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빌헬름 텔
1. 번역 현황 및 개관
이 글에서는 해방 이후에는 『빌헬름 텔』의 번역 및 소개의 양상이 어떠한지 살펴보려 한다. 번역서지 목록을 들여다볼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번역보다 번안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경우 ‘번역의 역사’보다는 ‘번안의 역사’를 말해야 할 정도로 번안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어린이용으로 개작된 경우가 가장 많다.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활로 쏘아 맞힌 명사수 이야기, 자유를 위한 민중들의 항거, 외세의 압제에 맞선 애국심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은 아동문학용으로 매우 적합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어린이인 점을 고려하여 낯선 희곡 형식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동화나 소설로의 개작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동문학 시리즈에 수록된 다수의 경우가 그것을 말해준다. 제목이 대부분 윌리엄 텔 또는 윌리암 텔이란 점을 볼 때, 아마도 영어에서 번역된 것 같다. 그러니까 영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어린이용 도서로 개작된 경우가 소개의 주류를 이룬다고 하겠다.
또 눈에 띄는 것은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독일 문학작품이자 교과서에 실린 몇 안 되는 독일 문학작품 중 하나인 것이다. 1963년 2학기부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가, 1984년부터는 강두식이라고 역자를 밝히면서 3막 3장이 실렸는데, 2019년 개정판부터는 수록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이 작품이 김나지움 독일어(독일의 국어) 수업에서 다루어지는데, 희곡의 내용뿐만 아니라 발단, 전개, 절정, 하강, 대단원이라는 희곡의 클라이맥스적 구조를 잘 보여주는 이 희곡의 형식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교과서에서도 그런 목적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단원의 길잡이를 보면,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희곡이라는 문학 장르를 학습하게 되어 있다. 대학 논술시험을 대비한 편역서가 다수 출판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