(1968)에 의해 번역되었는데, 일본(박종서)과 독일(강두식, 지명렬) 유학 후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이들 세대와 함께 한국 독어독문학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토니오 크뢰거』도 이때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후 60년대(2종), 70년대(12종), 80년대(13종), 90년대(7종), 2000년대(10종), 2010년대(5종)에도 계속해서 번역 출판되었는바, 2019년 12월 말 현재 총 51종의 번역본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80년대까지는 박종서, 강두식, 지명렬, 최현, 곽복록, 이정태 등 소위 독어독문학과 원로 교수들에 의해 번역되었다면, 90년대에는 독일에서 토마스 만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온 안삼환에 의해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홍성광, 김륜옥, 이온화, 윤순식, 박종대 등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학번의 다음 세대 독문학자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말하자면 독어독문학의 성장 및 변천 속에서 번역자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유명 작품이 보통 그러하듯이 이 작품도 반복적인 번역/출판 현상이 눈에 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연구자들이 번역을 시도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 원로 교수들의 번역서도 계속해서 출판되고 있다. 박종서의 번역본은 총 3회 출간되었고, 강두식과 지명렬의 번역본은 출판사를 바꾸면서 각각 7회와 10회 출판되었는데, 2000년대에도 새로운 세계문학 시리즈에 담겨 계속 발간되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국내의 세계문학 전집 발간 붐 속에서 이 작품도 70년대까지는 세계문학 전집 안에 “토마스 만 단편집”, “토마스만 중편집” 또는 “노벨상 문학전집”이라는 제목하에 다른 작품들, 다른 작가와 함께 소개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면, 80년대 이후에는 “토니오 크뢰거”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판되는 경향이 목격된다. 번역 작품의 제목과 관련해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역자 대부분이 토니오 크뢰거라고 번역했지만, 지명렬의 경우 토니오 크레가(68년 성문각, 74년 범조사), 토니오 크레카(83년, 85년 범조사)로, 김보회의 경우 토니오 크레거(2009년 보성)로 번역했다는 점이다. 지명렬은 1985년 범우사 초판부터는 토니오 크뢰거를 사용하고 있는데,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이 제목은 이제 원어 발음에 따라 토니오 크뢰거가 표준 번역으로 굳어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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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번역 비교 분석
2.1. 언어적 차원
이 소설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문구 중 하나는 리자베타가 토니오를 평가하는 말, 즉 ‘길 잃은 시민’(ein verirrter Bürger)일 것이다. 이는 20대 후반 토마스 만의 자기 평가, 자기 고백의 말이기도 하며, 시민적 삶과 예술가적 삶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초창기 번역에서는 이 Bürger라는 단어가 ‘속인’(俗人)으로 번역되었다. 59년에 나온 최초의 번역인 박종서 역과 지명렬 역(68년)에서는 “길을 잃은 속인”, “길 잃은 속인”이라고 나온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속인은 “일반의 평범한 사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말에서 시민이라는 단어 또는 개념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속인이 가장 적합한 번역어였던 것 같다. 작품 내에서도 예술가와 대립하는 개념인 시민의 속성으로 단순성, 평범함, 활동성 등이 제시되기에 더욱 그 정당성을 얻지 않았나 생각된다. 소설가 이문열도 1996년 『세계명작산책』을 펴내면서 이 작품을(이철 번역) “길을 잘못 든 속인(俗人)의 자기성찰”로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를 전부 다 손에 넣지 못해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98년에 나온 안삼환 번역본부터는 ‘시민’이라는 말로 번역이 굳어졌다.
