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Root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7월 17일 (일) 15:3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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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작품소개

1917년에 발표된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소설이다. ‘빨간 페터’란 이름을 가진 원숭이가 고매한 학술원 회원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원숭이는 아프리카 해변에서 인간 원정대의 총에 맞고 상자에 갇혀 배를 타고 유럽에 오게 된다. 배 안에서 자유를 찾아 도피할 것인지 다른 출구를 찾을지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후자로 결정하고 인간사회에 적극적으로 동화되고자 노력을 경주한다. 침 뱉기, 술 마시기, 언어 습득, 무대 기예 등을 통하여 인간을 흉내 내게 되고, 서커스의 성공한 원숭이가 되지만 무대 뒤에서는 원숭이로서의 본능과 허무를 느낀다. 이 작품은 외적으로는 낯선 인간사회에 적응한 원숭이의 발전사이자 진화론, 성공담을 그리지만, 내적으로는 타고난 본성을 버림으로써 이로 인해 느끼는 소외와 고독을 기술한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비유담으로도 읽히고 유대인의 세속화에 대한 역사 비유담으로도 읽힌다. 한국에서는 추송웅 주연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각색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1978년에 김윤섭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덕문출판사).


초판 정보

"Kafka, Franz(1917):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In: Der Jude 8, 559-565. <단행본 초판> Kafka, Franz(1920):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In: Ein Landarzt. Kleine Erzählungen. München/Leipzig: Kurt Wolff, 145-189."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어느 學術院에 드리는 報告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프란츠 카프카 金潤涉 1978 德文出版社 7-36 편역 완역
2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 굶는 광대 프란츠 카프카 金昌活 1978 태창出版部 41-61 편역 완역
3 학술원에서의 보고 심판 주우세계문학 9 프란츠 카프카 韓逸燮(한일섭) 1982 主友 322-330 편역 완역
4 학사원에 대한 어느 보고서 동생.변신, 집, 시골의사 Contemporary world literature, 현대의 세계문학 15 프란츠 카프카 지명렬 1984 汎韓出版社 369-377 편역 완역
5 학술원에의 보고 집으로 가는 길 아데아총서 16 프란츠 카프카 全英愛 1984 民音社 138-149 편역 완역
6 빨간 페이터의 고백 고독과 죽음의 美學 카프카 수상집 프란츠 카프카 崔俊煥 1985 豊林出版社 252-266 편역 완역
7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 외 어문각 세계문학문고 119 카프카 박환덕 1986 어문각 154-170 편역 완역
8 학사원에 대한 어느 보고서 동생.변신, 집, 시골의사 현대의 세계문학 = Contemporary world literature 15 프란츠 카프카 지명렬 1988 汎韓出版社 369-377 편역 완역
9 어느 학사원(學士院)에 대한 보고 카프카短篇選 (카프카단편선) 풍림명작신서 시리즈 47 카프카 崔俊煥 1989 豊林出版社 36-50 편역 완역
10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 변신, 유형지에서(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6 프란츠 카프카 박환덕 1989 汎友社 191-203 편역 완역
11 학술원에의 보고 변신 한권의책 171 프란츠 카프카 한일섭 1990 學園社 131-144 편역 완역
12 학술원에의 보고 심판 Touchstone books 17 카프카 한일섭 1992 學園社 324-334 편역 완역
13 빨간 피터의 고백 변신 풍림명작신서 시리즈 15 카프카 李圭韺 1993 豊林出版社 175-188 편역 완역
14 학술원에서의 보고 변신 한권의 책 79 카프카 한일섭 1994 학원사 131-144 편역 완역
15 빨간 피터의 고백 변신.유형지에서 프란츠 카프카 단편집 6 프란츠 카프카 안성암 1995 글벗사 187-204 편역 완역
16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1997 솔출판사 256-272 편역 완역
17 학술원에의 보고 변신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1998 민음사 118-150 편역 완역
18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2003 솔출판사 256-272 편역 완역
19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 Positive power of classic 217-219 카프카 이영희 2004 좋은생각 241-262 편역 완역
20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 카프카 문학 : 유형지에서 외 4편.2 프란츠 카프카 金保會 2005 보성 96-119 편역 완역
21 어느 학술원에서 보내는 편지 카프카 : 변신, 화부 Classic together 3 프란츠 카프카 박철규 2007 아름다운날 245-268 편역 완역
22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 변신 아침독서 10분 운동 필독서 프란츠 카프카 최미영 2008 느낌이있는책 142-162 편역 완역
23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08 책만드는집 137-156 편역 완역
24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1 프란츠 카프카 김재혁 2008 고려대학교출판부 146-165 편역 완역
