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바깥보기 (Zerstreutes Hinausschaun)

Bib02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5월 11일 (토) 02:59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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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산문


작품소개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집 <관찰>(1913)에 수록된 산문으로 세 단락으로 이루어진 매우 짧은 글이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소묘하는 내용이다. 첫 단락은 두 문장 네 줄이고, 두 번째 단락은 한 문장 네 줄이며, 세 번째 단락은 한 문장으로 두 줄에 불과하다. 첫 문장은 서술의 심급이 “우리”인데 두 번째 문장에서 바로 “사람”으로 바뀐다. 이렇게 특정되지 않는 문장의 주어 뒤로 숨은 서술자는 창문 손잡이에 뺨을 대고 창밖을 본다. 때는 봄이 오는 무렵이고, 아침에 하늘은 회색이었다. 그러나 해가 뉘엿한 서술의 시점인 ‘지금’은 날씨가 좋은 듯 햇빛이 비친다. 그는 햇살이 소녀의 앳된 얼굴에 비추는 것을 보면서, 관찰자 관점에서 소녀가 걸어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몸짓을 현재형으로 소묘한다. 이와 동시에 소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그의 그림자가 소녀의 얼굴에 드리우는 것을 본다. 하지만 다음 단락에서 남자는 벌써 지나갔고 소녀의 얼굴은 완전히 밝다. 서술자는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은 채 눈에 들어오는 대로 인물의 움직임과 저녁 햇살의 움직임을 그릴 뿐이지만, 햇살이 비쳐 환한 소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는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는 위협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언어로 영화를 찍는 듯한 카프카 특유의 문체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소녀가 아이로 불리고, 아이의 얼굴이 “완전히 환하다”로 마무리된다. 소녀-아이의 결합은 카프카가 즐겨 사용했던 여성 인물 유형으로 <관찰>에 수록된 다른 작품 <불행>에도 나타난다. 이 산문은 이동승이 처음 번역했고, 1970년에 출판된 <카프카 단편집>에 수록되었다(상서각).


초판 정보

Kafka, Franz(1908): Zerstreutes Hinausschaun. In: Hyperion - Eine Zweimonatsschrift 1(1), 92. <단행본 초판> Kafka, Franz(1913): Zerstreutes Hinausschaun. In: Betrachtung. Leipzig: Rowohlt, 51-52.


번역서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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