2.2. 문화적/정서적 차원
시민이라는 단어가 번역의 언어적 차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면, ‘사랑하다’(lieben)라는 동사는 번역의 문화적 차원을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이 동사는 수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주인공/작가가 애정을 품은 대상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그중에서 토니오와 동급생 한스 한젠 및 잉게보르크 홀름의 관계에서 사용된 이 동사의 번역이 시선을 끈다. 먼저 작품의 초반부에서 열네 살의 “토니오가 한스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었다”(dass Tonio Hans Hansen liebte und schon vieles um ihn gelitten hatte)는 장면에서 번역자 대부분은 ‘사랑하다’로 번역한 반면 박종서와 박종대(2013년)는 ‘좋아하다’로 번역했다. 우리 정서상 열네 살 소년들의 관계는 사랑보다는 우정/호감으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기에 그렇게 번역한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본문에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패배자이고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Wer am meisten liebt, ist der Unterlegene und muss leiden)는 사랑의 공식(?)이 나오고, 또 토마스 만의 일기 출판 이후 토마스 만 연구에서 동성애의 문제가 공론화된 것을 고려할 때, 원문에 충실하게 사랑하다로 번역하고 해석 또는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한편 열여섯 살의 토니오와 이성인 잉게보르크 홀름의 관계에 대한 번역에서 박종서를 포함하여 역자 대부분이 사랑하다로 번역했는데, 박종대는 좋아하다로 번역했다. 2013년이라는 박종대 번역의 출판연대를 생각해 볼 때 아쉬움을 자아낸다.
2.3. 서술기법의 차원
토니오와 잉게의 만남은 두 번 다 무도회장에서 일어난다. 열여섯 살의 토니오가 잉게 등과 함께 춤 교습을 받을 때와 세월이 흘러 덴마크의 어느 호텔에서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다. 토니오는 두 번 모두 무도회장에서 몰래 빠져나와 혼자 있으면서 잉게가 살며시 자기를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며 위로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황 묘사 및 토니오에 대한 잉게의 사랑 고백에 작가가 라이트모티프 (또는 주도동기)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 묘사의 경우 동일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두 상황의 연관성을 분명히 해 주고 있고, 잉게가 토니오에게 건네는 말은 똑같은 말로 반복되고 있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문장이 마침표로 끝나고, 두 번째 문장은 느낌표로 끝난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그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 있는 데로 들어와. 기분을 내. 난 널 사랑해.”(Komm herein zu uns, sei froh, ich liebe dich.) 그런데 시대별 기준에 따라 박종서, 지명렬, 안삼환, 홍성광, 박종대, 윤순식의 번역본 6종을 비교해 본 결과 홍성광과 박종대의 번역본만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홍성광은 두 번 모두 “이리 들어와, 힘내, 너를 사랑해.”라고 번역했고, 박종대는 “같이 들어가자. 기분 풀어. 사랑해. - 같이 들어가. 기분 풀어. 사랑해!”로 번역했다. 홍성광의 경우 두 번째 고백의 끝에 있는 느낌표를 살리지 않은 반면 박종대의 경우 두 번째 고백에서는 원문대로 느낌표를 살렸다. 그런데 그는 한번은 들어가자로 한번은 들어가로 번역했다. 다른 번역본들에서는 첫 번째 장면과 두 번째 장면의 번역에서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발견되는바, 번역자들이 토마스 만의 주요 서술기법 중 하나인 라이트모티프 기법을 잘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2.4. 소설의 첫 장면 분석 비교