25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08 책만드는집 137-156 편역 완역
26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프란츠 카프카 윤정란 2009 큰곰자리 9-104 편역 완역
27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 외 프란츠 카프카 송명희 2009 교원 195-211 편역 완역
28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어느 사랑의 실험 창비세계문학(독일) 프란츠 카프카 임홍배 2010 창비 207-220 편역 완역
29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문고판) 프란츠 카프카 이옥용 2010 네버엔딩스토리 155-175 편역 완역
30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 프란츠 카프카 중단편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10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2010 열린책들 245-256 편역 완역
31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독수리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15 프란츠 카프카 조원규, 이승수 2011 바다출판사 87-104 편역 완역
32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카프카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2011 지만지고전천줄 43-63 편역 완역
33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카프카 단편집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2013 지식을만드는지식 141-162 편역 완역
34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13 책만드는집 137-156 편역 완역
35 어느 학술원에서 보내는 편지 변신.시골의사 Classic together 3 프란츠 카프카 박철규 2013 아름다운날 247-266 편역 완역
36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프란츠 카프카 장혜경 2013 푸른숲주니어 133-150 편역 완역
37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선고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큰글씨책 프란츠 카프카 권혁준 2014 지식을만드는지식 143-161 편역 완역
38 학술원에의 보고 칼다 기차의 추억 프란츠 카프카 이준미 2014 하늘연못 48-68 편역 완역
39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박민수 2015 꿈결 161-180 편역 완역
40 학술원 보고 선고 을유세계문학전집 72 프란츠 카프카 김태환 2015 을유출판사 202-217 편역 완역
41 학술원에서 드리는 보고 카프카 단편선 월드클래식 시리즈 8 프란츠 카프카 엄인정 2015 매월당 218-233 편역 완역
42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외 Never ending world book 7 프란츠 카프카 김시오 2015 브라운힐 207-230 편역 완역
43 학술원에의 보고 변신 : 카프카 단편선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미니북 51 프란츠 카프카 한영란 2015 더클래식:미르북컴퍼니 144-161 편역 완역
44 학술원에의 보고 변신 : 카프카 단편선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85 프란츠 카프카 한영란 2015 더클래식:미르북컴퍼니 131-146 편역 완역
45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소송, 변신, 시골의사 외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2016 열린책들 491-508 편역 완역
46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책만드는집 세계 문학, classic 4 프란츠 카프카 송소민 2017 책만드는집 135-156 편역 완역
47 어느 학회보고 카프카 우화집 프란츠 카프카 김진언 2017 玄人 135-156 편역 완역
48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카프카 대표 단편선 프란츠 카프카 김시오 2017 한비미디어 207-230 편역 완역
49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2017 솔출판사 256-272 편역 완역
50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미니북) 프란츠 카프카 김민준 2018 자화상 171-190 편역 완역
51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문고판) 프란츠 카프카 김민준 2018 자화상 149-166 편역 완역
52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외 프란츠 카프카 김재희 2018 서연비람 177-194 편역 완역
53 학술원에의 보고 판결 프란츠 카프카 한영란 2019 미르북컴퍼니, 더스토리 161-181 편역 완역
54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족속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문득 2 프란츠 카프카 김해생 2019 스피리투스 28-43 편역 완역
55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변신 포켓북시리즈 프란츠 카프카 하소연 2019 자화상 193-215 편역 완역
56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프란츠 카프카 세계문학단편선 37 프란츠 카프카 박병덕 2020 현대문학 306-322 편역 완역
57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변신·단식 광대 창비세계문학 78 프란츠 카프카 편영수; 임홍배 2020 창비 142-155 편역 완역



1. 번역 현황 및 개관

카프카 생전에 발표된 몇 개 되지 않는 단편소설 가운데 하나인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이하 <학술원 보고>)는 그의 다른 주요 텍스트들, 예컨대 <변신>이 1950년대에 이미 번역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번역되었다. 특기할 사실은 <학술원 보고>가 배우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1977)을 통해 먼저 알려진 후 번역되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대 성공을 거둔 추송웅의 드라마는 <학술원 보고>의 번역과 수용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초역과 같은 해에 번역된 김창활(1978)의 번역은 “빨간 피이터의 고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빨간 피터’라는 이름은 1986년의 박환덕의 번역과 2010년에 나온 권혁준의 번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연극에서 몇 대를 이은 ‘빨간 피터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판소리를 하는 빨간 피터까지 나온 상황이다. <학술원 보고>의 번역 현황은 다음과 같다. 1970년대에 김윤섭(1978), 김창활(1978)의 번역이 나란히 나왔고, 1980년대에는 한일섭(1980), 전영애(1984), 지명렬(1984), 최준환(1985), 초창기에 카프카 연구를 주도한 박환덕(1986) 등의 번역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로는 1997년에 이주동의 번역으로 솔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 전집 1권에 수록된 이래 많은 번역본들(이영희, 윤정란, 송소민, 박민수, 한영란, 임홍배, 박병덕 등)이 출판되었는데, 이 시기에는 특히 카프카 전공자들의 번역(이주동, 권혁준, 김태환 등)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 개별 번역 비평

1) 김윤섭 역의 <어느 學術院에 드리는 報告>(1978)

<학술원 보고>를 처음(1978년 1월) 우리말로 옮긴 김윤섭은 <카프카연구> 초창기에 카프카에 대한 논문을 수록한 바 있고, 볼프강 카이저의 <언어예술작품론> 등을 번역하고 <독일 신비주의 사상사>라는 저서를 썼다. 김윤섭의 번역은 덕문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의 단편집에 실려 있는데, 전체 작품집 자체의 제목이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인 것을 보면 번역자와 출판사가 이 작품을 중심에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추송웅 모노드라마의 성공 직후라는 출판 당시의 상황과 관련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초역이며 대체로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학술적 번역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김창활 역의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 - 빨간 피이터의 고백>(1978)

극작가이자 그림 민담을 최초로 완역(1975)하는 등 독일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한 김창활의 번역 역시 김윤섭의 번역과 같은 해인 1978년에 출판되었는데(1978년 9월), 태창출판사에서 <굶는 광대>라는 단편집에 실린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는 “빨간 피이터의 고백”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추송웅 드라마의 영향을 볼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 단편집이 1980년에 다시 나왔는데, 이때는 전체 단편집의 제목이 <빨간 피이터의 고백>으로 바뀌었다. 김창활의 번역은 구어체에 자연스러운 언어를 특징으로 하며, 무엇보다 문단 구분을 자유롭게 한다. 그는 원문에 충실한 번역보다는 다소 자유로운 변형을 시도하며, 그의 번역은 제목에서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어조에서도 추송웅 연극의 영향을 느끼게 한다. 또한 원서에 그냥 “황금해안”이라고만 되어 있는 빨간 피터의 고향을 “아프리카의 어느 황금해안”이라고 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3) 전영애 역의 <학술원에의 보고>(1984)