이 소설의 첫 장면은 모든 소설의 첫 장면이 그러하듯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대화를 통한 갈등의 발생과 이어지는 주인공의 내면세계 묘사 등은 독자/번역자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첫 단락은 겨울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작은 도시라는 공간적 배경을 말해주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학교가 파하여 학생들이 교문을 빠져나오는 구체적인 장소가 묘사된다. 이어서 세 번째 단락에서는 토니오와 한스의 짧지만 의미심장한 대화가 벌어지며, 네 번째 단락은 대화로 인해 유발된 토니오의 생각이 체험화법을 통해 전달된다. 소설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세 번째 단락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술자는 긴장감을 더하고 독자의 주의를 사로잡기 위해 두 번째 단락을 줄임표로 끝낸다. 처음 네 단락에서 줄임표가 세 번 나오는데, 모두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토마스 만 특유의 수려한 문체의 장문이 주를 이루지만 때론 단문이 인상적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바, 이런 원문 고유의 톤을 도착어에서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가 번역의 관건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섯 명의 역자 중 지명렬과 안삼환, 홍성광은 장문과 단문의 구분에 특히 신경을 쓰면서 번역함으로써 원문의 문체와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이중 홍성광은 줄임표도 원문 그대로 살리고 있다. 반면 박종대와 윤순식의 경우 장문과 단문에 대한 원칙이 없이 번역했고, 작품 이해와 관련하여 주요 부호라 할 수 있는 줄임표의 경우에는 홍성광과 윤순식의 번역본에서만 발견된다. 두 소년의 대화에서 토니오의 내면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은, 이 소설이 토니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의 감정 또는 의식에 서술의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그것이 얼마만큼 번역을 통해 드러나는지가 중요하다. 번역자 대부분이 그것을 잘 이해하고 번역을 하였는데, 원문 및 홍성광과 윤순식의 번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Tonio verstummte, und seine Augen trübten sich. Hatte Hans es vergessen, fiel es ihm erst jetzt ein, daß sie heute mittag ein wenig zusammen spazierengehen wollten? Und er selbst hatte sich seit der Verabredung beinahe unausgesetzt darauf gefreut!"
“토니오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렸고, 그의 두 눈은 우울한 빛을 띠며 흐려졌다. 둘이서 오늘 오후에 같이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한 사실을 한스는 잊어버렸단 말인가? 이제야 그것이 생각났단 말인가? 자신은 그 약속을 한 이후 거의 한시도 잊지 않고 이 순간을 기다려 오지 않았던가!”(홍성광)
“토니오는 입을 다물었고, 두 눈은 흐려졌다. 오늘 오후에 둘이서 같이 잠시 산책을 하기로 했던 사실을 한스는 잊었단 말인가? 그것이 이제야 비로소 생각이 났단 말인가? 토니오 자신은 그 약속을 한 이후 거의 잠시도 잊지 않고 산책 생각에 즐거워하지 않았던가!”(윤순식)
산책 약속을 잊고 있다가 그제야 떠올린 한스에 대한 토니오의 반응이 묘사된 이 단락에서 첫 문장은 토니오의 실망감이 서술자에 의해 보고된다면, 이어진 문장들은 토니오의 관점에서 서술되는데, 물음표와 느낌표 같은 부호들을 통해 그의 실망감의 강도가 더해진다. 그리고 토니오의 생각인 이 문장들은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의 중간인 체험화법으로, 3인칭 직설법 과거완료와 과거로 씌어 있다. 이 경우 한 시제 앞서 번역하는 것이 화법의 의도를 살리는 오히려 등가적인 번역이라 할 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그렇게 번역하였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홍성광의 번역에서는 첫 번째 문장의 경우가 보여주듯 해석이 가미되었다는 것인데, 그의 번역에서는 그런 면모가 종종 발견된다.
3. 평가와 기대
국내 독문학의 발전과 더불어 현대 독일 문학의 거장인 토마스 만 전공자도 늘어났고 『토니오 크뢰거』에 대한 번역작업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50종이 넘는 번역본이 그것을 말해준다. 거의 모든 번역본에는 토마스 만의 연보뿐 아니라 작품세계 및 작품분석에 관한 글들도 실려 있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앞으로도 전문 연구자/번역자에 의해 새롭게, 깊이 있게 번역되어 토마스 만 문학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길 기대해본다. 이런 점에서 한 가지 언급할 사실이 있다. 국내 독문학계에는 전공자들로 이루어진 토마스만독회가 있는데, 이 독회는 『토마스 만 단편 전집』을 출간할 계획을 세웠고, 약 5권 분량이 될 단편 전집 중 1권이 최근에 출판되었다.(2020년 4월, 부북스) 이 사업을 통해 『토니오 크뢰거』를 비롯한 토마스 만 단편들에 대한 더욱 훌륭한 번역서들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바깥 링크(원서 읽기)
1. Projekt-Gutenberg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