전영애(1984)의 번역 <학술원에의 보고>는 민음사 이데아총서의 16번째 권으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편역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1998년에 나오기 시작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첫 10권 중 4번째 권(<변신/시골의사>라는 제목)에 재수록 되었다. 1982년에 학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로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카프카 작품집에 실린 한일섭의 번역(<학술원에의 보고>, <소송>, <변신>과 함께 몇몇 단편이 수록됨)과 함께 <학술원 보고>가 총서나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로 실렸다는 점은 카프카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 고전이나 세계문학에 속하는 작품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카프카에의 길”이라는 제목의 역자 해설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 역자는 “카프카를 우리 독자에게 좀 가까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에서 그의 짧은 글들을 골라 번역했다는 말과 함께 간략한 작품 해설을 싣고 카프카 연구서 몇 편을 추천했다. 작품 해설에서는 초창기 카프카 연구의 주된 흐름 가운데 하나였던 실존주의적 해석의 영향이 엿보인다. 전영애의 번역에서는 원문에 가깝게 문단을 나누고, 원문대로 쉼표를 사용할 뿐 아니라 원문의 세미콜론도 쉼표로 바꾸어 문장들이 긴 경향이 있다. “원숭이힘을 다해도 mit aller Affenkraft”와 같은 번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역에 가까운 부분도 있다. 구어체(‘-습죠’ 등)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살려 이 이야기를 글로 쓴 보고서가 아니라 말로 하는 보고나 이야기로 해석하였으며, 전체적으로 우리말 구사나 독일어 번역에 있어서 세련된 감각을 보여 준다. 소설의 시작과 마지막 대목에서 “학술원의 고매하신 신사 여러분!”이라고 번역함으로써 처음으로 이 보고를 수신하는 사람들의 젠더가 드러나게 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4) 박환덕 역의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1986)

카프카 전공자이자 초창기에 카프카 연구를 주도한 박환덕은 1986년 어문각에서 <변신 외>라는 제목으로 카프카의 단편집을 출판하였다. 그는 “카프카의 작품세계 – 불멸에 대한 신앙으로 인간 존재의 모형을 창조”라는 제목의 해설을 통해 작품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는 역시 실존주의적 해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번역본에서 “빨간 피터”를 주인공 이름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면 대중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빨간 피터의 고향을 “아프리카의 황금해안”이라고 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정확성을 기하였다. 아직 남아 있는 오역을 개선한 대목도 눈에 띤다(“물론 현재 나는 그때 원숭이로서의 감정을 갖고 느낀 것을 인간의 말로 묘사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읍니다. 따라서 정확히 기록할 수 없으나 [...]. Ich kann natürlich das damals affenmäßig Gefühlte heute nur mit Menschenworten nachzeichnen und verzeichne es infolgedessen, aber [...].”(DzL 303). 제목을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라고 함으로써 카프카의 텍스트를 말로 하는 보고가 아니라 글로 쓰인 보고서로 해석한 점은 추송웅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른 흐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처음으로 ‘보고서’라는 번역어를 선택한 것은 지명렬의 번역(<학사원에 대한 어느 보고서>, <동생/변신/집/시골의사>, 범한출판사, 1984)이다). 이에 따라 전체 어조도 구어적인 성격보다는 문어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읍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Affentum”, “Affennatur”를 번역한 “원후성(猿猴性)”(155), “원후의 천성”(166) 등이나, “진퇴의 자유성”, “원숭이들의 홍소(哄笑)” 등에서 보이는 한자로 된 번역어들도 이 번역본에 특성을 부여한다.


5) 이주동 역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1997)

1990년대부터 카프카 전공자들의 번역이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하였는데, 역시 여기에 속하는 이주동(1997)의 번역은 솔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한 카프카 전집의 1권(<변신>)에 실렸다. “결정본 ‘카프카 전집’을 간행하며”라는 서문에서 카프카 전집 간행 위원(이주동, 한석종, 오용록)들은 “불안과 고독, 소외와 부조리, 실존의 비의와 역설... 카프카 문학의 테마는 현대인의 삶 속에 깊이 움직이고 있는 난해하면서도 심오한 여러 특성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카프카 문학이 지닌 깊이와 넓이는 이러한 실존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함으로써 기존의 카프카 연구 및 수용에서 주류를 이루던 실존주의적 해석을 넘어서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서문에서는 카프카의 문학적 모태를 ‘체코의 역사와 문화’라고 하면서 카프카 문학을 “근대 이후 세계 문학에 대한 인식틀들을 지배해 온 유럽 문학 중심/주변이라는 그릇된 고정 관념들을 그 내부에서 극복”하게 하는 원천으로 봄으로써 카프카 문학의 상호문화적이며 주변부적인 특성과 그 함의까지 밝히고 있다. “한국어판 ‘카프카’ 결정본을 얻기 위하여 – 단편전집에 부쳐”라는 제목의 후기에서 역자는 카프카 연구에 있어서 여러 방법론을 통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밝히며, 카프카 텍스트들이 문헌학적, 텍스트 비평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난점과 그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개관한다. 이주동이 번역에서 바탕으로 삼은 판본은 라베 판(1970, <단편전집>)인데, 그 이유는 패슬리 등의 학술 비판본이 당시 아직 작업 중이라 판본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카프카 단편 전집이 완역된 점(일부 단편들은 초역), 기존의 실존주의적 해석 경향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한 점, 문헌학적 연구의 성과들을 후기에서 밝힌 점 등은 기존의 카프카 연구가 축적된 성과로 보이며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학술원 보고>에서는 직역에 가까울 정도로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도 각주는 달지 않아 가독성도 고려하였다.


6) 권혁준 역의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2009)

역시 카프카 전공자인 권혁준의 번역은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에서 나온 <카프카 단편집>에 수록되었는데, 이는 피셔 출판사(Fischer-Verlag)에서 나온 <이야기들>(Die Erzählungen)을 번역한 것이라고 책의 앞부분에서 밝히고 있다. 권혁준의 번역은 가독성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의역을 하거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부분들이 있으며, 원문에서 반복되는 표현을 삭제한 부분도 있다(예컨대 “저는 이런 사태에 대해 비유도 즐겨 사용하는데, 솔직히 말해 여러분이 어떤 원숭이 상태를 떨쳐 버렸다고 할 경우...”(144쪽)라는 문장의 원문에는 “솔직히 말해 offen gesprochen”(DzL, 300)라는 표현이 한 문장 안에 두 번 반복되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을 “빨간 피터”(146)라고 번역한 것도 추송웅 연극의 영향도 있지만 역시 가독성을 높이고 독자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한 번역자의 선택으로 보인다. 각주를 전혀 달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추정된다. 책 뒤에 실린 “해설” 부분에서도 세 쪽에 걸친 <학술원 보고>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해설(227-229쪽)을 덧붙임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서 번역자는 빨간 피터가 “완전한 인간도 아니고 완전히 원숭이의 상태를 벗어나지도 않은 존재”임을 밝히고, 그가 겪은 인간화의 과정이 진정한 자기실현이 아니며, “원숭이 상태의 극복과 조련에 비유되는 문명화 과정 내지 진화의 역사에 대한 의문을 던져 준다”(229)는 해설을 통해 기존에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을 표현한 것으로 주로 실존주의적으로 해석되었던 카프카 작품 이해에 중요한 하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7) 임홍배 역의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2020)

임홍배의 번역은 창비 세계문학의 78번째 권으로 편영수와 함께 편역한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변신/단식 광대>에 실려 있다. 책 맨 앞의 일러두기에서 피셔 출판사에서 나온 비평판(2011, 4. Aufl. 2018)을 번역저본으로 삼았음을, 또 전체 번역 중 <변신>과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는 임홍배의 번역이고 그 외는 편영수의 번역이며 교차 검토 과정을 거쳤음을 밝히고 있다. 이 번역본에는 편영수가 소개한 “카프카의 삶과 문학”, 편영수가 번역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카프카를 읽다” 외에도 100여 쪽에 달하는 임홍배의 상세한 작품 해설(“카프카로 가는 길, 218-331쪽)이 실려 있다. 작품 해설 서두에서 그는 카프카 문학의 난해성을 언급하면서 “비전공자도 충실한 작품 이해를 통해 카프카의 문학세계로 한걸음씩 들어갈 수 있도록 자극을 불어넣고자 하였다”(219)는 말로 전체 번역본의 거의 1/3 분량에 해당하는 역자들의 친절한 해설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카프카 작품의 의미를 모범답안처럼 찾으려 하기보다는 ‘카프카적인’ 느낌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즐기는 자세로 작품 읽기”(219)를 권하고 있다.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작품에 대한 해설도 네 쪽(258-261)에 걸쳐 비교적 상세하게 실려 있다(각주도 달려 있음). 여기서 임홍배는 권혁준이 제시한 해석 방향 이외에 이 작품이 1917년 <유대인>이라는 잡지에 발표되었으며, “유대인이 서구사회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간난신고의 비유담으로 해석됐다”(258)라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또 다른 해석 방향을 소개하였다. 번역에서는 아킬레우스, 황금해안, 하겐베크 회사 등에 각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제목을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라고 번역함으로써 말로 하는 보고가 아니라 글로 쓰인 보고서라는 느낌을 전달한다(“보고서”라는 번역어는 위에서 밝혔듯이 지명렬(1984, “학사원에 대한 어느 보고서”)의 번역에서 처음 나오지만, 박환덕(1986,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권혁준(2009,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의 번역에서는 ‘보고서’ 앞에 ‘보내다’라는 동사를 써서 이 보고가 글로 쓰여 제출되는 보고서라는 점을 좀 더 분명하게 한다). 번역에서는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직역보다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흐름과 어휘 선택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컨대 다음 문장을 비교해 보면 직역에 가까운 이주동의 번역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예1)
“존경하는 학술원 회원 여러분!/여러분께서는 영광스럽게도 제가 원숭이로 살던 시절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임홍배 142) “고매하신 학술원 회원 여러분!/여러분들은 원숭이로 살아왔던 저의 전력에 대한 보고서를 학술원에 제출하도록 요구하심으로써 저에게 영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이주동 256) 원문: “Hohe Herren von der Akademie!/Sie erweisen mir die Ehre, mich aufzufordern, der Akademie einen Bericht über mein äffisches Vorleben einzureichen.”(DzL, 299)


예2)
“이윽고 실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론수업만 해도 너무 지치지 않았냐고요? 물론 기진맥진한 상태였죠. 제 팔자가 원래 이렇습니다.”(임홍배 151) “이제 비로소 실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이론적인 연습으로 너무 지쳐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너무 지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제 운명에 속하는 일입니다.”(이주동 265) 원문: “Nun erst beginnt die praktische Übung. Bin ich nicht schon allzu erschöpft durch das Theoretische? Wohl, allzu erschöpft. Das gehört zu meinem Schicksal.”(DzL, 309)


예3)
“이 얼마나 놀라운 진보입니까! 깨우치는 뇌 속으로 사방에서 앎의 빛이 흘러들어왔습니다!”(임홍배 154) “이 진보! 깨어가는 두뇌 속으로 사방에서 밀려드는 이 지식의 빛들!”(이주동 267-268) 원문: “Dieses Fortschritte! Dieses Eindringen der Wissensstrahlen von allen Seiten ins erwachenden Hirn!”(DzL, 312)


3. 평가와 전망

<학술원 보고>는 카프카의 주요 작품 가운데 비교적 늦게 번역되었지만, 기존의 카프카 연구 및 독어독문학 연구의 축적된 성과, 그리고 한국 사회의 문화적 역량의 성숙 등이 반영되어 길지 않은 시간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다양하고 또 세련된 번역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난쟁이’라는 표현처럼 후대의 성과는 앞선 번역자, 출판사 등의 문화매개자, 연구자들의 집단적 노력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학술원 보고>는 연극을 통해 작품이 먼저 알려지고 나서 번역과 수용에 영향을 미친 상호매체적인 영향 관계의 한 좋은 예이다. 추송웅의 작품 해석이 작품의 이미지를 고정시켜 다양한 수용을 제한한 면도 있겠지만, 작품의 수용과 대중화에 긍정적인 큰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끼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독어독문학의 발전, 카프카 연구의 축적으로 인한 해석의 다양화와 세련된 번역이 다시 상호매체적인 영향을 미쳐 역으로 작품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연극적 내지 다양한 매체적 실험에 자극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한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김윤섭(1978): 어느 學術院에 드리는 報告. 덕문출판사.
김창활(1978):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 태창출판사.
전영애(1984): 학술원에의 보고. 민음사.
박환덕(1986): 어느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어문각.
이주동(1997):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솔.
권혁준(2009):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지만지.
임홍배(2020):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 창비.


5. 참고문헌

Kafka, Franz(2002): Drucke zu Lebzeiten. Kittler, Wolf / Koch, Hans-Gerd / Neumann, Gerhard(ed.). Frankfurt a. M.: S. Fischer.

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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